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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 놓인 中 부동산 재벌 '헝다'… "경제 부담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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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설 부인하면서도 자금난 인정
투자자들 "돈 내놔라" 본사 몰려가
"中 금융시스템에 수년간 큰 도전"
한국일보

홍콩 완차이 소재 헝다그룹 건물. 완차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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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부유’ 정책에 방점을 찍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강력히 규제 중인 가운데, 이 나라 최대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구조조정 루머에는 선을 그었지만, ‘전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대형 민영 기업인 헝다가 파산할 경우 부실 채권 위험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까지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관영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전날 밤 성명을 내고 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자사 파산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전력을 다해 부동산 시공 현장을 다시 가동하고, 고객들에게 상품을 인도하는 등 경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의 자금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했다.

쉬자인(63) 회장이 1997년 광둥성에서 설립한 헝다는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헬스케어, 여행, 스포츠, 전기차 사업을 아우르는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쉬 회장은 2017년 포브스 중국 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 IT 거물들에게 밀려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을 대표하는 거부 중 한 명이다.

과거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이던 헝다는 최근 수년간 자동차 등 신사업에 수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 업체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주택 수요자들의 금융 대출 문턱도 높이면면서 헝다를 비롯한 중국의 부동산 업체 전반의 사업 환경이 급속히 나빠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작년 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3대 마지노선’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줄은 급속히 말랐다. 국유 은행들이 앞다퉈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헝다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작년 말 기준 이 회사 총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58조원)에 달했다.

헝다그룹은 아직 본격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많은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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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2016년 3월 홍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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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최근에는 중국 헝다 계열 투자회사인 ‘헝다차이푸’가 최근 만기 도래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한 채 현금 분할 지연 지금 또는 부동산 현물 대체 상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는 소식마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회사 자금난이 이제는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채권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AFP 통신은 이날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헝다그룹 본사에 협력업체 관계자와 투자자 60, 70명이 몰려 채무 상환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회사 정상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 셈이다.

그간 중국에서는 부동산 억제책 속에서 하루 하나 꼴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파산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중국에서 파산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총 274개에 달한다. 다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소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었다. 때문에 ‘대마(大馬)’인 헝다그룹이 무너진다면 충격이 부동산 업계를 넘어 중국의 금융 시스템마저 뒤흔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진다.

특히 부동산 분야는 중국 고속 경제 성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만큼, 헝다를 포함한 부동산 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는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FP 통신에 “헝다 붕괴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최근 수년간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도 지난 6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최근 중국 투자를 확대한 것은 비극적인 실수”라고 비판했다. “블랙록의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위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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