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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악몽 꾸는 10살 아들…담임 녹취록엔 "넌 우리 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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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의 10살 제자에게 정서적 아동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아이의 행동 변화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아이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고, 해당 녹음기에는 교사의 폭언이 고스란히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이데일리

(사진=M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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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김재민(가명) 군을 유독 몰아세우고 망신을 주며 다그치는 상황이 포착됐다.

재민군의 부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 두 달쯤 후부터 소변을 못 가리고 악몽을 꾸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아들의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돌아온 녹음기 안에는 충격적인 음성이 담겨 있었다.

녹음된 음성에 따르면 담임 교사 A씨는 재민 군에게 “숙제 했어 안 했어? 받아쓰기 썼어 안 썼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시위하고…”라 다그쳤다. 이어 “넌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 나쁜 어린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변하고 있네”라고 공개적인 면박을 서슴치 않았다. 또 재민 군의 반 친구들을 향해 “여러분 (재민 군이)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A씨는 재민 군을 교실에 혼자 남겨두고 떠나기도 했다. A씨는 “재민아. 선생님은 스포츠실 수업하러 갈게. 알아서 해. 선생님 몰라”라고 했다. 결국 재민 군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재민 군이 울자 달래기는커녕 “더 울어, 재민이 더 울어. 우리 반 7번은 김재민 아냐”라고 다그친다. 재민 군이 “선생님, 7번 하고 싶어요”라고 하자 교사는 “7번 없어. 재민이 다른 반이야”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또 A씨는 재민 군의 반 친구들을 향해 “여러분, (재민 군이)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녹음기를 확인한 재민 군의 부모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교사를 신고했고 기관은 이를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이후 학교는 재민 군의 반 담임을 다른 교사로 교체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않았다. A씨는 “허락 없이 수업을 녹음한 건 교권침해”라고 주장했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주 경찰 조사에서 “전부터 아이가 뛰쳐나가고 큰 소리로 울어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자주 방해했다”며 “성심성의껏 아이를 지도해왔고,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재민 군 어머니는 재민 군이 정석적으로 불안한 면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에는 학교에 잘 적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학대 녹취는)판례에 따라 합법인데 가해 교원이 피해 교원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또 “A씨가 다른 학년 수업을 맡고 있어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저희가 전학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밝게 다시 웃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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