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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설국열차'의 비극...'인격 산재'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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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지난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A씨가 학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노조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A씨와 동료가 직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복장 품평 등 관리자의 갑질과 과로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건 자체는 물론 이후 논란도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서울대 관계자 일부는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관리자의 '선한 의도'를 강조하며 '갑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리자의 행동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보도하며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언론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는 '관리자가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에게 행한 필기시험과 복장 점검 및 품평은 업무와 무관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판단하며 유족과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 2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사건 발생 38일만에 고인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 그리고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사회와 서울대에 필요한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구성원 자격으로 동료 의원과 함께 서울대를 방문해 유족과 청소노동자를 만나고, 이어 지난달 22일 관련 토론회의 사회를 보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사건을 가까이에서 본 의원이다.

이 의원은 "필기시험, 복장 품평 등에 모욕감을 느끼고 코로나 이후 높아진 노동강도로 힘들어한 청소노동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서울대 당국자들의 태도에서 섬뜩함을 느꼈다"며 "이번 사건을 둘러싼 그들의 태도는 국민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당한 모욕을 보며 "입시나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평생 멸시받는 삶을 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떠올랐다"고 하기도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사회가 해야 할 일로는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갑질 방지 교육 강화 등을 언급했다. 서울대가 할 일로는 청소노동자 등 기관장 발령 직원과 총장 발령 직원을 나누고 이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차별적 고용구조의 철폐를 꼽았다.

프레시안 :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여러 활동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구성원 자격으로 서울대를 방문했고 관련 토론회 사회를 보기도 했다. 우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면서 산재예방TF에서 활동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떤 계기로 산재예방TF 활동을 시작했나?

이탄희 : 산재와는 인연이 좀 있다. 2년 전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했다. 그때 김용균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인권과 평등상을 받았다. 처음 뵙고 인사를 했고 김용균 씨 사연을 들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때 받은 상금을 유가족 모임에 쓰시라고 다 기부했다. 그러고 나서 산재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산재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한 '양형개혁법' 발의도 했다.

이후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보니 산재 사망이 교육 이슈와도 연관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씨, 평택항 이선호 씨 같은 산재 피해자 중에는 교육 경쟁에서 결과적으로 소외된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비정규직이 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목이 잘리고 머리가 터져서 돌아가신다. 교육위에서도 이런 문제의식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최근 이선호 씨 사건을 접하고 다시 산재 문제를 다뤄봐야겠다 생각해 산재예방TF 일원으로 참여했다.

프레시안 :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접하고 현장을 찾기 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

이탄희 :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를 매기고 복장을 통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관리자가 청소노동자에 대해 경제적인 통제를 넘어 인격적 통제까지 하려고 했다고 느꼈다. 청소노동자는 굉장히 열악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나 관리자가 조금만 함부로 대해도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인격적 통제까지 받을 때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건을 접했을 때 '청소노동자들이 굉장히 큰 압박감을 느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 : 서울대에 간 날, '설국열차'라는 비유를 썼다. 서울대 안에서 머리칸에 있는 사람과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당일 대화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탄희 : 그날 서울대 당국자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고인의 동료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양쪽이 속한 세상의 풍경이 너무 달랐다. 특히나 당국자들은 설국열차 머릿칸에 사는 사람들처럼 자신들이 청소노동자들이 있는 공간과 전혀 다른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청소노동자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을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청소노동자들이 사전에 고지도 없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시험을 보게 되고, 거기서 0점을 맞고 그 시험지를 받아들고 이러면 엄청난 모욕감을 느낀다. 드레스코드에 대해서도 지시한 사람들은 그냥 '예쁘게 입고 오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누가 보기에 예쁜 걸까. 지시한 사람이 보기에 '예쁘게'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듣는 청소노동자들은 고인이 했다는 말처럼 '최저시급을 받는데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서 정장을 사야 하는 거 아니야'하는 압박감을 느낀다.

또, 코로나로 업무량이 폭증했다. 기숙사 측은 늘어난 업무량을 어떻게 할지 청소노동자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 검열'을 한다고 하면 청소노동자들은 '사람 늘릴 생각은 없으니 내가 이 일을 다 감당하지 않으면 해고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서울대 당국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청소노동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보고 설국열차의 머릿칸, 꼬리칸이 갈라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레시안 : 사건이 벌어진 이후 서울대 당국자나 청소노동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순간이나 말을 하나만 더 꼽는다면 어떤 것인가?

