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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1시간에 샐러드 150인분 '뚝딱'…배달앱 맛집 랭킹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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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바꾸는 라이프테크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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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천동에 자리한 아보카도랩에서 로봇 키친이 고객 주문에 따라 재료를 골라 담는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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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10평가량의 주방 공간. 샐러드 볼푸드(MZ세대가 주로 즐기는 통에 담는 음식 메뉴) 주문이 들어오자 컨베이어벨트에 종이접시가 투하됐다. 이 접시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손질되는 형형색색 채소와 소스들이 컨베이터벨트 상단에 설치된 각각의 배출구에서 레시피 정량에 맞게 투입됐다. 로봇팔이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고기를 꺼내 접시 안 재료들 위에 올려주자 조리가 끝났다. 1시간에 150인분의 볼푸드 조리를 소화할 수 있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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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주방 스타트업 아보카도랩이 개발한 모듈형 조리 로봇이 들어선 주방 풍경이다. 아보카도랩은 샐러드뿐 아니라 치킨, 피자, 햄버거, 덮밥, 누들, 음료 등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메뉴에 적용 가능한 로봇 개발을 마쳤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로봇이 어엿한 '요리사'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로봇이 똑똑해지면서 조리 솜씨도 늘고 있다. 아보카도랩이 로봇에 적용하는 모듈은 튀기기, 굽기, 삶기, 재료 투입과 같은 일련의 작업 단위를 가리킨다. 이들 모듈만 조합하면 로봇 하나로 다양한 메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AI를 접목하면 배달 일정에 맞게 주문 처리 순서를 알아서 판단하고, 식재료 위치를 비롯한 주방 환경도 식별할 수 있다. 식재료 정량과 익힘 정도처럼 레시피에 따른 일관성 있는 조리도 가능하다. 아보카도랩은 지난 1년 동안 관악구에서 로봇주방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달 말 70평으로 넓힌 역삼점에 정규 딜리버리 매장을 오픈한다. 이곳에는 샐러드 스타트업 스윗밸런스를 포함해 요구르트나 파스타를 만드는 업체까지 10~20가지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김범진 아보카도랩 대표는 "시범 매장 운영 당시 로봇이 메뉴를 조리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오픈 3주 만에 배달 앱 맛집 랭킹에 올라갔다"며 "로봇이 음식 품질을 통제하는 능력은 사람보다 낫고 고객이 느끼는 맛의 경험도 좋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미쉐린 셰프의 손맛을 따라하는 AI 기반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전문 셰프의 영역인 고급 조리까지도 'AI 로봇 셰프'가 완벽하게 해내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은 유명 셰프의 조리도구에 소형 센서를 부착해 조리법을 분자 단위로 분석하고, 이를 수치화한 뒤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AI가 48시간 학습하고 로봇에 적용한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는 "요즘 인기인 두꺼운 고기 패티의 경우 표면의 수분량을 비롯한 식재료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고급 호텔 유명 셰프는 이 같은 각종 변수를 오랜 조리 경험과 노하우로 극복한다"며 "하지만 이처럼 요리 스킬에 따라 맛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메뉴를 데이터화해 AI 기반의 로봇이 조리하면 일상에서 좋은 품질의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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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민트피그분식에서 로봇 오토웍이 즉석국물떡볶이를 요리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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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허니컴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연어)과 같은 고기가 두툼하게 들어가는 햄버거, 샌드위치, 샐러드를 비롯한 고급 캐주얼 다이닝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다음달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정 대표는 "분자 센서를 통해 고기 풍미에 결정적인 마야르 작용까지 데이터화했다"고 말했다. 삼겹살을 로봇이 구웠는데 맛 평가에 나선 요리사들조차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확보해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내년엔 각종 영양소 비율을 고려해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로 불리는 '키토제닉'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식 메뉴도 내놓을 예정이다. 비욘드허니컴은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해 메뉴 수요를 예측하고 식자재 관리에도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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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의 인공지능(AI)기반 로봇이 요리한 삼겹살. 분자 단위의 분석을 통해 최상의 고기 굽기 정도를 데이터화했다. [사진 제공 = 비욘드허니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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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스타트업 퓨처키친은 조리부터 배달까지 모두 수행하는 '다재다능'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우선은 배달 시장점유율 1위인 치킨에 초점을 맞췄다. 일관성 있고 위생적인 로봇 조리를 통해 외식업의 본질인 맛을 혁신한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미쉐린 셰프가 컬리너리 디렉터로 참여해 프리미엄 메뉴를 개발했다. 연내 이 레시피를 접목해 전체 치킨 조리 과정의 50%를 자동화한 시제품을 완성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치킨 자동화에 성공하면 피자나 타코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배달음식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갈 예정이다. 김현철 퓨처키친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맛있는 레시피를 플랫폼에 올리면 자사가 이를 채택해 로봇을 통해 상품화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레시피 저작권자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영신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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