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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로봇 소녀팀, 지금 내가 갈게” 美 엄마 학자, 10명 극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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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간 로봇공학팀 ‘아프간 드리머스’ 소속 학생 10명이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 앨리슨 르노(60) 덕에 카불을 탈출해 카타르 도하에 무사히 도착했다./Allyson Reneau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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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자이자 2남 9녀의 자녀를 둔 어머니가 아프가니스탄의 ‘소녀 로봇팀’을 구조한 사연이 전해졌다.

19일(현지 시각) NBC뉴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프간 로봇공학팀 ‘아프간 드리머스’ 소속 학생 10명이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 앨리슨 르노(60)덕에 카불을 탈출해 카타르 도하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2년 전 미국에서 열린 ‘인간을 화성으로’라는 학회에서 딱 한 번 만난 르노와 아프간 드리머스팀 학생들은 이후 꾸준히 교류하며 지내왔다. 해당 팀은 14세~19세 사이 여학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던 르노는 아프간 소식을 듣고서 학생들을 구출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르노는 하버드대에서 국제관계학과 우주 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비영리기구 ‘화성 탐사(Explore Mars)’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 3일 아프간 소식을 접하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소녀들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소녀들을 구출하기로 마음 먹고 직접 카타르로 갔다.

르노는 우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짐 인호프 의원에게 연락을 했으나 그는 이미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들의 철수와 관련해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그는 예전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카타르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그곳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르노와 친구는 그후 밤을 새워가며 학생들이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서류작업을 완료했다. 르노는 당시 “아주 작은 기회만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아프간 드리머스팀 학생 25명 중 10명이 무사히 카불을 탈출하게 됐다. 르노에 따르면 학생들은 미국 내 안전한 곳에 도착했고, 고등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다.

르노는 “2주간의 노력 뒤에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며 팀의 남은 학생들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녀들은 ‘스스로’ 구출된 것이다”라며 “그들의 용기와 노력이 없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갇혀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간 드리머스팀은 2017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 로봇공학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3월 코로나 대유행 중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주지사의 지휘 아래 저비용 인공호흡기 설계에도 참여한 바 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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