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샌델 "韓 계층사다리 더 벌어져…개천의 용 못나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세계지식포럼 / 샌델·여야대표, 공정 3色 해법 ◆

매일경제

14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날 기조연설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토론자로 참여했고,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왼쪽)가 좌장을 맡아 우리 시대의 공정과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에 동의하는지 묻더라고요. 대다수가 더 이상 '개천 출신 용'이 나올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많은 젊은이가 자신들이 기대했던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14일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던진 친숙한 속담에 장충아레나에는 관중의 웃음소리가 씁쓸하게 퍼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화된 공정의 가치를 두고 우리 시대에 필요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자리에서 미국인인 샌델 교수가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의 정곡을 찌르자 관객의 집중도는 한층 고조됐다.

샌델 교수는 토론에 앞서 "한국이 괄목할 만한 경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인 점이 인상 깊다"고 이번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참여하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특정 국가 내부는 물론 국가 간 격차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과 달리 소득으로 인한 부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성공에 대한 인식과 태도 변화가 승자와 패자 간 격차를 키우면서 사회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샌델 교수는 격차 확대 원인으로 능력주의를 꼽았다. 그는 "승자는 자신의 승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패자를 경멸하게 되고 패자들도 그런 인식을 느낀다"며 "승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것이라고 여기고 패자들에게 실패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즐겨 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른바 '금수저'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명문대에 가기 위해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특권층에서도 불안감이 있다는 것은 경쟁적인 능력주의가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이날 대담자로 참석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물었다. 특히 '사다리'로 통용되는 사회적 이동성에 대해 양당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다.

샌델 교수는 "소수 사람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탈 수 있다는 것보다 사다리에 있는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노동의 존엄성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송 대표는 "사회적 이동성은 신데렐라처럼 뽑힌 몇 사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교육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기존 지배 계층의 자녀들이 '아빠 찬스'를 써서 좋은 사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을 가서 아버지 지위를 재확인하고 상속하는 구조가 아니라 가난한 서민의 아들도 좋은 대학을 가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육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까지 빈부나 기회의 격차가 극단적이지는 않다"며 "교육이 아닌 다른 지점에서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정치인에게 아마 조금 더 각광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델 교수는 양당 대표와 노동의 존엄성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송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지만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에서 충분히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은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공정한 교육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가"라며 "노동 존엄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배달 노동자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용 기자 / 박대의 기자 / 이희수 기자 /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