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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저희가 계속 지켜야죠" '위안부 기림의 날' 소녀상 지키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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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소녀상 '테러' 여전

일부 보수단체 소녀상 찾아 조롱도

청년들, 연좌 농성하며 소녀상 지키기도

정치권 한목소리로 피해자 회복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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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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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윤슬기 기자]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 이후 30주년을 맞는 것이라 감회가 남다르죠"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만난 '반일행동' 소속 회원 20대 남성 김 모 씨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30주년 소감에 이같이 말했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다.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일본군의 위안소 설치와 한국 여성들에 대한 강제 동원 사실을 처절하게 국제 사회에 고발했다.

이에 2012년 제11차 아시아연대 회의는 8월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2018년부터는 한국 정부 역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소녀상에 대한 폭력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보수단체가 소녀상이 있는 현장을 찾아 조롱과 모욕을 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열리는 관련 전시회의 경우 관계자들이 아예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20대 청년들이 소녀상 인근에 모여 매일 같이 농성하는 이유다.

이날 찾은 소녀상 뒤에는 '매국적 한일합의 폐기! 전쟁범죄 사죄배상!민족반역 무리청산!'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함께 '철야농성 2054일차 연좌 농성 417일차'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철야농성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졸속 처리에 반발하면서, 연좌농성은 작년 6월 한 보수단체가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반대시위를 연다는 데 반대하면서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소녀상 인근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곳곳에 위치한 경찰과 '자유'라고 적힌 보수단체의 천막 때문인지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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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옆 농성장에 있는 일본을 향한 사죄 촉구의 조형물.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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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받은 거 아니냐. 소녀상 철거하라" 소녀상에 조롱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반일행동' 단체 회원 김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많은 시민들께서 소녀상을 보러 오신다"면서도 "지금은 코로나 4단계 격상된 상태라 많이 모이지 못해서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철야농성을 시작한지 2054일인데, 농성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했다. 이와 관련한 행사도 진행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농성장에는 단체에 소속된 회원과 함께 자발적으로 찾아와 소녀상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는 시민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김 씨는 연좌 농성 관련 어려운 상황에 대해 "연좌농성을 417일째 진행 중이다. 코로나 문제로 소녀상 근처에 1인씩 떨어져 앉아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면서 "작년부터 소녀상을 침탈하거나 공격하려는 등 "철거하라"라고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등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소녀상과 우리를 묶고 앉아 연좌 농성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에는 보수단체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최근에는 '수요집회' 때만 온다. 이외에는 보수단체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와서 "돈 받은 거 아니냐. 소녀상을 철거하라"라고 말하고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충돌은 항상 있는 편"이라면서 "우리는 알아서 소녀상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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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인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공간.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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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상 테러 어제오늘 일 아냐…일본서 극우세력 협박도

김 씨의 고단한 설명 그대로 소녀상에 대한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23일 보수성향으로 추정되는 시민들과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집회 참가자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두 단체 소속 회원들이 일순간에 몰려 일부 회원들은 몸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당시 '반아베반일청년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은 보수단체에 자리를 비켜줄 수 없다며 이날 자정부터 소녀상 주변 2m 반경에 둘러앉아 소녀상과 자신들의 몸을 밧줄로 묶고 연좌농성을 하는 등 긴급행동에 들어갔다.

그런가 하면 일본 오사카시의 전시장에서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소녀상 등을 보여주는 '표현의 부자유전 간사이' 행사 역시 극우세력의 협박을 받은 바 있다.

7월16일자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우익 세력은 우편물을 전시장으로 보내 "(전시회를 강행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경고한다"며 "전시 시설의 파괴, 인적 공격을 포함한다"고 위협했다. 협박문은 소녀상 등의 전시 계획에 불만을 품은 극우 세력이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 7월6일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현지 시민단체가 소녀상을 선보이는 비슷한 전시회를 개막했으나 중간에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든 우편물이 협박문과 함께 배달되면서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

2019년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표현의 부자유전'이 개최됐을 때도 우익의 항의와 테러 위협으로 3일 만에 전시가 중단된 바 있다.

◆ 문 대통령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란 국제사회 원칙 지키겠다" 여야, 한목소리로 피해자 회복 강조

소녀상에 대한 일종의 테러가 지속하는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아베신조 일본 총리 비판 영상을 중국어 버전으로 제작해 유튜브 등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서 교수가 공개한 45초 분량의 영상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발언과 네덜란드 외무장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 등을 넣은 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세계 반응을 전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등장한 아베 전 총리의 발언 동작 부분에 "일본이 국가적으로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던 그의 망언을 실제 목소리로 담아 일본을 강하게 질타했다.

중상(中傷)은 '근거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한다'는 의미로, 아베 총리는 일본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셈이다.

서 교수는 "일본 정부에서는 전 세계로 퍼지는 위안부 소녀상의 설치를 저지하려고 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늘 감추려 하기에 영상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뜻을 모았다.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열린 영상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이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란 국제사회의 원칙과 규범을 확고히 지키겠다"며 "한일 양국과 세계의 젊은이들이 피해 할머니들의 삶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이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행위임을 다시금 천명한다"며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공식 사죄와 역사교육 등 국가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진상규명, 명예 회복에 더해 위안부 운동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피해자 지원은 물론 역사적·법적 사실 규명과,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용기를 낸 피해자들을 기리고,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면서 "정부는 국익을 위한 대일 외교 노선을 공고히 하되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죄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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