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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김민석의 Mr.밀리터리] 인공지능과 무인로봇 , 공세적 전략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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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나온 미래국방혁신안

요격용 레이저 등 첨단기술 구비

우주ㆍ사이버 전략사령부도 창설

구식 개혁하다 미국에 10년 뒤져

복지부동 방사청, 대변신 시급해

1346년 8월.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브르타뉴 계승 문제를 두고 역사적인 결전을 벌였다. 잉글랜드군을 이끈 에드워드 3세는 프랑스 노르망디에 상륙한 뒤 파리를 침공했다. 이에 대응한 필립 6세는 프랑스군을 이끌고 프랑스 북부 크레시에서 에드워드 3세와 대치했다. 당시 잉글랜드군은 1만∼1만5000명이었으나, 프랑스군은 2만∼3만 명으로 우세했다. 결과는 프랑스의 대패였다. 잉글랜드군의 장궁(長弓)이 결정적이었다. 잉글리쉬 롱보우라는 잉글랜드군 장궁은 활의 길이가 2m인데 90m 이상 날아가 프랑스군의 철갑을 뚫었고, 말을 쓰러뜨렸다. 프랑스군은 전투도 제대로 못 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 진주한 왜군은 육지에선 파죽지세였지만, 바다에선 연전연패였다.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군 함선인 판옥선마다 20문가량 장착한 천자총통 등 대포의 사거리는 900m 정도였다, 그러나 왜군 함선의 대포는 기껏 2∼3문뿐이었고, 조총 사거리는 50∼100m였다. 이순신은 왜군 함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포를 퍼부었다. 한산대첩 등에서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이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은 이라크군을 완전히 제압했다. 미군은 이라크군 위치를 먼저 파악해 정교하게 공략했다. 미군 작전은 이라크 부대에 비대칭적 시간차 공격으로 이뤄졌다. 이라크군은 피해를 판단하기도 전에 또 공격을 받았다. 공격이 반복되자 이라크군엔 마비 현상이 생겼고, 전투 의지는 무너졌다. 미군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관측→판단→결심→전투 시행’ 등 전투 사이클을 신속하게 돌렸다. 반대로 이라크군은 미군의 위치 파악도 못 했고 의사결정은 더 느렸다.

선진국, 신기술로 군대 혁신 중

전쟁은 무기와 전투방식의 혁신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군사 강국들은 급속하게 발전한 군사과학기술로 군대를 완전히 개조하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드론·정보통신·양자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레이저ㆍ스텔스 등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다. 기존의 무기와 전투방식으로는 전쟁 승리는 고사하고, 국토방위도 기약할 수 없다. 전쟁에서 자국의 군인과 국민만 희생시킬 뿐이다.

실제 미국은 미 본토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영역에서 AI-무인전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지능화된 기술군을 목표로 AI와 양자 등을 군에 집중 도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지시로 2025년까지 독립적으로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전투부대를 창설한다. 일본도 미국 등 도움으로 무인전투기를 개발해 2035년부터 배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유인전투기 1대와 무인전투기 3대가 한 팀으로 공중작전을 벌인다. 핵무기와 미사일만 믿는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의 모든 나라가 군대를 혁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 국방부가 2009년 폐기한 국방개혁 방식을 아직도 추진 중이다. 이른바 문재인 표 ‘국방개혁 2.0’이다. 이런 국방개혁으로는 국방부가 목표로 하는 능동적 방위전략을 실현할 수가 없다. ‘능동적 방위’란 방어와 경쟁으로 확전을 억제하지만, 필요시엔 공세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군은 공세적 개념의 능동적 방위전략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인구 절벽으로 우리 군은 조만간 총병력 40만 명을 채우기 힘들어진다. 미군이 AI-로봇전투체계를 갖추면 한ㆍ미 연합훈련 자체도 어려워진다. 한ㆍ미군의 수준 차가 너무 커서다. 이런 식으론 북한 핵ㆍ미사일 대처도 어렵거니와 주변 강대국을 견제할 수 없다.

