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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미워도 다시한번?"…한국인 올 상반기 20조 산 테슬라, 주가 오를 수 있나 [추적자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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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여러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나침반이자 등대가 되고 싶은 추동훈 뉴욕특파원 입니다. 서둘러 적응을 마치고 미국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뉴욕에서 처음으로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바로 테슬라에 대해 투자자 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8가지입니다.

바로 지난주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19일 AI데이를 개최해 로봇산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로봇개발을 선언한 전기차 회사의 운명, 어떻게 될까요? 월스트리트 리딩기업, '월리를 찾아서' 테슬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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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S/출처=테슬라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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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전히 1위지만…줄어드는 시장 점유율

전기차 세계 1위 기업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몇 대의 차를 팔았을까요?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테슬라는 올 상반기에 39만2000대의 전기차를 팔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같은 기간 18만1600대를 판 것에 비하면 2배가량 늘어난 것인데요. 그런데 시장 점유율은 작년 27.7%에서 22.2%로 5%포인트가량 떨어졌습니다.

즉 전기차 시장 전체가 커지며 판매량도 늘었지만 경쟁자들 도전 역시 거세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경쟁자들은 누구일까요? BMW나 벤츠, 포드, 도요타 같은 전통의 자동차 업체가 아닙니다.

2위는 GM과 상하이차, 우링이 합작한 상해GM우링입니다. 무려 19만19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1388%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죠. 이어 3위 역시 중국 자동차회사 BYD가 차지했고요. 4위와 5위는 폭스바겐과 그레이트월이며 이어 우리나라 대표 기업 현대자동차가 51만3000대를 팔아 6위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테슬라가 발표한 2020년 전기차 판매량은 49만9535대. 대충 비교해 보면 올 상반기에만 작년 판매량의 80%를 이미 팔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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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5/출처=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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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사람들은 더 이상, 테슬라를 가장 사랑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해외증권 거래액은 2612억달러, 약 300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죠.

이처럼 역사상 유례없는 해외투자 물결의 중심에 테슬라가 자리하죠.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은 여전히 테슬라입니다. 177억8000만달러, 한화로 약 20조원어치를 샀는데요. 근데 왜 테슬라가 가장 사랑받지 않냐고요? 그 추세 때문입니다.

올해 테슬라의 상반기 거래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7.8% 하락했는데요.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실제 1월부터 5월까지 해외주식 거래 1위를 지켜오던 테슬라는 6월, 그 자리를 AMC에 내주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주식 1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3. 롤러코스터 탄 테슬라 주가, 돈 벌 수 있을까?

올해 들어 왜 테슬라 주식의 인기가 떨어졌는지는 주가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여러분 정확히 1년8개월 전으로 돌아가 2020년 1월 3일, 테슬라 주가가 얼마였는지 아시나요?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바로 88.6달러였습니다. 그럼 2021년 1월 4일은요? 놀라지 마세요. 729.77달러입니다. 1년 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혁신의 아이콘이자 대세 성장주로 자리매김한 테슬라는 1년 새 거의 10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테슬라는 연초인 1월 8일과 25일 각각 880달러까지 오르며 1000달러 고지가 멀지 않았단 기대감에 휩싸였죠. 하지만 너무 많이 오른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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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테슬라 주가/출처=구글


이후 테슬라는 기나긴 조정장에 들어갑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상반기엔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으로 이슈 몰이에 나서며 CEO 리스크까지 발생했죠. 그 결과 5월 19일 테슬라 주가는 연중 최저가인 563달러까지 빠지면서 투자자들에게 멘붕을 안겨줬습니다.

5월 이후 서학개미들이 테슬라를 외면한 이유가 바로 주가 하락 때문이죠.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듯했지만, 현재 테슬라 주가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8월 2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테슬라 주가는 701.16달러입니다. 최고점 대비 80%까지 회복한 상황입니다. 물론 올해 초 주가보다 낮으니 연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실망으로 가득할 텐데요. 역사상 최고가를 향해가는 미국 주가에 비해 테슬라 투자자들의 마음에 답답함은 언제쯤 해소될까요?

#4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창업하지 않았다

'테슬라=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테슬라'.

모든 투자자는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를 동일시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요.

하지만, 사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테슬라는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공동창립한 회사입니다. 페이팔,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창업한 기업과 달리 머스크는 사실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였죠. 한데, 이게 볼수록 회사가 괜찮은 거예요.

그래서 지분을 더 늘려 최대주주로 등극하고,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등 경영 일선에 뛰어들죠. 창립자 마틴 에버하드가 CEO직을 맡기도 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인해 결국 쫓겨나고 머스크가 직접 CEO가 됐다는 사실,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결국, 기술과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위대한 경영자가 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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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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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동차에도 구독서비스가 있다고?

