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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폭행 누명 썼는데 징역6년, 뒤늦게 잡힌 진범 2년6월…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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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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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지목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인물에게는 징역 6년이, 나중에 잡힌 진범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법원이 같은 사건에 이같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건 반성과 자백 여부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미성년자 여성 상습 성폭행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11개월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9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수사의 미흡한 점은 있지만, 책임을 물을 정도의 잘못이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지난 2017년 3월 법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웃집에 살던 지적장애인 미성년자 여성 B양이 지난 2014년 A씨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2016년 B양 측은 A씨를 장애인 위계 등 간음, 주거침입 등으로 고소했다. A씨도 무고죄로 상대를 고소하고, 재판에서 "B양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의 딸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뛰어다녔다. 일년여간 자료를 모은 끝에 2019년 항소심 재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B양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A씨가 성폭행한 적이 없다. 성폭행한 사람은 사실 고모부"라며 "당초 A씨를 지목한 건 고모가 시켜서"라고 밝힌 것. A씨는 11개월간 복역 끝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진범인 B양의 고모부에겐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B양의 고모부는 '반성하고 자백했다'는 이유로, 실제로 죄가 없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던 A씨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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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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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딸은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과 검사의 대충 하는 수사로 한 가장을 1년 가까이 감옥살이시켰으나, 사과 한마디 못 받고 있다'는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청원엔 6일 오전 8시 현재 1만6500여명이 동의했다.

그는 "경찰·검찰의 말도 안 되는 대충 수사로 B양 얼굴도 모르는 저희 아빠는 성폭행범 누명을 쓰고 1년 가까이 감옥살이했다"며 "결국 진범을 직접 제가 잡아 무죄를 받았지만, 경찰 검사의 사과 한마디 못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증언에서 3차례 성폭행 장소가 바뀌었고 범인 차량과 집도 다르게 지목했으며, 과거 성폭행 무고 전력이 있고 성폭행당한 피해 시기를 특정하지 못해 알리바이를 댈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조사에도 여성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또 "저는 아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이웃을 만나고 설득을 했다"며 "임신한 몸에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하며 쓰러지면서도 아버지의 무죄 입증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은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딸인 저"라며 "(억울한 옥살이의 책임소재에 대해) 경찰은 검사에게 죄를 넘기고, 검사는 법원에 넘겼으며, 법원은 그저 유감이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패소를 언급하며 "정말 나라의 답을 듣고 싶다. 이런 나라에서 과연 그들을 믿고 살아야 하느냐"며 "늘 일이 터지고 대안을 내놓는 이 정부에게 이런 사람들을 믿고 살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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