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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엠스플 인터뷰

강릉고 감독 최재호는 어떻게 '아마야구의 명장'이 되었나 [엠스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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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고교야구 최고의 명장(明匠)

-메이저 대회 우승만 9회, ‘우승 제조기’ 강릉고 최재호 감독
-'야구 불모지' 강릉고, 신흥 명문고로 탈바꿈한 건 최 감독의 헌신

-U-18 야구월드컵 감독 선임, "코로나로 대회 취소, 대표팀 선수들 자긍심 가져야"
-최재호 감독 "난 명장 아냐, 강릉고 야구의 진짜 힘은 강원도민"

엠스플뉴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의 환한 미소 뒤엔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파여있다. 많은 이가 그를 아마야구 최고의 명장이라 칭하지만, 이내 손사례 친다. “전 명장, 뭐 그런 거창한 사람이 아닙니다. 믿고 따라주는 선수들, 아낌없이 내주는 강원도민들이 없었다면 전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최 감독의 말이다 (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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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불모지.

강원도 야구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수식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야구 보급, 팀 수, 인프라 등이 크게 뒤처졌다. 그나마 최근 횡성 베이스볼파크를 비롯해 여러 구장이 세워졌고, 신생 야구팀이 창단되면서 활기를 찾았다.당연히 전국대회 우승과도 인연이 없었다. 이는 강원도 야구를 ‘불모지’로 만든 또 다른 이유다. 1946년 제1회 전국 중등야구선수권대회에 춘천농고가 출전한 이후 강원도 고교 팀은 꾸준히 전국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은 남의 일이었다.

이 말을 듣던 한 지도자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자꾸 강원도보고 ‘야구 불모지’니 ‘약팀’이니 하는데 그건 옛날이야기야. 지금은 도내에만 초, 중, 고, 대학 합쳐서 15개나 되는 팀이 있다고. 학생선수 수만 300명이 넘어. 여기다 야구 인프라까지 좋아져서 다른 지역 야구팀들이 강원도로 전지훈련을 온다니까. 작년엔 전국대회 우승까지 했잖아. 근데 어떻게 불모지야! 다신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 애들(강릉고 학생선수들) 들으면 큰일 납니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의 말이다.

#강릉고 야구부의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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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최재호 감독은 고교 감독으로 메이저 대회 도합 9회 우승을 일궈낸 역사적 인물이다. 야구 변방 강릉고는 최재호 감독 부임 후 43년만에 전국 대회 우승을 이뤄냈다(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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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야구는 최재호 전과 후로 나뉜다. 최 감독 부임 이후 강릉고는 전국 고교야구 최강자로 올라섰다. 요즘 강릉고 야구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사냥개’다. 한번 물면 상대를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강릉고를 상대했던 한 고교 감독은 “전국 대회에선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팀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강해진다. 우리 선수들은 강릉고 더그아웃만 봐도 기가 죽더라. 가끔 프로 2군도 이 정도로 탄탄하진 않을 텐데 하며 자책할 때가 많다. 21세기 최강팀은 단언컨대 강릉고가 맞다”며 혀를 내둘렀다.

1970년대 '고교야구계의 변방'으로 통했던 강릉고. 1975년 야구부 창단 이후 43년(올해로 44년째) 만에 전국대회 우승(2020년 대통령배)을 이뤘으니 말할 것도 없다. 2007년 청룡기 준우승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이다. 간혹 작은 기적이 성사되곤 했다. 파워히터 이재주(전 KIA)와 홍성민(NC), 박진형(롯데) 등은 강릉고가 배출한 대표적인 프로야구선수다.

최 감독은 아마야구판 ‘야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다. 30년 전. 20대 초반의 나이로 초등학교 감독이 된 뒤 중학교를 거쳐 고교 감독까지 고속 승진하며 꾸준히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특히 덕수고(전 덕수상고) 시절엔 6차례나 전국대회 우승기를 들어 올렸다. 2001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통산 17회 우승에 빛나는 덕수고 황금기는 최 감독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최 감독은 덕수고를 떠나 신일고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청룡기 대회 정상에 올랐다. 강릉고 지휘봉을 잡은 뒤 이룬 두 번(2020년 대통령배, 2021년 황금사자기)의 우승까지 합치면 도합 9회. 이는 국내 최단기간이자 최다 우승으로 아마 야구계에선 유일무이하다. 후진 양성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박용택(전 LG), 조인성(전 한화), 이용규, 최진행, 민병헌(이상 덕수고), 하주석, 양석환(이상 신일고)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 모두 최 감독의 손을 거쳤다.

2016년. 최 감독의 강릉고행이 결정되자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교야구 최고의 명장. 그것도 선택지가 무수히 많았던 그가 야구 변방으로 떠난단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최 감독은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다.