요즘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정기 결제 서비스로 영화나 드라마 보시는 분들 많으시죠?

또 MS365, 어도비 등 여러 소프트웨어 역시 월 결제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를 구독서비스라고 하는데요.

테슬라가 구독서비스를 한다? 알고 계셨나요? 테슬라는 지난 7월 18일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월 199달러에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자율주행기술을 구독한다? 무슨 말인지 감이 오시나요? 원래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은 하나의 자동차 옵션으로 판매됐습니다. 왜 선루프 달고 내비게이션 달면 300만원 추가 뭐 이렇게요. 근데 그 자율주행기술 옵션이 막 900만원이 넘고 그래서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었죠. 이런 와중에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기술을 월 20만원가량에 구독해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죠.

자율주행기술은 1~5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5단계는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히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기술이고요. 현재 테슬라의 기술은 2~3단계로 평가받습니다.

만약 고객이 자율주행기술 구독서비스에 가입하면, 향후 자율주행기술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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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기술/출처=테슬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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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새 차가 나오면 최신 기술이란 게 시간이 지나면 또 옛날 기술이 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신기술을 적용받죠? 맞습니다. 차를 새로 사야죠. 근데 테슬라는 새로 차를 안 사도, 새 차에서 쓸 수 있는 최신 자율주행기술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제공해주겠다는 거예요.

뭐로? 바로 구독서비스로 말이죠. 고객 입장에서 한 번에 큰돈 들지 않아 구입에 부담도 적고, 근데 계속 차에는 최신 자율주행기술이 업데이트되고, 메리트가 있는 거죠.

테슬라 역시 차를 팔아 돈을 남기는 게 아니라 이런 소프트웨어 유료 구독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인 거죠.

구독 모델이 잘 정착한다면 굳이 차량 판매가 많지 않더라도 기존 고객들만 잘 지킨다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좀 비유해 보면, 통신사들이 막 보조금을 뿌려서 스마트폰은 값싸게 제공하고 통신요금으로 돈을 버는 것처럼 테슬라도 차량 가격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계속 월 정기결제를 유도해서 돈을 벌겠다는 겁니다.

어때요 그럴듯하죠?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역시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러한 테슬라의 구독모델이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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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AI데이/출처=테슬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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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테슬라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닙니다. 아니 전기차 파는 회사인데 왜 자동차 회사가 아니냐고요? 원래 테슬라의 사명은 테슬라 모터스였죠. 근데 머스크는 2017년 사명에서 모터스를 빼고 테슬라로 바꿔버립니다. 즉, 우리는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란 것을 천명한 것이죠.

실제 테슬라는 태양광, 전기배터리 사업 등 여러 사업을 병행하고 있죠. 그랬던 테슬라가 이번에는 로봇산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8월 19일 테슬라는 'AI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했어요. 머스크는 이날 반도체 D1, 슈퍼컴퓨터 도조, AI로봇 테슬라봇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자동차업체들이 로봇 사업에 뛰어드는 게 처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현대차 역시 올해 6월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에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죠.

로봇산업은 향후 자율주행기술이 무르익으면 사람을 대신해 운전하고, 물류 현장에서 일하고, 교통 약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자동차회사가 로봇기술에 뛰어드는 이유기도 하죠. 또한 뛰어난 AI 기술은 자율주행과 로봇에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핵심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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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테슬라봇/출처=테슬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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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이날 인간의 지루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것이라며 2022년 시제품을 선보이겠단 포부를 밝혔죠. 이제 자동차를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겠단 것인데요. 혁신의 아이콘, 머스크가 그릴 로봇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단 비판부터 두루뭉술한 큰 그림만 보여줄 뿐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술에 대한 기대가 없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죠.

미국 CNBC는 "일론 머스크의 발표는 예정된 일정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죠.

이러나저러나, 테슬라가 로봇산업에 뛰어든다니까 괜히 기대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7.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10%를 넘기다

테슬라는 2019년 3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2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11%를 달성했습니다.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돈을 벌지 못해 불안함을 줬던 테슬라, 이제는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번 2분기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은 무려 28.4%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를 압도했습니다.

현대차의 자동차 영업이익률은 4.6%에 불과합니다.

특히 모델3와 Y를 중심으로 거둔 성과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테슬라가 더욱 성장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큰 이유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충성 고객에 기반한 구독서비스의 안착과 AI, 로봇 등 신성장 사업이 제대로 자리매김한다면, 하루하루 주가 변동성에 흔들릴 필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천재 경영자와, 혁신과 성장의 아이콘 테슬라의 만남.

올해 테슬라 주식은 참 어려운 숙제이긴 하지만 이 어려움을 잘 넘긴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알다가도 모를 미국 주식의 세계, 월리를 찾아서, 다음 시간에 더 알찬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추동훈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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