이탄희 : 좀 의외일 수 있는데, 고인의 남편을 만나 처음 들은 이야기가 ‘저희 아버지도 서울대 법대 10회 나왔어요’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 서울대에 취업이 됐다고 해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개인적 인연도 있으니 더 그랬다는 거다. 또 서울대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상징적인 위치가 있으니까 내가 여기 구성원이 된다는 느낌에 뿌듯했다는 거다.

그런데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에 보니, 아내는 죽었고, 남은 건 배신감과 모욕감뿐이라고 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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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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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당국자들의 태도, 국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프레시안 :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먼저 필기시험이나 드레스코드 지정, 품평과 관련해 이를 지시한 관리자나 서울대 일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면, 관리자의 의도를 강조했다. 필기시험은 직무교육의 일환이고 드레스코드를 지정하고 감점 발언을 한 것은 농담이라는 식이다. 관리자의 의도를 근거로 '갑질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필기시험이나 드레스코드는 이미 고용노동부 조사를 통해 갑질로 인정된 일이다. 서울대 총장도 조사 결과를 수용했다. 지금은 그런 변명에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게 밝혀졌다.

굳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서울대 당국자들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입장에만 공감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인 게 결국 서울대를 향한 신뢰에 굉장히 크게 악영향을 미쳤다. 그게 국민들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거다.

프레시안 : 언론에 관리자의 조치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고인이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엇갈리는 증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이를 '갑질이 없었다'는 근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이탄희 : 저는 굉장히 인위적인 갈라치기라고 느꼈다. 고인이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이야기도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제가 청소노동자들과 두루두루 이야기할 때 다들 시험에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한번도 예고한 적도 없고 동의를 구한 적도 없고 억지로 시험을 보게 했다'는 거였다. 어떤 분은 '수세미 갖고 곰팡이 닦고 화장실 청소하고 손 마디마디가 아픈데 연필 잡고 글자를 쓰라고 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이게 청소노동자들이 느꼈던 모욕감의 본질인데 시험에서 1등을 했는지 꼴등을 했는지가 뭐가 중요한가. 1등 했다고 모욕감을 안 느꼈겠나. 고인도 1등을 했지만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 주변 사람에게 '너무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1등을 했으니 고인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누구였을까. 시험을 낸 사람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시험을 낸 사람의 시각에서 청소노동자의 시각이 갈리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일부 언론이 받아쓰면서 청소노동자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좀 악의적이라고 느꼈다.

프레시안 : 시험과 관련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 한국사회에 평가 도구 혹은 좋은 일자리 등 과실을 분배하는 장치로서 시험이 갖는 위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도 더 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이탄희 : 동의한다. 시험만능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한국의 평범한 시민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번 사건에서 국민들의 분노로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한 번씩 성찰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시험은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아주 이례적인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특히나 객관식 시험이나 필기시험은 사실상 단기적인 암기력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무궁무진한 능력 중 백분의 일, 천분의 일밖에 안 되는 작은 걸 심사하는 거다. 그걸 갖고 사람의 전체적인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서울대 당국자 사이에서 노조에 대한 혐오적 혹은 적대적 발언도 나왔다. '노조가 중간관리자 갑질 프레임을 짜고 일을 키웠다'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노조에 대해 여러 관점이 있는 것 같다. 그 중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이 노조에 대해 느끼는 서운함, 배신감에 대해서는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해야 하고 이를 확립하기 위해 대기업 정규직이 지금까지보다는 협조적인 태도를 훨씬 더 보여야 한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사회적 약자들이 사용자와 대척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연대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노조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노조의 그런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절대 안 된다. 그걸 부정하면 사회적 약자는 고립되고 혼자 남는다. 자기 권리를 주장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혼자서는 내 요구가 부당한지 정당한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면 '힘없는 사람들은 맞서 싸우지도 말고 앉아서 죽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회가 돼버린다.

노조와 사회적 약자 사이를 갈라치는 형태의 노조에 대한 혐오적이거나 적대적인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코로나 이후 쓰레기 양 네 배로 늘었지만 인력 충원 없었다"

프레시안 : 고인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병이다. 갑질이나 이를 둘러싼 서울대 당국자의 발언 뿐 아니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의 일상적인 노동조건 역시 이번 사건에서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직접 가서 들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어땠나?

이탄희 : 코로나 이후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거의 살인적인 노동량을 소화했다. 고인은 2019년 말 취업했다. 2020년 서울대 기숙사에서는 2019년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 쓰레기가 배출됐다.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2020년에 배출된 것과 맞먹는 양의 쓰레기가 배출됐다. 고인이 취업할 때에 대비해 올해 서울대 기숙사 쓰레기양이 네 배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동안 인력 충원이 안 됐다.

