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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백과사전 280] AIG여자오픈 코스 카누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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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번을 건너는 다리의 카누스티 로고와 그 뒤에 호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마지막 메이저인 AIG여자오픈(총상금 580만 달러)을 개최하는 스코틀랜드 카누스티골프링크스는 대회의 명성을 쌓아온 곳이다.

던디 공항에서 40여분 거리 앵거스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올드 톰 모리스와 제임스 브레이드의 설계로 1842년 개장했다고 기록되지만, 1560년에 골프를 즐긴 비공식 기록이 전해진다.

카누스티의 클럽 로고를 보면 잎이 무성한 나무에 세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가는 모습이다. 전설에 따르면 1010년경 스코틀랜드 왕 말콤 11세가 스칸디나비아 카무스 장군의 침략군을 몰아내자 노르웨이의 신들이 저주를 걸어 까마귀 떼를 보냈다고 ‘까마귀둥지(Crow’s Nest)’를 썼고 그 발음이 변해서 카누스티로 변했다고 한다.

남녀 국제 대회를 개최하는 챔피언십 코스 옆으로 퍼블릭인 번사이드(Burnside), 부돈링크스(Buddon Links)까지 합치면 카누스티는 54홀 콤플렉스다. 유명한 골프 명소라서 5층의 흰색 골프 호텔이 1번 홀 티 박스와 18번 홀 그린 뒤로 위용있게 서 있다. 여행자들은 여기서 숙박하며 골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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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장 방 드 벨트가 번에 들어가 물에 잠긴 공 앞에 서 있다.



이 코스는 1931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무려 8회에 걸쳐 디오픈을 개최한 명소로 더 유명하다. 그중 1999년 디오픈이 가장 인상적인 스토리를 남겼다. 3타 차 선두로 마지막 홀에 오른 프랑스의 쟝 방 드 벨드는 더블 보기만 해도 우승하는 상황에서 그린 앞을 흐르는 배리 번 개울에 공을 빠뜨렸고 거기서 러프와 벙커를 헤매다가 트리플 보기를 했고, 폴 로리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혼이 나간 채 연장전에 나간 쟝은 시드도 없이 예선을 거쳐 출전한 스코틀랜드인 로리에게 맥없이 패했다.

이후 2007년에는 패드레이그 헤링턴(아일랜드)이 7언더파 277타를 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의 연장전 끝에 제압했다. 2018년에는 프란시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8언더파 276타를 쳐서 케빈 키스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잰더 셔필리(미국)를 2타차 공동 2위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 코스는 유러피언투어 알프레드던힐 링크스챔피언십의 무대이기도 하다. 2001년 시작된 이 대회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킹즈반스까지 아울러 매년 세 코스를 돌며 경기를 치른다. 유러피언투어에서 가장 상금이 높은 대회 중 하나이고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프로암 방식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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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여자오픈 트로피와 호텔. [사진=LET]



카누스티는 디오픈 순회 개최지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1999년 디오픈에서 4라운드를 마쳤을 때 공동 선두의 스코어는 6오버파 290타였다. 1931년 토미 아머는 8오버파 296타로 우승했다. 가장 좋은 성적은 톰 왓슨이 9언더파 279타로 우승한 1975년이다. 한 라운드 베스트 스코어는 2007년 던힐링크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피터 오말리가 기록한 64타다.

코스 공략이 얼마나 어려운지 ‘카누스티 효과(Carnoustie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유수의 선수들이 자신만만하게 코스에 도전했다가 형편없는 스코어를 내면서 느끼는 좌절감과 패배감을 뜻한다고 한다. 수많은 팟 벙커들이 공포심을 자아내고 수많은 시냇물이 종횡무진 누비는 가운데 황량한 관목들이 펼쳐져 있어,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중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18번 홀’이라는 18번은 에스(S)자 모양의 개울인 배리번을 두 번 건너야 하는 444야드 파4홀이다. 드라이버 샷이 떨어지는 지점으로 번이 휘돌아나간다. 조금이라도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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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5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나선 김세영. [사진=LET]



처음 나오는 파5(512야드)인 6번 홀은 ‘호건의 오솔길(Hogan’s Alley)’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왼쪽으로 아웃오브바운즈(O.B.) 펜스가 있고 페어웨이 가운데 벙커 사이로 드라이버 샷을 해야 한다. 1953년 탑승전에 벤 호건은 과감하게 그 라인으로 4일 내내 볼을 보내 클라렛 저그를 들어올렸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자동차 사고를 겪고도 메이저를 우승한 영웅 스토리를 남겼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리비에라 등 그가 우승한 대회 코스들에도 그런 별칭이 붙어 있다.

링크스지만 코스 안에서 바다를 접하기는 어렵다. 대신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비바람이 홀 공략을 어렵게 한다. 드라이버 샷을 힘껏 날려도 막히는 날씨가 큰 핸디캡이다.

한편 여자 대회로서도 이 코스는 메이저 무대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려 청야니가 16언더파 272타를 쳐서 우승했다. 2,3라운드 연속 6언더파 66타를 쳐서 가능했다. 공동 7위를 한 박인비는 2라운드 8언더파 64타로 레이디 코스 레코드를 가지고 있다. 올해는 AIG여자오픈이 열려 김세영이 무빙데이에서 8위로 마쳤다. 가장 좋은 성적은 안나 노르퀴스트의 7언더파 65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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