국방개혁 2.0으로는 미래 담보 못 해

그래서 국방부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말 미래국방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국방개혁 2.0으로는 미래 안보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혁신안은 한국군이 AI와 무인전투체계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작전능력을 갖는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는 국방 무인체계 발전 마스터 플랜과 중장기 로드맵을 연말까지 작성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국방비전 2050’을 세우고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도 비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런 비전의 일환으로 우주ㆍ사이버ㆍ미사일을 통합한 전략사령부를 창설키로 했다. 적이 우리 상공에 접근조차 못 하게 하는 ‘지능형 통합공중방어체계’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수백㎾급 레이저 무기를 10년 내 개발하는 등 첨단 요격체계와 원거리 감시체계도 갖는다. 또 자율ㆍ지능화된 유인 및 무인 복합전투체계도 개발한다. 전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극초음속 및 초장사정 미사일, 레일 건, 생체 모방 로봇, 스텔스 전차와 무인전투기, 전투 로봇, 스마트 전투복, 양자기술 등과 같은 게임체인저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방부의 구상은 방위사업청으로 이어졌다. 국방부가 아무리 게임체인저 무기를 가지려 해도 방사청이 뒷짐 지고 있으면 그만이다. 새로운 첨단무기는 방산업체로는 불가능하다. AI와 로봇·양자 등 핵심기술 전문가는 대부분 민간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 국방부도 AI 기반의 무인전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민간 업체와 연구소에 과제를 배당하고 있다. 개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방사청은 방위사업 비리를 일소하기 위해 태어난 기관이다. 도전보다 복지부동과 폐쇄적 풍조가 깔려있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기술과 무기 개발은 피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실제 방사청이 최근 완료한 국방기술 개발 340여 건 가운데 실패는 단 1건뿐이다. 개발 성공률이 99% 이상이다.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수행했다는 얘기다. 기술수준이 높은 미국도 성공률이 80%다. 우리 국방과학기술 개발에서 도전정신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 방사청이 복지부동 풍조를 고쳐보겠다고 한다. 개발 난이도가 큰 기술을 ‘초일류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올 하반기부터 도전해보겠다는 것이다. 방사청 최호천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은 “5년 이내에 시제품 형태라도 실제 환경에서 운용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엔 무기 개발에 평균 10년 걸렸다. 성실하게 연구했는데도 실패하면 용인하겠단다. 그렇지만 두고 볼 일이다.

중앙일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첨단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6월 신설한 국방기술우주센터 조직도.[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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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우주기술센터, 첨단기술 연구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방사청은 국방과학연구소에 국방우주기술센터를 지난 6월 신설했다. 이 센터는 미사일연구원과 국방첨단과학기술연구원, 국방시험연구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방우주와 인공지능, 사이버와 네트워크, 레이더와 전자전, 화학과 바이오, 첨단 소재와 에너지 등을 연구한다. 방사청은 이 센터에서 연구하는 기술은 신속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해 단기간에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민간에서 개발했거나 사용 중인 무기와 장비도 신속하게 구매해 군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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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학기술원 창업기업 (주)케이넷츠가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퇴치시스템. 레이더와 연동된 안티드론 통합솔루션으로 방위사업청이 지난 6월 신속획득제도를 통해 전격 도입키로 했다.[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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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례로 지난 6월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소속 창업기업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대응솔루션을 신속획득방식으로 구매했다. 레이더파 반사면적이 0.01㎡인 초소형 드론을 8㎞ 밖에서 탐지(선진국은 7㎞)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국내산 상용 스마트폰을 과감하게 도입해 2∼3년 안에 군이 운영키로 했다. 방사청 무인사업부 배현우 중령은 “신속획득체계를 적용하면 지금보다 3∼6년 빨리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군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은 환영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현 정부 말에서야 혁신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국방개혁 2.0에 쏟은 수십조 원의 투자비와 노력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미래국방혁신 추진은 다음 정부에서나 가능하다. 그 숙제를 차기 정부로 떠넘긴 셈이다. 혁신 내용은 군대를 완전히 재구성해야 하는 수준이다. 고도의 기술과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민간 기술과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더구나 미국도 10년이나 고민해 공개한 것을 우리 국방부는 1년도 안 돼 만들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고 걱정도 앞선다.

중앙일보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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