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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기준금리 인상, 최대 뇌관 가계부채엔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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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의 가장 위험요소인 가계부채, 주택 등 자산가격의 급등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고 있지만,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금리 인상 시점을 실기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일단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히 함으로써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는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금리 수준이 낮은 수준이어서 추가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금통위 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경제 주체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좀 낮추게 되기 때문에 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다만 집값에는 정부 정책, 수급상황, 향후 가격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다른 정책이 같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서는 “너무 서두르지도, 너무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답했다.

실제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이후 증가의 ‘속도와 규모’가 몹시 빨랐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빚은 1805조9000억원까지 불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77조9000억원이 늘었는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집값 급등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17% 올라 6월(1.04%)보다 오히려 상승 폭이 커졌다.

이같은 불균형이 누적되면서 전문가들도 대부분 금리인상이 ‘고통스럽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와 시중은행등이 대출 한도를 줄이고, 일부 상품은 아예 취급을 중단할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풍선이 터질 정도로 부풀어 오른 상황인데, 완전히 터지는걸 막기 위해서는 좀 눌러서 바람을 빼는 것이 맞다”면서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금리를 올리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 가격에 조정이 올 정도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갈 경우, 코로나19 이후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같은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지원이 더 세심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 총재 역시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차입이 많은 가계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은 당연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타게팅해서 집중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도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소장은 “당장의 운전자금이 필요한 분들이 고금리 시장으로 몰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단 만기를 연장해주고, 필요하다면 특정 계층에 대해서는 금융지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한국경제가 ‘부채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미 부채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려서 금리를 올릴 경우 소비나 투자가 위축되고, 따라서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부채의 함정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가계부채의 덫에 미국은 정부부채의 덫에 빠진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미 한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버블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생활인들의 어려움만 가중되는 것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총재는 “경제 주체들의 이자부담 능력이라든가, 소비 여력, 가계의 저축 정도를 감안하면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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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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