컨텐츠 바로가기

“웨딩홀은 빛나고 신혼부부는 빚낸다” 웨딩카 시위 나선 신혼부부연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15일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공영주차장에서 웨딩카 22대를 동원해 '웨딩카 주차 1인 시위'를 했다. 한 차량에 '웨딩홀은 빛나고 예비부부 빚지고'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려있다. 석경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예비 신부 이모(29)씨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섰다. ‘형평성에 맞는 방역지침을 원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서다. 이씨는 “아직 신혼여행 예약도, 상견례도 하지 못했을 만큼 바쁘지만 연차까지 쓰고 거리에 나왔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거리두기 수칙을 보고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 뒤편에는 ‘웨딩홀은 빛나고 예비부부 빚지고’라고 적힌 현수막을 단 웨딩카가 주차돼 있었다.

이날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여의도공원 공영 주차장에서 ‘웨딩카 주차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이 준비한 현수막에는 ‘신혼부부 3000쌍 피해액 약 600억원’, ‘식사 없는 99인, 비용 지불 300명’ 등 신혼부부들의 처지를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현수막을 단 웨딩카 22대를 3구역으로 나눠 주차했다. 구역마다 부케와 피켓을 든 하얀 드레스 차림의 신부들이 1인 시위를 했다. 결혼식을 앞뒀거나 최근 치른 이들이다.

중앙일보

15일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공영주차장에서 이모(29)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웨딩카 주차 1인 시위'를 기획했다. 석경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혼이 죄? 같은 뷔페여도 결혼 붙으면 제한”



예비·신혼 부부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비슷했다. 현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이 유독 결혼식에 엄격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결혼식을 마친 김모(33)씨는 “몇몇 호텔을 보면 뷔페를 할 때는 인원제한이 없지만, 결혼식만 되면 같은 건물에 있어도 49인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거리두기 정책에 따르면 뷔페는 일반 음식점과 같이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면 인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날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낸 김씨는 “정부의 형평성 있는 거리두기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정부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 식사 49인 혹은 식사 없이 99인’으로 결혼식 방역 수칙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예비 부부들은 말한다. 결혼을 앞둔 이모(28)씨는 “식사 없는 99명은 예비 부부 입장에서 전혀 개선된 게 아니다. 결혼식장과 약 6만원대 식대 기준으로 150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보증인원을 계약한다. 반면 답례품은 1~2만원대다. 식사가 아닌 답례품으로 나가는 만큼 예비부부들이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답했다.

중앙일보

15일 전국신혼부부연합회의 시위에 참여한 김모(33)씨가 하객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답례품. 200명에서 300명의 보증인원에 맞춰 답례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답례품이 대량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독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시위에 나선 이씨는 “청첩장을 주면 ‘나 가도 괜찮아?’라는 질문이 먼저 온다. 청첩장을 주기도 미안한 상황이다. 한 번뿐인 결혼식을 하면서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식사 없는 결혼식에 지인을 초대하기도 미안한데, 이렇게 남는 답례품은 모두 강매당한다”고 했다.



근조화환 시위, 팩스 시위…신혼부부연합회가 주도



예비 부부들의 집단 행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올해 7월 만들어진 전국신혼부부연합회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표 A씨는 지난 5월 결혼을 마친 새신랑이다. 그는 “결혼을 마쳤지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인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의 고충을 알기에 직접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지난 8월 래핑 버스 시위부터 팩스 시위, 그리고 지난 9일에는 근조 화환 시위 등 ‘신박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로 모든 집회가 금지되자 우회적으로 비대면 시위를 계획한 것이다. 마케팅 쪽에서 일하는 A씨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A씨는 “방역 수칙에 위반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알아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인근 공원에서 전국신혼부부연합회 회원들이 정부의 결혼식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하며 화환 시위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 등 6000여 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개인정보 등을 제공한 부부만 4700여 명이다. A씨는 “결혼 정보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보고 예비부부들이 단체에 가입한다. 결혼을 마쳐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신혼부부들이 대부분이다. 자발적 기부를 통해 단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