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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뱃속 아기 지키려 항암치료 포기하고 다리 절단한 20대 英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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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뱃속 아기 지키려 항암치료 포기하고 다리 절단한 20대 英엄마 - 암의 일종인 골육종 진단과 임신을 동시에 진단받은 뒤 항암치료 대신 다리를 절단하고 아기를 낳기로 결정한 영국의 캐슬린 오스본(28). 지난 3월 딸 아이다 메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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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치료를 포기해 한쪽 다리를 절단한 채 출산한 영국의 20대 엄마의 모성애가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케임브리지셔 위스벡에 사는 캐슬린 오스본(28)은 지난해 오른쪽 다리에서 혹을 발견한 뒤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하러 갔다가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다리의 혹은 2005년 11살 때 앓았던 오른쪽 다리의 골육종이 재발해 생긴 것이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임신 4개월째라는 소식이었다.

캐슬린은 11살 때 암을 치료한 뒤 오랜 기간 재발하지 않자 안심하고 2세 계획을 세워 두 아들 헤이든(9)과 레오(5)를 낳았다.

레오를 낳은 지 3~4개월 뒤인 2016년 캐슬린은 옆구리에 통증을 느꼈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져 몸을 구부리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검진 결과 폐암 진단을 받은 캐슬린은 일주일 뒤 입원했고 화학요법으로 암세포를 줄이고 수술을 받는 등 치료 끝에 다음 해 3월 폐암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3년 반이 흐른 지난해 다시 다리에 암이 발생한 것이었다.

의사는 캐슬린에게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번째 안은 안타깝지만 낙태를 한 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오른쪽 다리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항암치료가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뱃속의 아기를 살리려면 골육종이 나타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의사는 캐슬린이 결정을 하도록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수술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캐슬린은 “그날 저녁 깊은 걱정에 많이 울었다”면서도 “차라리 아기를 키우고 다리를 잃는 쪽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다리는 잃을 뻔했기 때문에 지금 다리를 잃고 아기를 살리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캐슬린은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다음날 의사에게 자신의 결정을 전했다. 그는 “너무 오래 고민하면 더욱 겁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정을 내린 지 열흘 만인 지난해 11월 17일 캐슬린은 오른쪽 골반 아래쪽의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기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캐슬린 역시 절단 수술 후 8일 동안은 없어진 다리를 내려다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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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슬린 오스본의 두 아들 헤이든, 레오와 딸 에이다 메이.


수술을 받기 전 엄마의 결정을 두 아들에게도 알려야 했는데, 캐슬린은 아이들이 외계 로봇이 나오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에 “엄마의 다리에 문제가 생겨 제거해야 하지만 트랜스포머가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아이들을 안심시켰고, 아이들은 ‘정말? 진짜 멋지다!’라는 식으로 잘 받아들였다고 캐슬린은 전했다.

다리 절단 수술로 암은 제거됐고 캐슬린은 한쪽 다리로 남은 임신 기간을 보냈다. 빠른 시일 내에 적응하기 위해 휠체어 사용도 마다하고 목발 짚는 연습에 매달렸다.

이 같은 노력에도 얼마 뒤 폐에서 또 암이 재발했고, 수술이 어려운 말기까지 진행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캐슬린은 출산 예정일보다 8주 일찍 출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캐슬린은 “의사들이 출산을 준비하라며 나에게 딱 이틀의 시간을 줬다”면서 “너무 일찍 출산해 아기를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당시 절박했던 심경을 돌아봤다.

다행히 지난 3월 12일 제왕절개를 통해 딸 아이다 메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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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슬린 오스본의 두 아들 헤이든, 레오와 딸 에이다 메이.


다시 재발한 폐암은 이제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로 판정을 받았기에 캐슬린의 최우선 과제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버는 것이 됐다.

캐슬린은 화학요법을 받는 동안 세 자녀와 더 많은 추억을 쌓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하려고 한다.

캐슬린은 “세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아이들과 추억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 아이들과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캐슬린은 딸이 태어났기에 다리를 절단하기로 한 결정에 결코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기쁘다면서 “두 아들 또한 항상 여동생을 원했다. 난 내 결정에 매우 만족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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