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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배달의미래]배민은 왜 중국산 로봇을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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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체는 中 로봇업체 ‘젠 로보틱스’ 제품…배민이 개발한 SW 탑재

주행 데이터 소유권이 걸림돌…기술유출 우려하는 국내 기업도

토종기업과 생태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시장 상징성 감안해야"

우아한형제들 “협업 가능성 닫지 않아…서빙로봇은 국내 제품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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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의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드라이브.' [사진제공 =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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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준형 기자] #지난달 30일 우아한형제들의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드라이브(이하 딜리)’가 운행을 시작하자 길을 가던 시민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배달로봇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딜리가 경기 수원의 주상복합 아파트 광교 앨리웨이에서 배달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로봇 배달이 가능한 매장은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있는 카페, 음식점 등 10곳이다. 세대별로 부여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배달 주문과 결제창이 뜬다. 주문이 접수되자 인근에 주차돼 있던 딜리가 해당 매장 앞으로 가서 대기했다. "배달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출발한 지 7분 만에 2동 1층 공동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최초로 배달로봇 개발에 뛰어든 후 선보인 실외용 배달로봇 딜리.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 딜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딜리의 국적은 중국이다. 중국 로봇업체 ‘젠 로보틱스(Zhen Robotics)’의 제품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왜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았을까. 핵심은 ‘배달로봇 주행 데이터 소유권’에 있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의 마지막 열쇠다. 다양한 데이터가 쌓일수록 배달로봇의 능력도 진화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아한형제들은 물론 국내 배달로봇 기업들은 대부분 주행 데이터 소유권의 독점을 원한다. 사실상 빅데이터에 따라 배달로봇의 자율주행 품질이 좌우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배달로봇 업체들이 실증 등을 통해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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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봇기업 '젠 로보틱스(Zhen Robotics)'의 배달로봇 '로보웨일.' [사진 = 젠 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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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와의 협업 시도에서 주행 데이터 소유권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과거 우아한형제들은 몇몇 배달로봇 업체와 협력을 논의했지만 데이터 소유권 문제를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로봇은 하드웨어(HW)만 있으면 무용지물"이라면서 "몇몇 업체는 배민 플랫폼에 종속되는 걸 우려해 우아한형제들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러자 우아한형제들이 중국 로봇기업과 계약하며 데이터 독점권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로봇기업도 있다. 대부분의 배달로봇 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 개발을 병행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기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로 성장한 우아한형제들이 결론적으로 배달로봇 시장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기술 유출 문제로 협업이 중단됐던 사례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국내 한 로봇기업과 배달로봇을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 문제가 불거지며 양사는 개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후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기업과 공동개발을 추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로봇 개발 선두주자이고, 배달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서라도 국내 로봇기업들과 함께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여러 모델이 있는 실내 서빙로봇은 LG전자 등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닫은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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