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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 영변 핵시설 돌리는데…외교차관은 "남북합의 위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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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포착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과 관련,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재가동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남북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이, 9ㆍ19 평양공동선언에는 '북한의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가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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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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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北, 영변 가동해도 합의 위반 아냐"



최 차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4ㆍ27 판문점 선언이나 9ㆍ19 평양공동선언 취지에 위배된다고 보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4ㆍ27 선언이나 9ㆍ19 선언의 합의에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핵ㆍ미사일 실험장 폐기를 언급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 7월부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영변 재가동 징후가 드러난 건 2018년 12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었다. 최 차관은 이날 "북한의 주요 핵시설은 한ㆍ미 자산을 통해 상시로 보고 있다"면서도 "(IAEA의) 보고서가 옳다, 그르다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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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핵 동향 보고서. 지난 7월부터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IAEA 보고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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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의엔 '조건부 영변 폐기' 명시



9ㆍ19 평양공동선언 5조 2항에는 "북측은 미국이 6ㆍ12 북ㆍ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돼 있다.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약속한 대목이다. 이보다 앞선 4ㆍ27 판문점 선언에도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등 내용이 명시돼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10월 17일(현지시간) 한ㆍ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 시 국제적 감시 속에 대표적 핵 생산시설 폐기를 공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폐기될 경우 비핵화는 상당 부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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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30일(현지시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38노스 캡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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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합의에서 북한이 명백히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폐기'를 약속하고 정부가 대내외에 이를 강조했는데도, 영변 재가동 정황에 대해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정부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건부로 없애겠다"는 약속을 했을 뿐, "다시 가동하지는 않겠다는 말은 없었다"는 북한의 논리를 사실상 받아들이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영변 재가동 정황을 묵인하는 건 역대 정부가 지켜온 남북 간 비핵화 합의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북한의 핵 활동을 용인하는 잘못된 인식"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4ㆍ27 선언, 9ㆍ19 선언을 도출했으면서도,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초보적인 핵 활동조차 비판할 수 없다는 건, 스스로 두 선언의 문제점과 대북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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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9월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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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동향ㆍ무력시위 지적 때마다 "합의 위반은 아냐" 반복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 정황과 무력시위에도 "남북 간 합의 위반은 아니다"는 입장만 반복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의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지난해 5월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에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의 사소한 위반"이라며 "굉장히 절제된 방식이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외교부는 "장관의 해당 언급은 적절한 용어의 선택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살된 사건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ㆍ19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며 "9ㆍ19 합의는 해상 완충 구역에서 해상 훈련 사격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지, 그런 부분 하나하나에 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핵 문제 논의"..한ㆍ미ㆍ일, 다음 주 도쿄서 회동



한편 한ㆍ미ㆍ일 3국의 북핵 수석 대표가 다음 주 회동할 전망이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다음 주 초 일본 도쿄에서 만나는 방안을 막판 조율 중이다. 성사되면 지난 6월 서울에서의 첫 회의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최근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는 활발하게 진행됐다. 양국 대표는 앞서 지난달 23일 성 김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서울에서 회동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현지시간) 노 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워싱턴DC에서 일주일 만에 또 만났다. 양측은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대북 관여를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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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왼쪽),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ㆍ미ㆍ일 북핵수석대표에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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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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