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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공간 사람] 18평 마당 있는 서울집... 행복이 집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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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집은 ‘사고파는 것’이기 전에 ‘삶을 사는 곳’입니다. 집에 맞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삶에, 또한 사람에 맞춰 지은 전국의 집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을 수요일 격주로 <한국일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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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양진영, 이승혜씨 부부의 집. 지붕부터 바닥까지 모든 곳을 뜯어고쳤지만, 딱 하나 손대지 않은 게 마당의 나무다. 40년 된 모과나무는 대공사 기간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올해도 새 잎을 틔웠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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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시골집.' 양진영(49), 이승혜(38)씨 부부가 자신들이 사는 집(대지면적 148.8㎡, 연면적 54.5㎡)을 설명하는 말이다. 서울 성북구 '역세권'에 자리한 부부의 집은 '마당'이 있다. 밀도 높은 서울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조합이다. 심지어 마당(18평)이 실내(16.5평)보다 넓다.

널찍한 마당은 물리적 공간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공간을 넓힌다. 남편은 "매일 아침 커튼을 탁 걷으면, 차나 앞동 건물이 아니라 나무와 꽃과 텃밭이 제일 먼저 보인다"며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집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아내도 종종 "여기가 제주도 부럽지 않다"고 한다. 부부는 도시 속 시골집에 이사 온 후부터 "주말마다 힐링할 장소를 찾아 집 밖을 헤매던 생활"을 끝냈다.

마당이 실내보다 더 넓은 집... 방은 딱 1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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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으로 들어오면 왼쪽에 보이는 거실. 소파를 배치해 창 너머 마당이나 맞은편에 있는 TV를 보며 쉴 수 있도록 했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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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마당 뒤로 단정한 흰색 단층집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마치 도심 속 숨겨진 정원 같다. 평소 마당에 대한 '로망'이 있던 부부는 근처 33평 아파트를 팔고 이 집을 샀다. 아내는 "아파트 값이 올라도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를 지속하는 한 기존 생활 여건과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느꼈다"며 "그럴 바에야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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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오면 위치한 오른쪽에 보이는 거실. 탁자를 두고 주로 밥을 먹거나 일을 할 때 이용하는 공간이다. 폴딩도어를 설치해 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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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첫인상은 직전 3개월간 비어 있던 터라 풀로 뒤덮여 '정글' 같았다. 이곳은 애초부터 정비 구역으로 묶여 있어 신축은 불가능하고 리모델링만 가능한 상태였다. 남편은 20년 경력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일상공간 대표)다. 부부는 과감히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부부는 이 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질문을 던졌다.

"시골집처럼 툇마루에 앉아 처마 밑에 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거실에 앉아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텃밭에 상추, 토마토, 옥수수도 심고, 날이 좋을 때는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경험도 하고 싶었고요. (이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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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공사를 마친 집의 전(큰 사진)과 후의 모습.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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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완성된 집은 이런 상상을 실현하기에 충분했다. 마당과 접하는 집 전면창은 벽을 터서 원래보다 더 크게 냈다. 실내에서도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한쪽 창은 아예 폴딩 도어를 설치했다. 그 앞에는 평상을 마련해 뒀다. 부부는 폴딩 도어를 열고 마당과 실내를 오가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신다. 부부가 손님을 초대했을 때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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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쪽의 폴딩도어 앞에는 평상을 두었다. 날이 좋을 때 여기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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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로망만 따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테리어에는 힘을 쫙 뺐다. 대신 남편의 실용적 성향에 맞춰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집, 관리가 편한 집으로 고치는 데 집중했다. 가장 신경 쓴 건 단열이다. 자신만만하게 덤볐지만 철거해 보니 집은 예상보다 훨씬 상태가 나빴다. 지붕 위아래로 총 30㎝ 두께의 단열재를 채워야 했고, 바닥도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기초공사부터 다시 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5,000만 원 더 들었다.

