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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후·환경·노동단체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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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안 중 탄소중립안은 하나뿐”

“불확실한 기술개발 의존 심각”

“시나리오 논의 중단·폐기” 요청도


한겨레

기후위기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2019년 9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정부가 기후 위기를 직시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 수립 및 기후 위기 대응 범국가 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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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공개되자 환경·기후·노동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공개한 초안 3개 중 2개 안이 넷제로를 목표로 하지 않은 안이라는 데 실망이 컸다.

에너지정의행동 “탄소중립안은 초안 3개 중 하나에 불과…황당”

에너지정의행동은 “시나리오에 탄소중립안은 3개 중 하나에 불과해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안을 보면) 발전 부문에서 핵 발전 비중이 6~7% 남는다. 분산적인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핵발전(의 공존)은 전력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탄중위가 제안한 에너지 전환 세부 내용을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 “시나리오 논의 중단하라…산업계 전망 그대로 수용”

환경운동연합은 5일 “불충분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논의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하고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하는 전망인 1, 2안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한 것 자체가 탄중위의 빈약한 실력을 증명한다”며 “전력부문에서 탈석탄·탈화석연료를 달성하지 못하고 수송 부문의 친환경차 전환율이 낮은 것도 탄소중립 시나리오라 부르고 평가하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수치상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3안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 “(초안은) 구체적으로 50년 이전 어느 시점에 언제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소나 수송 수단이 퇴출되는지 불분명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70.8%인데 상용화되지 않은 ‘무탄소 신전원’ 비중이 21.4%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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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위원장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3개 초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2540만톤(1안), 1870만톤(2안), 0(3안)을 목표로 한다. 탄소중립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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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탄소중립 실현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고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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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업 부문 배출 전망이 5300만톤으로 3개 안 모두 동일한 것을 두고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업 의 산업규모와 전망, 에너지 수요 전망 등을 비판적 검토 없이 전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소 에너지에 대해서도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는데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탄소배출량을 상쇄시켜 순배출량을 떨어뜨리는 탄소 포집·저장 활용 기술(CCUS)에 대해서도 “기술·비용 면에서 상용 가능성이 검토되지 않았고 포집된 산소를 해양 매립하면 해양 백화 현상 등 생태계 파괴 우려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흡수원 활용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논란이 된 산림청의 흡수량 전망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이대로라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위 부처의 세부 정책, 지자체 조례 등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전제조건을 토대로 탄소중립 사회를 시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공론장을 재구성하라”고 우려했다.

석탄을 넘어서 “석탄 퇴출, 사회적 합의로 추진 가능”

기후·환경·노동단체 등이 참여하는 ‘석탄을 넘어서’는 신규석탄 7기를 존속하는 시나리오 1안의 경우 탄소중립 목표를 담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1안의 경우 탄중위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확실한 신호를 제시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1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탄중위가 법적·제도적 부재로 진행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법 제도는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국민에게 감축 활동 참여 강조…정의롭지 못해”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050 목표도 중요하지만 탄소예산에 입각한 경로가 중요한데 그런 고민이 없다”며 “시장과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으로 기후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며 “국민과 사회 전체의 행동양식을 통해 감축 활동에 참여하라고 강조하는데, 이런 입장은 기후위기 유발의 책임이 큰 당사자,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희석시켜 정의롭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기후정의포럼·멸종저항서울 등 “탄소중립시민회의 논의 거부”

기후정의포럼, 멸종저항서울,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탄소중립위원회 재구성을 요구하며, 탄소중립위원회가 조직한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시민 참여를 가장한 비민주적 조직이라는 취지의 연명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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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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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강은미 의원 “시나리오와 국회 논의 중인 법안에 NDC 포함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을 지키려면 구체적 정책을 만들고 이를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반영을 통해 문제제기된 부분들을 수정하고 이에 맞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연도별 단계적 목표 수립이 필요한 만큼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탄소중립법(가칭)에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포함해 부문별 감축 목표와 함께 중장기 연도별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국회 핑계 대지 말고 탄중위의 강화된 NDC 목표 제시하라”

그린피스도 입장문을 내어 “독일은 2030년 감축목표를 55%에서 65%로 상향했고, 우리의 탄중위 격인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과감한 탄소감축 가이드를 의회 등 정부에 먼저 제공하고 있다”며 “탄중위도 2030년 목표에 대해 국회 핑계를 대고 미룰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 촉발을 위해 탄중위가 생각하는 강화된 목표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탄소중립 시나리오 폐기·재수립”

공공운수노조는 시나리오에 노동자 고용대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시나리오에 담긴 ‘공정하고 정의로운’ 노동 전환방안은 신규 일자리 창출, 노동전환 교육 등 해묵은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노동 전환은 ‘공공재생에너지발전’ 계획과 설비를 시급히 마련하고 화력발전노동자들을 공공재생에너지발전 분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재생 에너지 발전소 설립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선 선고용, 후교육 제도가 수립되어야한다”며 시나리오의 폐기와 재수립을 요구했다.

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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