“그때 말도 마. 온갖 이야기가 다 돌았어(웃음). 갑자기 강릉고 감독으로 간다니까 ‘야구 불모지에 가서 뭘 할 수 있겠냐’는 거야.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날 말렸지. 어떤 사람은 날 보고 ‘차라리 강릉가서 민박집을 차리는 게 어떠냐’며 비웃기도 했고. 그때 제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무슨 말이요?”

“‘야. 이놈들아. 딱 4년만 기다려라. 지금 그 말 후회하게 해줄게’. 2017년부터 강릉고를 이끌었으니 올해로 딱 4년째네요. 이제 다들 알았을 겁니다. 강원도 야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질긴지. 허허허허”

#야구 불모지, 강릉에서 피어난 ‘희망이란 이름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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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의 신으로 존경받는 최재호 감독. 그가 강릉고 부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접 구장 주변 잡초를 뽑고, 배수구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것이었다. 또 최신식 실내 훈련장과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건설하기 위해 쉴새 없이 움직였다. 그는 “감독이라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내가 직접 뛰어야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야구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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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지난 6월 14일 막을 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예상한 우승팀은 서울의 강호 장충고 혹은 경기권 최강팀 유신고였다. 그 외에도 충암고, 경남고, 경북고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강팀들이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14일 결승전에서 황금사자기를 높이 들어 올린 팀은 고교야구의 변방, 강릉고 야구부였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야구 불모지 소릴 듣던 강원고 강릉시 소재 야구부. 그들이 우승까지 가는 길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16강전에서 다크호스 경기고를 한 점 차로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선 지난해 아마추어 최동원상 수상자 윤태현이 버티는 인천고를 제압했다.

이어 4강에서 박영현을 앞세운 우승 후보 유신고에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앞서 열린 주말 리그 전반기 0대 7, 7회 콜드게임 패의 굴욕을 멋지게 설욕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만만찮은 상대 대구고를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여 13대 4 대승을 거뒀다.

강릉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준우승 아픔을 씻어냈다. 2020년 강릉고는 고교 최고의 에이스 김진욱을 앞세워 창단 첫 황금사자기 결승 진출을 이뤘다. 결승에서 만난 김해고를 상대로 8회까지 앞서가며 우승에 아웃 카운트 3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9회 믿었던 김진욱이 갑자기 흔들린 뒤 후속 투수마저 무너지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2019년에도 청룡기와 봉황대기 결승에 올랐지만 아쉬운 준우승에 그친 강릉고다. 3번 연속 전국대회 결승 패배는 자칫 징크스가 되기 쉽다. 하지만, 강릉고는 무너지지 않았다. 같은 해 열린 대통령배 대회에서 창단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올해는 황금사자기 우승까지 차지하며 명실상부 고교야구 신흥 강호로 올라섰다.

최 감독이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잡일’이다. 운동장 주변엔 잡초가 무성했고, 하수구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만 오면 갯벌로 변했다. 제대로 된 훈련 시설과 장비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최 감독은 사명감을 가지고 강릉고를 하나하나 바꿔나갔다. 직접 운동장 잡초를 뽑고 하수구를 청소했다. 동문과 학교 관계자, 강릉시청과 강원도청을 찾아다니며 야구부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결실을 봤다. 전국대회 결승을 앞두고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내는 등 야구부를 위한 일엔 상하 직위를 막론하고 뛰어들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도지사님한테 야구부 이야길 꺼내. 다들 겁나서 뭐 말이라도 제대로 하겠어? 진심 어린 포부를 가지고 상대에게 내 뜻을 전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그래야 우리 애들이 편하게 야구 할 거 아냐. 강릉고 야구부를 위한 일이라면 청와대라고 못 뛰어들까.”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잠재력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했다. 당장 프로구단의 눈을 사로잡을 뛰어난 선수 대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유망주를 찾고 또 찾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강릉고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김진욱이다. 김진욱은 애초 강릉고가 아닌 유신고 진학을 노렸지만, 최 감독의 오랜 설득으로 김진욱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김)진욱이를 처음 봤을 때 볼이랑 엉덩이가 똥똥한 게 제대로 뛸 수나 있을까 싶었어. 근데 요놈이 공을 던지는 게 정말 부드럽더라고. ‘아 이놈 잘만 키우면 되겠구나’ 했지. 그 길로 수원북중 감독에게 사정, 사정했어(웃음). 사실 강릉고엔 특급 유망주가 안 와. 좀 한다 하면 주변 명문고로 다 가버려. 소외되고 저평가받는 선수가 대부분이야. 그래서 더 욕심이나. ‘나라도 이놈들 잘 키워서 올려보내야겠구나’ 하는 욕심 말이야. 진욱이 정도면 성공작이지.”

