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배달 후 별점테러 당한 식당. <사진출처=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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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혜 기자의 생생유통]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크게 늘면서 이와 관련해 이른바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를 막기 위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앱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음식이 아닌 생수만 주문한 뒤 별점 테러와 더불어 터무니없는 리뷰를 남긴 한 주문자를 두고 공분이 일었다.
'송탄 말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난 7일 생수 24병을 주문받았다는 한 식당의 사연이 올라왔다. 식당 주인인 A씨는 "요즘 배달 업종은 다 리뷰로 먹고산다"며 "음식에 하자가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겠는데 생수를 시켜놓고 싱겁다? 매너 좀 지키라"고 했다.
식당 주인이 올린 생수 24병 영수증. <사진출처=페이스북> |
공개된 사진에는 실제로 생수 24병을 주문한 영수증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 사진에는 별점 1점과 함께 "너무 싱거워요"라는 리뷰가 쓰여 있었다. 주문 메뉴는 '생수'로 적혔다.
해당 게시물에는 댓글이 1000여 개 달렸다. 대다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생수에 간이라도 해야 했나" "자영업자들 요새 힘든데 왜 이러는 거냐" "별점 테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등 분노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 배달 음식 리뷰 <사진출처=트위터> |
지난 6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목장갑 이슈와 사장님 답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배달 앱을 통해 김치찜을 주문한 B씨는 리뷰에서 "(음식 속 내용물이) 건두부인 것 같았는데 살펴보니 목장갑이었다"며 "목장갑이 왜 여기에 들어 있느냐. 처음에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다 토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첨부해 올린 사진에는 실제로 양념이 묻은 목장갑이 음식 속에 있었다. 사진만으로는 목장갑이 음식 속에 들어간 경위를 파악하기 힘들다.
해당 리뷰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본인을 음식점 사장이라고 소개한 C씨는 "4개월 전 일하던 도중 음식에 목장갑이 있다는 리뷰가 올라와 정말 놀랐다"며 "내가 봐도 말도 안 되지만 매장에서는 절대 장갑을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씨는 해당 리뷰를 지워 달라고 배달 앱 업체에 요구했지만 "손님 리뷰이기에 지워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벌어진 일명 '새우튀김 환불 사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의 한 분식집에서 배달 앱으로 새우튀김을 주문한 소비자가 불만을 표하며 환불을 요구했다가 이에 응대하던 점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별점과 리뷰 때문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별점과 리뷰를 기준으로 식당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워낙 많아 신경을 쓰지 않으려야 안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김 모씨는 "별점과 리뷰가 한 건 한 건 올라올 때마다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며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테러에 가까운 별점과 리뷰가 올라오면 너무 속상해서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배달 중인 배민라이더스의 모습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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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12일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로부터 입점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협약을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맺었다. 이에 따라 쿠팡이츠는 기존에 운영하던 입점 업체 보호 전담 조직을 '스토어운영지원팀'으로 확대 개편한다.
또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상시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리뷰 조작을 근절하고자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허위 리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허위 의심 리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민은 전담 조직을 두고 모든 리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9년에는 허위 의심 리뷰 약 2만건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에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 의심 리뷰를 13만여 건 차단했다.
하지만 악용 사례를 완전히 근절하기 어려운 만큼 차라리 별점과 리뷰 같은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오히려 사용자 혼란을 부추기고 자영업자를 힘들게 한다면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근거에서다.
실제로 네이버는 가게 리뷰에 '별점'을 빼고 '키워드'를 추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악의적 이용자 때문에 소상공인이 피해를 본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별점 리뷰는 내년 초 완전 폐지할 예정이다. 그 대신 '재료가 신선해요' '디저트가 맛있어요' 등 문구 가운데 방문 경험에 가까운 것을 고르는 '키워드 리뷰'를 3분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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