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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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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 높은 백신 접종률까지 더해지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국민께 약속했던 추석 전 3600만명 1차 백신 접종을 이번 주에 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모두(冒頭) 발언에 뒤이은 말이었다. 이런 발언을 대하자니, 한마디로 ‘뜨악’이다! 다른 나라들은 2차 접종은 물론 3차 부스터 샷 맞는다고 부산한데 고작 우리는 1차 접종도 다 못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운운하는 게 말이 되나? 결국 이런 뜨악한 말을 하려고 ‘추석 전 1차 접종 3600만명 달성’에 맞추기 위해 2차 접종 시기를 애꿎게 몇 주씩 늦춰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결코 근거 없는 게 아님을 재확인하게 될 뿐이다. 제발이지 백신이나 맞고 싶을 때 제때 안전하게 맞을 수 있게나 하고 국민이 원하면 언제라도 2차 접종은 물론 3차 부스터 샷까지 할 수 있게 백신 수급이나 제때 제대로 하면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운운하는 말을 했으면 모르겠다. 시쳇말로 ‘자뻑’도 이런 자뻑이 또 있을까 싶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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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보 양보해서 이제 대통령의 말마따나 머잖아 코로나로부터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나라를 곧 만든다고 하자. 그럼 대한민국은 자동으로 정녕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인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마포구 맥줏집 주인은 코로나에 걸려서 죽은 게 아니지 않은가. 기준과 근거조차 모호한 채 당국 입맛대로 짜놓고 왔다 갔다 한 코로나 방역 조치의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닌가. 이런 자영업자에게 대한민국은 진정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어쩌면 가장 불안한 나라, 정말이지 살 수 없게 만드는 나라다. 한두 해 장사해온 사람도 아니고 그 바닥에서 20년 넘게 장사 잘 해오던 사람이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 방역 때문에 희생자가 된 것 아닌가. 안전하다는 것은 이런 이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권리다!

# 본래 사람 목숨이 질긴 것이다. 웬만한 생활고 가지고 쉽게 죽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에 인정 많던 맥줏집 주인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남들은 그래도 안 죽고 버티는데 죽은 사람이 미련하고 유약하며 특이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이 안전한(?) 나라에서 극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것이다. 다만 주변에 소리쳐 아우성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이가 전국에 또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마포의 맥줏집 주인만이 아니었다. 지난주만 해도 전남 여수시의 한 치킨집 주인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7월 경기 평택시에선 노래방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자기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3월에는 충북 충주시에서 음식점과 영화관 주인이 코로나로 인한 불황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물론 언론에 채 드러나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운운하기에 앞서 이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진심으로 애통해한 적이 있는가? 물론 죽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고 하지만 실제로 죽지 못해 산 입에 거미줄 치며 버티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요즘 시쳇말로 ‘존버(끝까지 버티기)’할 뿐이다.

#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것이 1년 반을 지나 2년이 다 되어간다. 특히 식당이나 주점 하는 자영업자들은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죽상이다. 견딜 만큼 견뎠고 참을 만큼 참았다.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이제는 그저 앉아서 죽기가 너무 서러워 아우성이라도 치고 죽자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본래 소상공인 내지 자영업자는 개별적이어서 여간해선 집합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얼마 전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나. 한밤중에 자동차를 타고 경적을 울리며 죽겠다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집단 시위를 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정녕 모르는가? 이런데도 대한민국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인가!

#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방역 차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가 횡행하면서 대한민국은 삶의 현장 곳곳이 초토화되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고, 자동차가 굴러다닌다고, 지하철이 쉼 없이 운행된다고 멀쩡한 사회가 결코 아니다. 걸어 다니고 있는 이들 중 태반이 생활 면에서 반 토막이 난 지 오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이리저리 움직여 보지만 기름값 대기도 힘든 이들이 부지기수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이때도 매일 만원 지하철에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몸을 실은 채 움직이는 이들에겐 더 이상 ‘안전’이란 말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 그닥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생존’과 ‘버팀’만이 있을 뿐이다.

# 어차피 코로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하든 뭘 하든 코로나가 남긴 상처와 상흔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임기를 여전히 가시지 않았을 코로나와 함께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그는 생물학적으로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하는 화두보다 코로나가 남긴 생존과 결부된 사회적·경제적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임기 전부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를 다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금 대선에 나선 이들에게서 그런 문제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운명이다.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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