마당도 잔디를 전부 까는 대신 중간중간 돌을 깔았고, 텃밭은 바쁜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 크기로만 만들어 관리를 용이하게 했다. 화장실도 이용하기 편하도록 둘로 쪼개, 물을 많이 쓰는 샤워실을 분리했다. 지붕부터 바닥까지 다 뜯어내는 대공사였지만 손대지 않은 것도 있다. 마당의 나무다. 40년이라는 시간을 존중해 모과나무, 사철나무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긴 공사에 걱정도 됐지만, 올해도 다행히 나무는 새 잎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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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오면 마주하게 되는 집의 모습. 중앙을 기점으로 부엌 쪽에서는 요리, 설거지, 세탁 등 집안일을 하고 거실 쪽에서는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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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유일한 방인 침실. 슬라이딩 도어로 드레스룸과 분리했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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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도 군더더기가 없다. 집은 양쪽으로 긴 직사각형 구조로 방 1개, 거실, 주방, 화장실, 샤워실로 이뤄져 있다. 방은 원래 3개였지만 1개를 제외하고 모두 터서 거실로 이용 중이다. 방은 침대와 화장대만 둔 오롯이 수면을 위한 공간이다. 남편은 "아파트 33평에 살아도, 실제 이용하는 공간은 따지고 보면 16평 정도더라"며 "전에 살던 집보다 실내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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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아파트보다 1m가량 높은 천장은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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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마당만큼 단독주택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 높은 천장. 단열재로 채운 뒤 평평하게 만들까 싶기도 했지만, 그러면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박공 지붕처럼 보이는 부분을 살렸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천장 높이는 2.3m인데 반해 이 집은 천장의 가장 높은 부분부터 바닥까지가 이보다 1m 높은 3.3m다. 천장이 주는 개방감 덕에 공간이 더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

온종일 밝은 집인 것도 좁은 실내가 답답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주로 앞과 뒤에만 창이 있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창 위치, 크기에 따라 채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부의 집도 모든 방향에 창을 내서 해가 집의 사면을 돌며 온종일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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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소파에서 내다보이는 창 밖의 전경. 40년 된 모과나무가 보인다. 일상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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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직전까지 아파트 1층에서 살았다. 그때도 아파트 화단의 나무가 창 밖으로 보이긴 했지만 지금의 마당과는 비할 수 없다. 남편은 "아파트 창호 밖은 공동 소유라 심리적 경계가 우리 집 평면 안에서 멈췄다"며 "반면 지금은 창밖으로 보이는 마당도 우리 공간이다 보니 마음이 훨씬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생활은 편리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파트에만 25년간 살았는데, 밤늦게 집에 와서 잠만 자더라도 층간소음을 유발한다고 오해받거나 사람들이 공동 현관에서 비밀번호 손으로 가리고 누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았다"며 "주택살이는 분리 수거, 마당 관리 같은 부분이 힘들 수 있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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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전경. 이웃집과의 시야를 차단하기 위해 2층 높이의 대나무를 심었다. 한국일보 영상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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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단독주택에 살며 행복을 집 안에서 찾게 됐다. 남편은 "전에는 주말만 되면 외식하러 나가기 바빴고 카페, 근교처럼 집 아닌 장소에서 힐링받기를 원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곳이 우리 집을 대체할 수 없게 됐다"며 "집 안에서 잔디를 깎으며 열매가 맺힌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행복을 바깥에서 찾지 않아도 되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집 리모델링을 위해 찾아오시는 많은 분들이 벽지, 타일을 뭐로 할지, 싱크대를 어떤 브랜드로 하고 싶은지를 제일 먼저 이야기하세요.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집에서 내 배우자와, 내 아이와, 내 부모와 어떻게 살고 싶은지예요. 마감재를 끌어안고 사는 게 아니라 내 가족을 끌어안고 사는 거잖아요. (양진영)"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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