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시진핑, 코로나 호전되면 방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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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내년)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왕 부장의 예방을 받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한 동북아 3국 릴레이 올림픽이 2022년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은 동계올림픽의 직전 개최국으로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노력에도 북한의 호응이 없다며 중국의 '지원 사격'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지속적 협력"을 당부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바라며 앞으로도 왕 위원이 한중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 주는 큰 역할을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한은 7월 도쿄하계올림픽에 앞서 일방적인 불참 결정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우방인 중국을 방문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의 기회를 마련할 수는 있다.
왕 부장은 또 "양국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자"며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나와 시 주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데에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돼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삼십이립(三十而立·30세에 뜻을 확고히 세운다)'이라는 공자의 어록을 인용하며 "내년은 중한수교 30주년이다. 앞으로 30년 양국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했다.
왕이 "한중, 상대방 관심 사안 존중해야"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국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활발한 문화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문화 교류·협력의 사례로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를 집어서 언급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K팝을 포함한 대중문화 규제에 나서면서 '제2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한중 양국은 비록 나라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도를 걷는 것을 지지하고 상호 존중하고 상대방의 핵심 관심 사안을 존중하는 전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 어느 편에 설지는 한국 정부의 결정 사안이나, 중국과 우호관계를 감안해 달라는 '뼈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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