코치들과 밤낮으로 고민하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꾀했다. 특히 수비와 주루, 작전 수행 등 기본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프로야구에서도 최근 들어 주목받는 영상 분석을 활용해 선수 지도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지금의 강릉고를 만들었다.

최 감독은 전국대회에 나설 때마다 “우리 팀은 꼴찌팀”이라며 자세를 낮춘다. 겉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내는 또 다르다. 선수들 개개인이 지닌 잠재력이 팀으로 똘똘 뭉쳤을 때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크다. 최 감독은 “선수 개개인만 보면 강릉고가 전국 강팀들보다 약할지 몰라도, 팀 대 팀으로는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 우승 청부사, 우려를 찬사로 바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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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에이스 최지민(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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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우려가 컸다. 밖에서는 강릉고가 에이스 김진욱의 빈 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진욱만큼 힘 있는 투수는 없을지 몰라도, 대신 좋은 투수 자원이 더 많다.” 최 감독의 말이다.

최 감독은 3학년 최지민-엄지민 ‘양지민 듀오’의 시너지 효과가 김진욱 한 사람에 못지않다고 믿었다. 좌완 최지민은 키 186cm의 좋은 신체조건에 힘 있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장점이다. 에이스라면 꼭 필요한 싸움닭 근성도 갖췄다. 감독의 기대대로 최지민은 황금사자기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 0.42의 역투로 대회 최우수선수와 우수투수상을 석권했다. 사이드암 엄지민은 다채로운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정확한 제구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혼자 7승을 거두며 강릉고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 올해도 황금사자기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4강 유신고전에서 4.1이닝 1실점 호투로 결승 진출에 공을 세웠다.

최 감독은 “조경민 등 2학년이 된 사이드암 투수들이 여럿 있고, 1학년 투수인 육청명도 볼 스피드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김진욱 하나만 믿었던 작년보다 오히려 투수력 면에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조경민은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혼자 4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고 2승을 따내며 지난해 엄지민을 연상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대구고 상대 결승에서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에이스 최지민의 부담을 덜었다.

잇따른 전국대회 결승 진출로 2, 3학년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것도 수확이다. 최 감독은 “1학년 때부터 큰 대회에서 뛴 선수들이 지금 팀의 주축이 됐다. 경기에 나가서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싸울 줄 알고 야구를 할 줄 안다. 우리 선수들은 강팀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상대가 강하다고 미리 겁먹거나 자기 플레이를 못 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 팀의 강점”이라 했다.

프로 스카우트들도 강릉고 선수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서울 구단 스카우트는 “다른 지방 고교 선수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오면 초반에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큰 대회 때 주로 서울권 학교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다. 낯선 환경도 환경이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분위기나 관중 등에 기가 죽거나 긴장하는 게 주된 원인”이라며 “그런데 강릉고 선수들은 다르다. 대회 첫 경기부터 펄펄 날아다닌다. 오히려 홈에서 열린 주말 리그 때보다 서울에 와서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낸 강릉고는 이제 어느 학교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번듯한 시설과 훈련 환경을 갖췄다. 최 감독은 “동문과 학교, 시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이제는 우리 야구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강릉고 야구장을 방문한 사람은 제일 먼저 높다란 해송과 시원한 바닷바람에 놀란다. 이어 넓은 캠퍼스와 야구장, 최신식 웨이트 트레이닝장, 초대형 실내연습장에 압도당한다. 선수들이 원할 때 언제든 훈련하고, 생각한 대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달라진 건 또 있다. 처음엔 최 감독이 선수와 학부모들을 붙잡고 설득해 어렵사리 강릉고로 데려왔지만, 이젠 선수와 부모가 먼저 강릉고에 오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 감독은 “처음 강릉고에 왔을 때만 해도 중학교 선수를 스카우트해 데려오는 게 쉽지 않았다. 다들 ‘강원도에서 무슨 야구를 하느냐’며 망설이거나 거절했다. 이제는 프로 선수도 배출하고, 팀 성적과 훈련 여건이 좋아진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릉고 입학을 선수 쪽에서 먼저 원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올해 멤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강릉고에 온 지 6년 만에 가장 좋은 멤버를 스카우트한 것 같아 흐뭇하다. 내후년에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강릉고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로 멈춰선 세계 대회

