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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과징금 2074억원 맞은 구글, 빅테크 규제가 필연적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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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구글이 촉발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의 제제를 위해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4일부터 시행됐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을 독점한 구글의 갑질은 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문제가 지적됐던 기업들이 보여왔던 여러 사례를 볼 때 ‘독점적 시장 지배력’은 필연적으로 ‘갑질’을 동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국에서 현재와 같은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획득한 이들의 불공정 행위가 이제 법과 제도를 위협하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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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촉발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의 제제를 위해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4일부터 시행됐다.

이와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다시금 구글의 운영체제(OS) 독점 행위를 문제 삼으며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우리나라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은 국내와 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해외 빅테크 규제 대상이 구글과 애플이었다면,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금융 플랫폼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P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안방 격인 미국은 상하 양원은 물론 연방정부와 주정부까지 강력한 반독점법을 내세우며 빅테크 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독점 행위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도 우리나라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과 유사한 규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구글의 AFA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기 제조사를 상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이외 다른 OS를 쓰지 못하도록 한 구글에 대해 207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이에 불복,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주목한 것은 구글이 기기 제조사들을 상대로 강제한 ‘안드로이드 파편화 금지 계약(AFA, Anti-Fragmentation Agreement)’이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처음 선보이며 개방성을 내세운 오픈 소스 정책으로 기기 제조사와 앱 개발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후 2011년 안드로이드 OS의 시장점유율이 72%에 달하며 구글은 입장을 바꿔 안드로이드 OS를 변형한 ‘포크 OS’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파편화 금지 계약 체결을 기기 제조사에 강요하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스마트폰 뿐 아니라 제조사가 만드는 모든 스마트 기기에 해당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는 2013년 출시한 스마트 워치 ‘갤럭시 기어1’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를 적용했지만, 구글의 AFA 계약 위반 문제 제기로 발목이 잡혔다. 결국 삼성전자는 애써 개발한 포크OS를 포기하고 앱 생태계가 전혀 조성돼 있지 않았던 타이젠 OS로 변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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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포크 OS를 자유롭게 사용할 경우 IoT, 로봇 등의 영역에서 빠른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 영역에서는 포크OS를 허용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구글은 현재까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장을 독점한 구글의 갑질은 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총 책임자 앤디 루빈은 델 컴퓨터가 포크 OS를 적용한 기기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즉시 “안드로이드 포크 기기를 단 한대라도 출시하면 델의 모든 기기에 대한 플레이 스토어 등 구글 앱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위협했다.

아마존 역시 2011년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이용해 파이어OS를 개발하고 LG전자와 협업을 통해 아마존 최초의 태블릿 PC인 ‘킨들파이어’ 출시를 준비했지만, LG전자가 AFA에 발목을 잡히며 프로젝트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아마존은 2013년까지 파이어OS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만들어 줄 제조사를 물색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AFA 위반을 우려해 아마존의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픈 소스를 바탕으로 앱 생태계를 조성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구글이 돌연 오픈 소스를 변형을 금지하며 AFA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 불합리한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많은 제조사들이 이를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AFA를 맺지 않으면 플레이 스토어를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구글의 협박 때문이었다.

앱 마켓을 사용하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비록 토종 앱 마켓이 있다 해도 구글 애플 등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고, 다른 많은 나라들 역시 자체 앱 생태계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 등 자체 앱 생태계를 보유한 빅테크에 백기투항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모바일 OS 분야에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97.7%까지 높아졌다.

