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잘 고른' 출연연 기술 하나, 유니콘 기업 안 부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출연연 연구원들, 기술 창업으로 대박 신화 속출

연구원 외에 일반인-기업 대상 기술 이전 활성화하는 추세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스타트업', '벤처 창업'은 오늘날 '대박 신화'의 지름길로 통한다. 그러나 특별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도 없는 단순 창업은 그야말로 무기 하나 없이 야수가 드글거리는 정글에 뛰어 드는 격이다. 반면 아이디어ㆍ기술을 무기로 창업을 하면 생존 확률이 훨씬 높다. 실제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해 '유니콘 기업'을 바라보는 성공사례들도 많다. 주로 정보와 안목이 높은 '내부자들'인 연구원들이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만 기술 이전이나 합작ㆍ기존기업 전환 등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알짜 기술'을 성공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연구원 창업 활발… 중견기업으로 성장도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업으로 삼던 이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공해 시장·고용 창출 등 경제에 공헌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1999년 이후 연구원 창업 기업은 총 509개사가 설립됐는데, 이 중 308곳이 현재도 운영 중이다. 특히 2016~2020년 최근 5년 새 222개사가 설립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연구만 알던 과학기술자들이 시장에까지 눈을 뜨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이 같은 기술 창업은 일반 창업에 비해 생존 확률이 60%가 넘고 평균 매출은 8배, 고용 효과는 7배 이상이다. 누적된 고용창출 효과만 5400여명에 달한다. 2019년 총 매출액 1조1300억원이 넘었고, 같은 해 말 연 매출액 30억원 규모의 창업 기업수는 29개였다.

국내 바이오벤처 1호인 바이오니아는 199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시작된 대표적 연구원 창업 사례다. 유전자 합성 및 분석 서비스, 유전자증폭장비(PCR) 전문 기업으로 2005년 12월 기술상장특례제도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아시아 최초 HIV-1/HCV/HBV 정량 분석 키트를 개발해 유럽 체외진단 시약으로 인증받는가 하면 2014년엔 RNA 나노입자 치료제를 미국에 원천특허로 등록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1500억원, 시총 약 5000억원으로 연구원 창업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명연의 또 다른 연구원 창업기업인 파멥신도 항암치료 연구에 몰두하던 연구원들이 2008년 설립해 2018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시총 3133억원 규모를 자랑하며 항암 항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약 20개의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 설립된 진코어는 36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차세대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소유한 진코어는 현재 생명연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을 역임한 김용삼 책임연구원이 대표로 겸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첨단기술 경연장 CES 2020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엑소시스템즈도 연구원 창업 케이스다. 이 회사는 근감소증이나 뇌졸중 후유증 등으로 걷는 게 불편한 이들을 위해 집에서도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기 ‘엑소리햅’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후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이 연구원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했다. ETRI의 양팔로봇 간접교시 기술을 위한 교시장치 기술을 활용해 의료재활 로봇, 웨어러블 관절 운동 장치 등을 개발해 CES 2020에서 ‘헬스&웰니스’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테크’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헬스케어 부문 중 피부암 진단기기 업체인 스페클립스는 한국기계연구원 창업 기업이다. 피부 조직의 훼손 없이 실시간으로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분석할 수 있는 진단 기기를 개발해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설립 4년 만에 코스닥 상장 기업과 인수합병되며 연구원 창업의 성공 사례로 남았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자가 2017년 설립한 피노바이오도 4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후 내년 상반기 기업 상장을 추진 중이다. 화학연의 탄탄한 연구 기술을 바탕으로 표적 항암제 ‘NTX-301’과 허혈성 시신경 안과질환 치료제 ‘NTX-101’ 등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암에 표적인 항암제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승인됐고, 녹내장 점안치료제는 국내 임상1상이 승인되는 등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미국 법인 설립 이후 애스톤사이언스와 혈액암 표적치료제의 공동임상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약물·항체 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ADC 항암제의 3가지 구성요소 중 항암제에 주목해 항암 효능이 높으면서도 독성이 약한 약물을 붙여 3세대 항암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창업으로 세워진 테라릭스도 창업 18개월 만에 선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38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200억원을 달성했다. 테라릭스는 해상조건에 특화된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개발하고 상시로 전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파워팩을 개발 중이다. 정밀기계에 필수적인 ‘서보모터(서보기구의 조작부로서 제어신호에 의해 부하를 구동하는 장치)’ 업체인 웰콘시스템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2018년 창업했는데, 독일·일본 등이 주도하던 서보모터 분야에서 20년간 생기원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이송장치 양산장비에 ODM 드라이브를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연연 기술 ‘사가세요’

연구원 창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출연연에서 날마다 발표하는 연구 성과와 기술, 아이디어 등을 합작 투자하거나 기술 이전 받아 민간에서 사업화하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달 25~26일 개최한 ‘사업화 유망 기술 이전 설명회’가 대표적 사례다. 원자력연은 2016년부터 매해 이 같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구원이 보유한 연구성과 중 사업화 가능성이 큰 기술을 소개하고 기술이전 상담까지 제공한다. 벤처창업의 ‘신화’ 카이스트(KAIST)도 14일 온라인으로 원하는 기업체들에 교내 연구진이 보유한 우수 기술을 소개해주는 행사를 개최했다.

공공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실제 활용해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기술이전·사업화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공공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들이 매년 신규 개발하는 기술 중 민간 기업에 이전되는 비율은 3분의 1 정도다. 2019년 기준 총 3만2481건 중 1만1676건(35.6%)이 기업들에 팔렸다. 2011년 5193건에서 2015년 1만1614건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난 후 꾸준히 1만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바이오 등 5대 주요 원천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대학·출연연의 유망 기초·원천연구성과를 발굴해 사업화하기 위한 5개 중개연구단을 선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 기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구자들을 상대로 예비창업자 교육, 기술 금융 연계, 창업 친화적인 인사제도 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공공연구성과의 기술사업화를 통해 초일류 혁신 기업이 많이 배출돼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