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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美테이퍼링·금리인상에 집값 급락우려...분양가 심사 선제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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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담=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정리=권화순 기자, 사진취재=이기범 기자]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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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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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HUG는 아파트를 선분양할 때 미분양 위험에 대비해 사업자가 가입하는 분양보증을 취급하는 국내 유일 기관이다. 더불어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일 경우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전세금반환보증, 임대보증금보증을 공급하는 등 서민의 주거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까지 총 1722조원에 달하는 보증을 공급한 우리나라 주택금융의 대표주자다. 금융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는 권 사장이 HUG 사장에 적임자로 꼽혔던 이유는 이같은 HUG의 복합적인 역할 때문이다.

최근 '집값 고점' 전망과 함께 금리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HUG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올라 주택금융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도 있다. 분양보증을 위해 분양가격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HUG는 향후 경기변동, 금리변동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는 역할을 선두에서 해야 한다.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으로 '깡통전세' 위험에도 대비해야 하며 이달 18일부터 전면 도입되는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가입 안착을 위해서도 권 사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취임 100일 맞은 권 사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그의 계획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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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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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인하 등 HUG의 공적인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것 같다.

▶지난 6월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전세반환보증, 임대보증금보증 보증료 할인을 6개월 연장했다. 보증료가 종전 대비 70~80% 가량 할인된다. 분양보증도 보증요율을 약 10%가량 깎았다. 제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7월부터 '공공성 강화방안'을 시행해 왔는데 시행후 1년간 총 3140억원의 보증료를 인하해 서민의 주거부담을 낮추고 있다. 전세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고 임차인 보호를 위해 180건의 임차권 등기를 임차인 대신 진행하기도 했다. 전세시장 불안 해소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고통분담 역할은 취임한 이후에도 중점 추진 과제로 이행 중이다.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전세금 떼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세입자가 직접 가입하는 반환보증 상품 가입 실적이 최근 많이 늘었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HUG의 대표 보증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18만건, 37조원의 보증 실적을 기록했는데 5년전(2015년) 대비로는 실적이 46배 증가했다. 요즘엔 비대면으로 가입하고 싶어하는 세입자들이 많아 2019년 카카오페이, 2020년 네이버와 협업해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비대면 플랫폼의 가입대상을 아파트 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세입자가 가입하는 반환보증 상품 외에도 임대사업자가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반환 상품도 HUG에서 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8일부터는 모든 임대사업자가 의무가입해야 해야 하는데,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지난해 8월부터 모든 임대사업자가 이 상품에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우선 신규 사업자가 가입하도록 했고 기존 사업자는 올해 8월까지 1년 유예기간을 줬다. 지적하신 것 처럼 가입이 1년 유예된 사업자도 이제 의무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 보증가입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가입 증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제도 개선을 했다. 2월 보증서식과 종류를 7개에서 4개로 간소화했고 4월에는 사후자료의 징구를 생략하는 등 사후관리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임대사업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 은행 지점망을 활용하거나 비대면 모바일 발급시스템을 개발해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반환보증 가입 실적이 늘면 그만큼 위험관리도 중요해진다. HUG가 세입자에 전세금을 대신 갚아주고 집주인에게 그 돈을 돌려 받아야 하는데 안 갚으면 고스란히 HUG 손실로 잡히는 것 아닌가.

▶보증가입실적이 늘어나면서 보증사고로 인한 대위변제액도 증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2015년도 1억원에서 2020년도에는 4415억원을 HUG가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대위변제금의 증가는 HUG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켜 자칫하면 서민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위변제한 금액을 채권회수해 손실을 줄여 나가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HUG만의 비법이 있나.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소중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모녀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갭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채무자 중 상환 의지가 없는 악성 다주택 채무자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HUG는 일반적인 임대인의 경우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 임의상환을 할 수 있도록 채권회수를 6개월간 유예를 하고, 신규세입자의 보증금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임의상환이 어렵거나 다주택채무자의 경우 강제경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소송촉진에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공시송달 특례기관에 지정됨으로써 법적 절차 진행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그럼에도 일부 다주택채무자들은 강제경매에 약 2년여 시간이 걸리는 점을 악용해 부당한 수익을 얻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강제관리를 통한 채권회수를 추진했다.

-최근 '빌라왕'으로 주목을 받았던 임대사업자도 강제관리 채권회수를 했다고 알려졌는데

▶강제관리는 임대인을 대신해 부동산을 관리하고 부동산으로 얻은 수익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말씀하신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A씨를 대신해 HUG가 약 320억원의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대신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경매절차에 2년이 걸린다는 것을 악용해 이 기간 초단기로 해당 주택을 이용해 월세 세입자를 들였다. 주택 소유권이 A씨에게 여전히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HUG는 세무서처럼 강제수색하고 압수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으로 단기임대차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이 거주하면 전기를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한국전력과 협업해 지난 5월 A씨 소유 주택 121가구에 단기 월세 세입자를 들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남부지방법원에 강제관리를 신청해 인용결정을 얻어냈다. 강제관리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HUG뿐 아니라 임차인도 배당으로 받을 수 있어 임차인 보호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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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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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분양보증이다. 건설사들이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선 HUG가 실시하는 고분양가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갖가지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사업자들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올해 초 심사기준을 개선하고 일부는 공개도 했는데 현장에선 여전히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HUG는 분양보증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과도한 분양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분양가격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 폭등기지만 조만간 미국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부동산 경기가 급락할 수도 있다. 서민들은 주택분양을 받을 때 중도금을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납입한다. 만약 서민들이 너무 높은 분양가격으로 분양을 받으면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가 급격히 증가해 서민 삶이 더욱 힘들어진다. 가계부채 증가로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못하면 중소형 건설사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분양가 심사는 경기변동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등 현재의 부동산 환경 속에서 순기능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HUG가 제시하는 분양가격과 시세와의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특정 사업장에서 고분양가 심사에서 인정하는 분양가격 상한금액이 시세와 너무 괴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HUG가 독점하고 있는 분양보증 업무를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업체 부도 등으로 분양이행 불가 시 HUG가 해당 주택의 준공 또는 납부 대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보증이다. 국민의 주거, 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분양보증시장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정책기능 상실, 공적자금 투입, 지방·중소업체 피해, 정책보증 축소 등 부작용을 발생시켜 주택시장 안정과 국민 삶의 질을 저해할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민간보다 공공이 낫다는 근거가 있나.

▶분양보증은 국민에 대한 영향력과 경기 변동성이 높아 주택시장 안정화 등 정책 수행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민간업체는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분양보증 운영에 부적합하다. 민간업체는 보증료 인상·보증 거절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지방·중소기업을 차별화할 수 있어 주택시장을 양극화하고 서민·지방주택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되면 HUG의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HUG가 보증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는 전세금반환보증, 임대보증금보증 등 정책보증의 공급·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

대담=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jhkim@mt.co.kr, 정리=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사진취재=이기범 기자 leek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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