고인이 일하던 건물은 특히 노동여건이 열악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쓰레기봉투를 양손으로 들고 계단에서 끌며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그 봉투가 100리터 봉투였다. 이걸 '골병 봉투'라고 부른다. 청소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해 공공기관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그런데 서울대는 무감각하게 이 골병 봉투를 쓰고 있었다.

쓰레기 양이 원래보다 네 배로 늘었는데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양손에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걸 처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프레시안 : '청소 검열'도 고인의 노동강도를 강화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기숙사 측에서는 "안전관리팀장이 업무 지시를 하고 나서 청소상태가 좋아졌다고 해 '청소 검열'이 아닌 '청소 점검'을 했다"고 해명했다. 업무 점검은 관리자의 권한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 건에 대해서는 갑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일단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고인이 토요일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 수요일에 기숙사 측이 '청소 검열'을 한다고 고지했다. 고지를 받은 고인이 목요일과 금요일 극도의 과로를 했다. 그래도 노동량을 다 소화 못해서 토요일에 나와서 일을 하다 중간에 휴게실에 갔고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이 사안의 경과를 보면 '청소 검열'이 고인에게 굉장히 큰 압박감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사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청소 검열'을 갑질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과로사를 하게 만드는 노동조건이 정당한가'라는 면에서 노사관계나 근로조건 관점으로 살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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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이 15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을 현장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 지난달 26일 숨진 50대 여성이 생활하던 휴게공간을 살펴보는 이탄희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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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게는 갑질 방지 교육, 노동자에게는 법적 보호 장치 고지 필요"

프레시안 : 지난 2일 노동부 조사 결과에 대해 페이스북에 '근본적인 문제에는 근접하지 못했다'고 썼다.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한국사회 전반의 청소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나 이들의 노동강도에 대한 관리자의 무관심이 서울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와 관련해 노동부 조사에서 어떤 점이 아쉬웠나?

이탄희 :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봐야할 것 같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노사관계 면에서 청소노동자가 극도로 취약한 위치에 있다. '삼중차별을 받는 약자'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바닥 중에 바닥 중에 바닥이라고 표현했다. 풀어서 말하면 간접노동이고, 중고령 노동이고, 그 중에서도 여성 노동이다. 극도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 노동자의 지위를 어떻게 격상할 것인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노동부 조사에서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단서를 발견하거나 제공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이번 일이 관리자가 악마여서 벌어진 일은 아닌 것 같다. 본인이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는데 자기가 강자라는 걸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굳이 미루어 짐작하지 않은 데서 이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강자가 약자의 처지를)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행태는 서울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다 벌어지는 일이다.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직시하고 성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한 단초도 노동부 조사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한국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탄희 : 역시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원론적인 면에서 '청소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도 동등한 인격이다. 경제적 역할이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이 아니다'라는 걸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사용자가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 노동자와의 관계에서 본인이 절대 강자고 갑이라는 걸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중소기업 사장이나 중간 관리자라면 '나도 전 사회적으로 보면 을인데 내가 무슨 강자냐'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 노동자는 훨씬 더 취약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서는 본인들이 갑이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돌을 던져도 상대방은 맞아 죽을 수가 있다. 이에 대한 자발적 직시가 어렵다면 강제라도 직시할 수 있도록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언급한 변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정책이 있나?

이탄희 : 사용자를 교육하고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보호수단을 고지해 둘 사이에 상대적으로 평등한 의사소통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용자에게는 갑질 방지 교육, 인권 교육 등 노사 관계에서 본인들이 절대적 강자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해야 할 것 같다.

노동자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상의 노동자 보호 절차를 제대로 고지해야 한다. 현행 법에서도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규정'을 마련하게 했지만, 이를 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하지는 않고 있다. 이걸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해야 한다.

"서울대의 차별적 고용구조, 청소노동자 비극에 일조했다"

프레시안 : 서울대의 특징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일반적으로는 비정규직이 산재 위협에 더 취약하다. 그런데 고인을 비롯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다수는 2018년 직접고용됐다. 그런데도 산재 사망이 일어났고 갑질과 높은 노동강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9년에도 한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게실에서 숨졌다.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이후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탄희 : 서울대에는 여전히 차별적인 고용구조가 있다. (직접고용 직원 중에도) 서울대 법인의 직원으로서 총장이 직접 발령을 내는 직원이 있고, 기관장이 발령을 내는 직원이 있다.

