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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탄소중립…'더 늦기 전에'→'더 늦어지는'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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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 ‘2050 시나리오’ 두고 시민단체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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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장이 5일 e브리핑을 통해 '2050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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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가 지난 5일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날 공개한 시나리오는 2018년 순 배출량(6억8천630만톤) 대비 2050년 감축률로 96.3%(1안), 97.3%(2안), 100%(3안)이다. 최소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2050년에 96.3%는 감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는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2천540만톤(1안), 1천870만톤(2안), 0(net-zero, 3안)에 이른다. 이 시나리오를 두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탄소중립위가 달성해야 할 ‘탄소 중립’이 오히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이러다간 우리나라는 '더 늦기 전에 2050'이 아니라 '더 늦어지는 2050'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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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이러다간 우리는 '더 늦기 전에 2050'가 아니라 '더 늦어지는 2050'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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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시나리오이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이 5일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3개의 시나리오는 하나의 나침반으로서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측은 이를 두고 “탄소중립위가 제시한 3개의 시나리오 중 2개는 탄소 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라며 “시나리오상으로도 탄소 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구상을 들고 와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탄소중립위 스스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인지 모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맞받아쳤다.

가장 중요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측은 “2030년 NDC가 훨씬 중요한데 탄소중립위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현재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검토될 가치조차 없으며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폭 상향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고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위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순진 위원장은 “현재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2030년 NDC를 기본법에 넣을지 말지를 놓고 지금 논의를 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위가 먼저 주도적으로 논의를 하는 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다만 2030년 NDC 상향을 위한 초안 작업을 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앞서 2030 상향된 NDC를 발표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30년 NDC로 2017년 대비 약 24%를 감축하겠다고 한 바 있다. 국제사회와 시민단체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정부가 초안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간 목표와 과정이 없다”

이번 2050 시나리오를 두고 중간 ‘목표’와 ‘과정’이 없다는 점도 제기됐다. 에너지정의행동 측은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도 없을뿐더러 흡수원 등 불명확한 기술에 의존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며 “세 개의 안 중 그나마 탄소 중립에 도달하는 3안조차도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의 종식 시점이 불명확하고, 비중이 21.4%나 되는 ‘무탄소신전원’을 언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발전 부분에서 핵발전의 비중이 6~7%로 남았다는 것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측은 “기후위기 해결의 본질이 예고된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데 여전히 위험하고 불평등한 에너지원으로 기후위기 해결방안을 찾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석탄발전을 2050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윤순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은 당장 폐쇄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퇴출에 대해서는 강제할 수 없고 비용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탄소세 도입 등 변하는 환경에 대한 검토와 반영 없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새롭게 도입되는 경제 질서에 대한 조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가령 산업부문에서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하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정유업의 산업 규모 전망, 에너지 수요 전망 등을 비판적 검토 없이 모든 시나리오의 전제로 받아들였다”며 “30년 뒤까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지탱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적 탄소국경세·탄소세 도입 논의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 강화 논의가 활발한 이때 탄소 가격 상승 전망치를 반영했다면 주요 배출 산업들이 지금과 비슷한 산업 규모나 배출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탄소중립위는 사양산업 또는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산업의 전환을 준비하며 탄소 중립을 이행해야 하는 가장 중대한 책임을 포기한 시나리오만을 내놓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의 한계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이와 같은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탄소중립위의 무능함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난 5월 29일 급하게 구성돼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운영되며 제한적 조건의 시나리오 논의에만 몰두한 탓”이라고 몰아세웠다.

윤순진 위원장은 “8월 7일 출범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이번 시나리오에 대한 일반 국민 대상의 의견수렴도 진행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위는 의견수렴 동안 부처 간 추가논의도 병행해 시나리오를 통해서 제안된 감축 수단과 정책제언의 파급효과 등에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 의견수렴, 부처 간 추가논의 결과를 종합 반영한 뒤 탄소중립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확정하고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위, 배가 산으로 갈라(https://youtu.be/b0oFj9JZ768)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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