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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암벽여제' 김자인의 예상, '18세 서채현 메달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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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안하고 본능적, 메달 가능성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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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자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가장 존경하는 클라이머라고 썼다. [사진 서채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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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이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면 긴장을 잘 안해요. 또 등반을 오래해서 동작이 굉장히 부드러워요. 본능적이죠.”

‘암벽여제’ 김자인(33)이 바라 본 ‘18세 거미소녀’ 서채현의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메달 가능성은 어떨까. 김자인은 “채현이가 결선에서 스피드에 연연하지 말고, 볼더링에서 3문제를 천천히 풀어가고, 리드에서 힘을 조절해서 제 기량을 뽑아냈으면 한다. 그러면 충분히 메달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서채현은 6일 오후 5시30분부터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리는 여자 콤바인 결선 리드에 출전한다. 오후 6시30분부터 볼더링, 오후 9시10분부터 리드에 나선다. 앞서 서채현은 지난 4일 예선에서 20명 중 2위에 올랐다. 결선 진출자는 8명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새 정식 종목이다. 콤바인은 ▶스피드(15m 빨리 오르기) ▶볼더링(로프 없이 5분 안에 4개 루트를 적은 시도로 많이 완등하기) ▶리드(15m 암벽을 6분 안에 높이 오르기)의 세 종목 순위를 곱한 포인트로 순위를 정한다. 낮을수록 순위가 높다.

서채현은 예선에서 85포인트(17X5X1)를, 1위 야냐 가른브레트(슬로베니아)는 56포인트(4X1X14)를 각각 기록했다. 스피드에서 10초01로 17위에 그쳤지만, 볼더링에서 5위로 선전했다. 꼭대기 홀드(암벽의 돌출부)인 ‘톱(Top)’을 2개 성공하고, 가운데 홀드인 ‘존(Zone)’을 4번 찍었다. 리드에서 1위에 올랐다. 예선에서 완등에 가까운 40개 홀드(암벽 돌출부)를 올랐다. 2위는 그보다 7개나 적었다. 서채현은 키 1m63㎝, 체중 50㎏로 체구가 작다. 농구로 치면 단신 가드가 3점슛, 드리블 뿐만 아니라 덩크슛 콘테스트도 나서는 셈이다.

이창현 대표팀 감독은 “채현이는 평소 ‘벽에 매달리면 편안해진다’는 아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엄청 챙겨준 김자인의 장점을 거의 다 흡수했다. 신중함과 문제 해결능력이 김자인을 빼닮았다. 경기 직전 홀드와 루트 관찰할 시간을 주는데, 굉장히 빨리 눈으로 홀드 40~50개 크기와 모양을 기록해 흐름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리드 월드컵 최다우승자(28회)로 ‘암벽 여제’라 불린다. 서채현은 인스타그램에 “내가 가장 존경하는 클라이머”라며 김자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바 있다. 김자인에게 서채현의 결선 전망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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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리드 28회 우승에 빛나는 암벽여제 김자인. [사진 스파이더코리아]



-서채현이 예선에서 선전한 비결은.

“채현이가 다른 선수에 비해 리드를 월등히 잘해줬다. 리드에서 1등한 게 점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전 경기 시작 전부터 ‘스피드 성적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마음 편하게 나섰으면 했다. 특히 볼더링을 채현이가 잘해줬다. 볼더링이 주 종목인 선수가 굉장히 많았는데, 채현이보다 밑에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좋은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서채현이 덤덤하게 웃으면서 암벽에 오르더라. 서채현의 장점은.

“제일 큰 장점을 꼽으면 긴장감을 잘 조절하는 선수인 것 같다. 아무리 평소에 뛰어나더라도 큰 대회에 처음 나가서 그렇게 덤덤하게 기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데. 성격 자체가 다른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긴장을 잘 안 한다. 채현이는 등반 경험이 굉장히 많고 오래했다. 확실히 동작 자체가 굉장히 부드럽다. 본능적으로 등반한다. 어떤 구간에서 힘을 빼고 마무리하고, 어떤 구간에서 밀면서 쭉 가야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도 정말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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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에 나선 서채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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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를 거의 못나가, 실전 감각이 우려됐는데.

“채현이는 2019년에 리드 국제대회 우승 경험이 많지만, 볼더링은 거의 국제경험이 없다. 볼더링은 워낙 여러가지 유형이 나오며, 국제 대회에 많이 출전해 여러 유형을 느껴보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우려됐지만, 채현이는 워낙 등반실력이 뛰어나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선수다. 문제, 문제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잘 풀어나갔던 것 같다.”

-서채현은 가른브레트가 ‘넘사벽’(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서채현의 결선 전망은.

“야냐 가른브레트가 예선 볼더링에서 다른선수들과 레벨 차이를 보여줬다. 볼더링을 뛰어나지만, 리드에서는 채현 선수 만큼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리드에서 채현이에게 좀 밀리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야냐는 2016~18년 리드 시즌 세계랭킹 1위였는데, 19년에 채현이에게 저지당했다. 기록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리드에서 야냐를 상대로 그 누구도 더 이긴 적이 없었는데, 채현이가 그걸 뛰어 넘었다. 채현이가 결선에서도 스피드부터하지만 연연하지 말고, 볼더링에서 3문제를 천천히 풀어가고, 리드에서 힘을 조절해서 제 기량을 뽑아내 줬으면 한다. 그러면 충분히 메달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

도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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