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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실망 백배' 한국 올림픽 야구, 동메달을 무시 마라 [TF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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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를 노린 한국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두 차례의 준결승전에서 연패하며 비난에 휩싸인 가운데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3,4위전을 치른다. 사진은 도미니카와 예선 라운드 장면. /요코하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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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3,4위전서 명예회복해야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아름다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웃어야 했다.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논란을 빚은 영국 복서 벤자민 휘태커가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남긴 말은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휘태커는 지난 4일 도쿄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헤비급 결승전에서 쿠바의 아를렌 로페스에게 판정패한 뒤 금메달을 따지 못 한 것에 대해 상심, 우발적 행동을 했지만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대회 2연패 무산으로 비난에 휩싸였다. '숙명의 한일전'에서 패한 것은 물론 두 차례의 준결승전 경기 내용 역시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결승 진출에 실패, 3,4위전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두 차례의 준결승전을 모두 내주면서 한국은 오는 7일 낮 12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놓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준결승전을 두 차례나 치르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란 희한한 대진 방식의 수혜를 받은 한국이 결국 무기력한 주축타자들의 부진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동메달을 따면 뭐 하냐?'란 비난의 목소리가 급증하고 있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 했지만 비인기종목에서 당당한 승부로 박수를 받은 다이빙의 우하람, 수영 황선우, 육상 우상혁 등과 달리 국내 인기를 바탕으로 돈과 명예를 누린 선수들이 기대를 저버린 활약을 하고도 메달을 획득,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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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에서 연패한 뒤 고개를 숙인 김경문 감독./요코하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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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야구는 6개팀이 참가해 3팀이 메달을 따는 도쿄 올림픽 '희귀 종목'이다. 전 세계 국가에 널리 퍼져있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제외됐지만 개최국 일본이 정식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다시 제외된다. 6개팀 가운데 금,은,동메달을 가리다 보니 한 팀이 준결승전을 두 차례나 치르는 대회 방식이 도입되면서 한국은 일본과 미국에 연패를 하고도 3,4위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올림픽 동메달을 따면 어린 선수들인 강백호 원태인 김진욱 김혜성 조상우 이의리 등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 역경을 딛고 감격의 메달을 목에 걸며 감동을 전하는 선수들과 달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도 단지 종목의 특성 때문에 메달을 따는 것은 확실히 형평성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타격 1,2위를 달리는 강백호 양의지의 부진은 한국 야구 추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끈 김경문 감독이 결승 진출 좌절 후 "금메달을 못 딴 건 많이 아쉽지 않다"고 말한 것도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발언으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4년 이상 피땀을 흘리며 노력한 선수들의 목표가 좌절됐을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올림픽 감동은 오히려 역경을 딛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에서 더 진하다는 것을 한국 야구대표팀은 알아야 한다.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 못지 않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보이는 모습이지 마치 놀러가는 듯하거나 자포자기하는 플레이는 아니다. 19살의 대표팀 막내 이의리가 큰 체구의 미국 타자들을 당당히 상대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지 국내 최고 타자라는 선수들이 맥없이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은 아니다. 맥이 풀리는 허탈함과 깊은 배신감을 느낄 뿐이다.

김경문호가 팬들의 기대에 그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땅바닥에 떨어진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우는 것이다. 3,4위전이라고 해서 대충 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동메달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영국 복서 휘태커 이상 가는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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