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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애플, "아이폰 통해 저장되는 아동 성착취 사진 자동 탐지해 신고"..프로그램 도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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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애플의 맥북 제품에 애플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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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아동 성착취 사진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 될 경우 자동으로 탐지해 관련 기관에 신고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준비 중이라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아이폰에 담긴 불법 행위자의 정보나 자료에 접근하고자 하는 법 집행기관의 요구에 맞서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해 왔던 애플이 범죄 및 테러 예방과 대응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나름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애플은 ‘뉴럴매치’라는 이름의 아동 성착취 사진 탐지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의 마무리했으며, 연내에 아이폰 운영체제(iOS) 15의 업데이트를 통해 미국 내 사용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된 이 프로그램은 아이폰을 통해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된 사진들이 이미 구축된 불법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면 애플에 통지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동영상이 아닌 사진만 탐지할 수 있으며,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하지 않은 사진은 탐지할 수 없다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애플은 통보된 내용이 불법이라고 판단되면 법률에 따라 설치된 아동 학대 정보 처리 전문 민간기관인 ‘전국 실종 및 학대 아동 센터’에 신고해 후속 절차가 진행되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에 저장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암호를 풀어달라는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절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은 뛰어난 암호화 기술로 개인정보를 확실하게 보호한다는 점을 아이폰의 장점 중 하나로 홍보해 왔다. 이 같은 개인정보 보호 우선 정책은 아이폰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배경 중 하나였다.

실제로 애플은 2019년 미국 플로리다주 해군기지에서 훈련을 받던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조종사 훈련병이 부대 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3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테러 혐의를 조사할 수 있도록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어달라는 윌리엄 바 당시 미 법무장관의 요청을 거부했다. 애플은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범인이 사용했던 아이폰의 암호를 풀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해달라는 미국 정부의 압력도 거부했다.

하지만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우선 정책은 아이폰을 통해 아동 성 착취물과 테러리스트들의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예방·대처할 길을 봉쇄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국 실종 및 학대 아동 센터의 존 클라크 회장은 성명에서 “아동에 대한 애플의 확대된 보호는 게임 체인저”라면서 “개인정보와 아동 보호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환영했다.

애플은 새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아동 성 착취 사진을 탐지하는 데 사용될 뿐 애플의 암호화 시스템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한되고 엄격한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애플이 사용자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튼 이상 아이폰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슈 그린 존스홉킨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애플은 이제 매우 제한된 목적으로 감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면서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중국 정부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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