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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5·18 알린 日작가 도미야마 별세…김지하·위안부 소재 작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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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쟁 책임 추궁·권력 비판하고 고통받는 민중에 주목

연합뉴스

도미야마 다에코 (2021.6.28)
[도미야마 다에코 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알린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 씨가 별세했다고 유족이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향년 100세.

고인의 작품을 전시 중인 연세대 박물관의 전날 발표에 의하면 도미야마는 18일 오후 3시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1921년 일본 고베(神戶)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중국 만주 지방에서 보낸 도미야마는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을 여행한 경험 등을 토대로 고통받고 억압받는 민중의 삶에 주목하는 작품을 다수 남겼다.

특히 5·18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알리거나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작품 활동에 천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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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피에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미야마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 연작 판화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1980년 5월 광주'를 만들어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과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시를 돌며 전시했다.

희생자 앞에서 오열하는 치마저고리 차림 여성의 모습을 담은 유명한 석판화 '광주 피에타'도 도미야마가 광주에서 벌어진 참극을 알리고자 만든 작품이다.

광주 피에타는 폴 슈나이스 목사를 통해 독일로 보내졌고 이를 바탕으로 1981년 달력이 제작돼 일본과 광주에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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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문한 도미야마 다에코 (1995.7.21)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미야마는 이에 앞서 1974년 김지하 시인을 주제로 한 판화 작품집 '묶인 손의 기도'를 제작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이로 인해 1978년부터 15년가량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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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야마 다에코가 가지고 있던 5·18기록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70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소녀 시절 중국에서 연을 맺은 한국 친구들을 재회한 도미야마는 식민지 지배가 한민족에게 어떤 고통을 안겼는지를 실감했다.

이런 경험은 '바다의 기억'(1986년) 시리즈 등 일본의 전쟁 책임을 추궁하는 일련의 작품을 제작하는 밑거름이 됐다.

바다의 기억에는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들의 이미지와 전쟁터에서 짓밟힌 여성의 몸뚱이가 형상화돼 있다.

고인은 올해 6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매우 진지하게 임했다"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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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박물관서 도미야마 다에코의 '기억의 바다로' 전시
(도쿄=연합뉴스) 연세대 박물관에서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한국 정부로부터 최근 국민포장을 수상한 도미야마 다에코의 기획전 '기억의 바다로 :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애초 6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었으나 8월 말까지로 2개월 연장했다. [연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미야마는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구한 마나베 유코(眞鍋祐子) 도쿄대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저의 그림이 당도한 주제도 역시 정의를 위해 목숨 바친 열사나 말없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한'(恨)을 그리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 박물관에서는 고인이 제작한 유화, 판화, 콜라주, 스케치, 영상 등 약 170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기억의 바다로 :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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