무료 혹은 오픈 소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획득한 이후 태도를 바꿔 인앱결제 의무화, 수수료 부과 등의 유료화, 타 서비스 이용 제재 등의 갑질 행위로 이어지는 패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어느새 시장을 장악한 빅테크 규제, 과잉일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법적 규제를 추진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 등의 전통적인 형태의 기업과 달리 사업 방식과 수익 모델 등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방식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도 수년 간 규제 방식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구체적인 입법까지 이어지기 어려웠던 점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구글의 AFA 체결을 통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역대급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공정위 역시 현장조사 기간만 5년이 소요됐다. 공정위 측은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미치는 경쟁 제한 효과 분석이 필요했고 법원 소송 결과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4일부터 시행된 우리나라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게임업체 미국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는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오늘부터 난 한국인”이라며 감탄했을까? 그는 구글, 애플의 시장 독점을 세계 최초로 법제화해 막은 우리나라에 대해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한 첫 오픈 플랫폼 국가”라며 “개인용 컴퓨팅 45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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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징금 규모면에서 역대 최고는 2016년 처리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이하 퀄컴)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1조 311억원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과 그 계열사인 퀄컨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개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과징금 1조311억원과 함께 퀄컴의 특허권 제공 방식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자사 특허권을 사용하려는 경쟁사들에 판매처 제한, 영업정보 보고 등과 같은 부당한 조건을 요구한 것에 대한 제재 조치였다.

퀄컴은 모바일 칩 분야에 독보전인 기술력과 특허권을 보유한 상태로 경쟁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구글, 애플 등과 같은 방식으로 ‘밥그릇’을 지켜왔던 것이다.

이제까지 문제가 지적됐던 기업들이 보여왔던 여러 사례를 볼 때 ‘독점적 시장 지배력’은 필연적으로 ‘갑질’을 동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는 ‘시장을 지배한 기업 권력’과의 전쟁

우리나라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되며 일단 구글과의 전쟁에서 1승을 거뒀지만, 다른 나라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우리나라 공정위가 문제를 삼은 것과 비슷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자사 검색 앱을 독점 선탑재’하는 행위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 지배력 남용’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미국 36개주와 워싱턴 DC가 구글을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인앱결제 수수료 30% 의무부과를 문제 삼은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경쟁당국(FCA)가 지난 7월 언론사들과 성실하게 뉴스 사용료 협상에 임하지 않은 구글에 5억유로(약 685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2019년 3월 구글이 검색광고 중개 서비스 ‘애드센스 포 터치’를 통해 온라인광고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14억 9000만유로(약 1조 9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EU는 2017년과 2018년 안드로이드 OS 시장 지배력 남용을 이유로 구글에 총 67억유로(약 9조 2522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상원에서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의원과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 등이 '오픈 앱 마켓 법'을 발의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와 같은 것으로,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초당적으로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내세운 갑질에 대한 반발과 규제 움직임은 호주와 일본,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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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글의 대응은 어떨까? 구글이 가장 어려워하면서도 강경한 대응을 서두르는 곳은 단연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세계 최초로 통과된 우리나라다.

다시 우리나라 상황으로 돌아가보자면 구글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의 원동력이 됐고, 국내 기기 제조사 및 앱 개발자들의 세계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구글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품질, 이용자 경험을 가능케한 구글 서비스의 혜택을 간과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누리는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외국 국가들에 대해서까지 적용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정위는 파편화 금지 의무 관련 시정 조치로 “국내 제조사 출시 모든 기기 및 해외 제조사의 국내 공급 기기와 관련하여, 모든 스마트 기기 분야에 대한 포크 OS 기기 출시를 허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각국 정부 대 글로벌 빅테크 간 대립은 시대 변화에 따른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각 국가 단위에서 이뤄지던 기업의 활동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며 몇몇 기업은 정부를 넘어서는 거대한 자본 권력이 됐다.

특히 빅테크 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기업에 비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국 시장에 안착했다. 물론 이들이 주도한 혁신으로 세계는 그 이전의 몇 세기에 비해 더 큰 번영과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들이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앱마켓이나 유튜브 처럼 ‘너무 편리해서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한 것도 있다.

다만, 각국에서 현재와 같은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획득한 이들의 불공정 행위가 이제 법과 제도를 위협하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기업들은 현재도 자사가 독점적으로 구축한 서비스 생태계를 무한대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중이다. 공정과 투명성을 가치에 둔 빅테크 규제가 필연적인 이유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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