최재호 감독 “아쉬운 대회 연기, 대표팀 발탁된 선수들 자긍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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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주전 유격수 김세민은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18세 야구 월드컵 멤버로 선발됐다. 강릉영동대 김철기 감독의 아들로 '2022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되는 기쁨을 안았다(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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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강릉고 전국 제패 외에도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이하 청소년선수권)에 사령탑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아마야구계에선 청소년선수권을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과 더불어 올해 한국야구의 가장 큰 이벤트로 평가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 대회 마지막 우승은 2008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킨 그다. 최 감독은 “우리 고교야구가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는 종종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계청소년대회에선 13년 동안 우승을 못 하고 있다”며 “올해는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해 한국 고교야구의 자존심을 세우려 했는데 대회가 취소돼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청소년선수권은 최 감독 개인적으로도 설욕의 무대였다. 2010년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제24회 대회 사령탑을 맡아 정상을 노렸지만, 조별리그에서 호주에 4대 5로 패해 탈락하며 7위에 그쳤다. 최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코치진 구성부터 기존 대표팀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고교 감독들로 코치진을 꾸린 기존 대표팀과 달리, 올핸 젊고 기동성 있는 고교 코치들을 대표팀 코치진으로 데려간단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고교 감독들로 코치진을 구성하면 아무래도 감독들끼리 서로의 존재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과거 대표팀에선 코치진 내부의 의사소통 문제, 불화로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된 사례도 있었다. 직접 움직이기보다 코치에게 시키는 게 익숙한 감독들이 지도를 맡다 보니 선수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최 감독은 “고교 코치들이 대표팀에 간다면 좀 더 절실한 마음을 갖고 선수들과 호흡하는 좋은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회 개막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임에도 전력분석에 공을 들였다. 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종훈 신임 회장님께 ‘전력분석원을 2, 3명 정도 선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며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상대할 팀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종훈 회장님이 야구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분이라 무엇이든 가능하면 도와주려고 하신다. 비록 대회가 취소됐지만, 이 자릴 빌어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강릉의 아들’ 최재호 “강릉고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팀, 모두가 함께 뛴단 생각으로 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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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의 호성적 뒤엔 세계 어느 야구단 못지 않은 최고의 조력자가 버티고 있다. 강원도지사를 시작으로 강릉고 동문, 인근 자영업자, 강릉 시민. 더 나아가 강원도민 모두의 든든한 응원이 진짜 힘이다. 최 감독은 모든 공을 강원도민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여 진심을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MVP(최우수선수상), 우수투수상을 받은 김진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재호 감독님을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했다.

“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감독님에게 배웠습니다. 강릉고에서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며 흘린 땀방울은 성장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매일 느끼게 했습니다. 거듭된 준우승에 모두가 좌절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우린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하신 감독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우린 발전을 거듭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뤘어요.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배움의 즐거움. 강릉고 에이스는 그렇게 성장했고 패배 속에서 승리를 배웠다.

최재호 감독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한다. 통산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세운 그이지만 여전히 “이제 걸음마를 뗐다”면서 도전자임을 강조했다.

“아직 부족합니다. 제가 꿈꾸는 야구는 조금 더 구체적이에요. 먼저 ‘지역 학생선수 육성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게 실현되려면 강원도에 초등학교, 리틀야구, 중학교 야구부가 더 늘어나야 해요. 강원도 아이들이 야구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원도, 얼마나 멋집니까.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곳 야구 말이죠.”

혹시 고향이 강원도십니까.

난 충청도지. 강원도는 제2의 고향쯤 되려나(웃음).

인터뷰를 나누다 보니 ‘강원도 토박이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돕니다.

그 정도 다짐 없이 여기까지 왔겠어? 토박이가 아니라 여기 묻힐 각오로 달리고 있지.

야구계에선 ‘강릉고의 시대가 왔다’고들 합니다. 그 비결이 뭡니까.

두려움과 싸워 이기는 거야.

두려움이요?

내가 늘 강팀과 붙을 때 학생들한테 강조하는 게 있어요. ‘결과는 내가 책임질 테니, 너흰 마음껏 배우고 부딪히라’는거야. 다들 우리의 승리를 기적이라고 하는데 난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기적이나 운 따위론 우승 문턱을 넘을 수 없어. 단, 준비된 이들에겐 ‘준비된 기적’이 찾아온다고 봐. 지금 강릉고 선수들에겐 ‘경험’이란 무기가 생겼거든. 경험을 다른 말로 하면 ‘승리하는 법을 터득했다’잖아. 그러니 이길 수 있는 거지.

1995년 배제고에서 시작된 지도자 최재호의 도전. 25년째 한 우물만 판 그에게도 야구는 여전히 어렵다. 50년 야구 인생에도 한결같이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공부하며 성장해가고 있다. 그에게 강릉고 첫 우승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또 김진욱 못지않은 투수를 발굴하고 박용택을 뛰어넘을 야수를, 조인성보다 더 길게 장수하는 포수도 키워보고 싶다. 내일의 강릉고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끝으로 그는 강원도민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아주 깍듯하게.

“강릉고 야구부의 성장은 우리만의 힘으로 이룬 게 절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슴 속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과 함께 할 순 없지만, 우린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릉고 야구부 홈구장은 강원도 전체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뛰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뜨겁게 응원해주세요.”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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