총장 발령 직원의 인건비는 법인 예산에서 인건비로 잡힌다. 그런데 기관장 발령 직원 인건비는 법인 예산에 인건비로 잡히지 않는다. 법인 예산에는 각 기관의 운영비가 잡히고, 이 운영비에서 각 기관이 기관장 발령 직원의 급여를 지급한다. 서울대 법인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기관장 발령 직원 인건비는 인건비가 아니라 기관 운영비 안에 섞인 작은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서울대에서는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은 하청업체 직원의 인건비에 신경쓰지 않는다. 도급비를 주고 끝이다. 원청이 도급비를 줄이면 하청업체는 줄어든 도급비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식으로 알아서 인건비를 낮춘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법인도 기관장 발령 직원 인건비는 신경쓰지 않는다. 각 기관의 예산에 대해서는 원청이 도급비를 다룰 때처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체 규모를 어떻게 줄일까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한다.

서울대에서 고인과 같은 기관장 발령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량이 늘어도 새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인건비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구조적인 토대가 없다. 이런 차별적인 고용구조가 비극적인 사건에 일조했다.

프레시안 : 서울대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탄희 : 총장 발령 직원과 기관장 발령 직원 사이의 차별 철폐가 급선무다. 노조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조사나 노동조건 등을 두고 학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스스로 이런 일을 자발적으로 하지 못하면, 그때는 마지막 수단으로 외부적인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 서울대가 법인화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한 번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서울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징성 있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 수준의 윤리적인 경영, 윤리적인 학교 운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사회적 믿음도 조금은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믿음이 이번 사건으로 무너지게 되면 종합감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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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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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통해 본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문제

프레시안 : 산재 사망, 갑질과 관련해 이미 있는 법과 관련한 질문을 하고 싶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에 대한 비판이 있다.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제정안의 법 적용 대상에서 과로사와 연관이 깊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제외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와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에 대해 저는 사업주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지원책이 마련되면 적용 제외나 유예의 정당성도 그만큼 약해진다. 사업주의 거부감도 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책 마련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면 좋겠다.

과로사와 관련해서는 뇌심혈관계 질환을 시행령으로 (중대재해에서) 배제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함해야 한다. 단, 한국 산재 실무상 산재를 조금씩 더 인정하는 추세이기도 하니 (뇌심혈관계 질환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쉽게 면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서도 조사와 보호 조치의 주체가 사용자라는 점을 두고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문제점,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원래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생겼을 때 사용자가 갑질 행위자와 피해자, 어느 쪽에도 몰입하지 않고 제3자 또는 중립자로서 사건을 조사하고 개선책을 내고, 피해가 확인되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체다.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사용자가 갑질 행위자 쪽에만 과몰입되어 변호인인 것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피해자가 필요하면 관할 노동지청에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관할 노동지청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게도 되어 있다. 서울대에 대해서도 관악지청을 통해 노동부가 관여했고, 그 결과 갑질이 인정됐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잘 해결된 사안이다.

단, 이번 사안을 참조해서 관할 노동지청이 갑질 행위 사안에 더 쉽게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이 불러일으켜지지 않은 사건에도 감독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경로를 추가해야 한다.

"'시험 떨어지면 멸시 당하며 살 것'이라는 불안 느끼는 청년들이 떠올랐다"

프레시안 : 끌으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탄희 : 사건을 접하고 처음에는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분노하는 감정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섬뜩했다.

분노한 건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의 관점에 굉장히 공감이 됐기 때문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비슷한 방식으로 경제적 통제를 넘어 인격적 통제까지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꼭 비정규직 노동자만으로 한정되지도 않는다.

많은 청년도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 요즘은 청년들이 학교 다닐 때부터 출세 경쟁이 아니라 불안 내지 공포 경쟁을 한다. 왜냐면, '내가 입시나 입사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때는 단순히 임금을 조금 받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굉장히 멸시 받고 모욕감을 느끼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20, 30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만 맴돌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년들이 공포 경쟁, 불안 경쟁을 한다. 그러니까 그 수많은 청년, 수많은 학생이 어떻게 보면 잠재적인 청소 노동자인 거다. 이들의 처지에 공감이 돼 많이 분노했다.

섬뜩했던 건 거꾸로 청소 노동자를 통제하는 이들을 보면서였다. 서울대 당국자들이 청소 노동자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감능력이 제거되어 있는 무감각한 하나의 사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이번 사건만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배제된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거라는 데 대해 굉장히 경각심을 갖고 있다. 이를 좀 줄여 나가고 방지하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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