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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인공지능 로봇 친구 삼은 독거노인 “이젠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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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원시, KT와 손잡고 ‘AI 케어로봇’ 통한 돌봄 서비스 실험
안전사고·응급상황 예방에 특화…정서적 충족감 제공도 목표
“돌봄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인력 보조 기대”

경향신문

지난 25일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사는 박정순씨가 ‘AI 케어로봇’ 다솜이를 통해 음성통화를 하고 있다.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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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색했지.”

지난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사는 박정순씨(72)가 TV 앞에 놓인 ‘다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솜이는 KT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AI 케어로봇’이다. 축구공 정도 크기로, 연두색 본체에 터치스크린이 달려 있다. 박씨가 이 낯선 로봇과 친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트로트가 매개가 됐다. 유튜브와 연계해 원하는 영상을 검색·재생해줘서 TV 볼거리가 없을 땐 “라디오 삼아, 벗 삼아 다솜이를 찾는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며 돌봄 취약계층의 고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가 KT와 손잡고 AI 로봇을 통한 돌봄 서비스 실험에 나섰다. 수원시는 이날 연무동 250가구에 AI 케어로봇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연무동은 노인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화 지역으로, 대상이 된 250가구 중 198가구가 독거노인 가구다. 기기와 통신비는 수원시가 3년간 무상 지원한다.

AI 로봇은 콘텐츠 재생뿐만 아니라 복약 시간 알림 기능, 보호자와의 영상통화를 통한 안부 확인 기능, 긴급상황 발생 시 신고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집에 혼자 있는 노인의 안전사고·응급상황 사전예방에 특화됐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1시간 단위의 모니터링을 통해 노인의 움직임·얼굴을 인식하고, 얼굴이 4회 이상 감지되지 않을 경우 생활관리사나 보호자에게 응급전화를 하도록 설정됐다. 노인이 ‘살려줘’ ‘도와줘’ ‘죽고 싶어’ 등 긴급 음성을 보내는 경우에도 전화가 울린다.

연무동에 보급된 AI 로봇의 모니터링은 장안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치매안심센터가 담당한다. 심야, 주말 등 보건소나 보호자가 응급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는 KT 24시간 관제시스템이 직접 대응을 한다. KT 관계자는 “침대에서 낙상했던 노인의 얼굴이 감지되지 않자 AI 로봇이 119를 불러 구조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와 KT 측은 “로봇 하나로 돌봄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돌봄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상황에서 AI 로봇이 하나의 ‘보조기구’로 이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안구보건소 관계자는 “AI를 통해 위급상황에 폐쇄회로(CC)TV처럼 영상을 볼 수 있어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노인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인력이 많이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AI 케어로봇은 기존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넘어 정서적 충족감까지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인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질문을 하는 등 농동적인 대화가 가능한 말벗 기능이 추가됐고, 접촉을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로봇의 ‘머리’ 뒷부분을 쓰다듬으면 기능이 종료되고, 본체 좌우 ‘귀’를 만지면 음향 크기가 조절되는 식이다. 사용자가 “친구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이를 인지한 로봇이 다른 사용자를 무작위로 연결해줘 친목을 형성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정대균 KT AI로봇사업단 부장은 “수원시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AI 케어로봇 보급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 한다”며 “노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 노동자는 부족한 현 상황에서 AI 로봇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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