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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역갈등에 막힌 '1조' 대형화물기 개조사업…미래먹거리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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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MRO사업, 법 위반?…사천대책위, 공익감사 청구

지역갈등에 1조원 산업육성 '뒷전'…"상생 기회로 삼아야"

뉴스1

이스라엘 벤구리온공항에 위치한 IAI사의 정비시설에서 세계 최초로 화물기로의 개조작업중인 B777-300ER 개조 화물기의 모습.(인천공항 제공) 2021.5.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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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국내 항공정비(MRO)산업이 지역갈등으로 험로를 걷고 있다. 경남 사천시를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MRO사업 유치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인천공항에 대형화물기 개조시설이 들어서면서 1조원 넘는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천대책위 "인천공항 MRO진출, 법 위반" 공익감사 청구

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사천시 등에 따르면 경남 사천MRO사업지키기대책위원회는 최근 감사원에 인천공항의 항공MRO사업 진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MRO사업 진출이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한국공항공사법, 공항시설법 등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다.

대책위원회는 사천 소재 항공업계 관계자와 도의원,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사의 설립 목적과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항공MRO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관련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보면 공사는 공항개발사업 중 인천국제공항공항의 개발과 관리·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 등을 할 수 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관련 법 위반 소지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5월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국내 항공MRO 전문기업인 샤프테크닉케이(STK)와 '인천공항 화물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바 있다.

IAI와 STK는 인천공항에 화물기 개조시설을 조성하고 2024년부터 보잉777 화물기를 개조해 수출할 계획이다. 향후 대형 화물기 중장비 사업도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부지조성과 격납고 건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항공MRO사업의 운영 주체는 IAI와 STK의 합작법인이다. 즉,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접적인 항공MRO 사업 진출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법 위반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필요한 부지를 임대방식으로 제공하는 역할만 하고, IAI와 STK가 항공MRO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본계약 체결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공항별 여건을 반영한 항공MRO산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발표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인천공항은 해외복합 MRO업체 유치, 사천공항은 기체 중정비, 김포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 경정비 분야를 담당하도록 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인천공항은 항공기 개조부터 엔진 정비까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항공MRO산업 분야를 유치할 수 있다. 사천공항의 기체중정비는 항공기 부품 수리와 교체 등이 이뤄지는 작업이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수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 엔진 정비와 개조 분야는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며 "해당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고, 기술 습득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뒷전인 항공MRO산업 육성…"상생 발전 기회로 삼아야"

일각에선 지역 간 이권 다툼으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항공MRO산업의 발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024년 인천공항 화물기 개조시설 조성 이후 2040년까지 총 8719개의 일자리 창출과 1조34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MRO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지만, 국내 항공MRO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다. 세계 10대 공항 중 항공MRO 단지가 없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을 취항하는 국내외 항공사들은 몽골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항공기 정비를 받는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비용은 매년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동북아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중국와 멕시코, 인도 등 다른 후보지를 제치고 이번 사업을 유치했다. 인천공항은 대규모 활주로를 갖추고 있고, 화물기에 화물을 적재하는 조업사들이 있어 화물기 개조사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사천공항은 대형 화물기가 뜨고 내리기가 어려운 규모다. 사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744m로, 인천공항(1·2·4 활주로 3750m, 3 활주로 4000m)보다 짧다. 사천공항에는 총 2개의 활주로가 있지만, 1개 활주로는 공군이 전적으로 사용 중이다.

사천공항의 KAEMS는 주로 LCC의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KAEMS는 현재 보잉737과 A320 2개 기종을 정비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해당 기종들은 대부분 LCC들이 보유한 기종이다. 대형 화물기 개조 등 인천공항의 항공MRO사업 유치는 사천공항의 사업영역과 중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천공항은 화물기 개조시설 조성으로 국내 항공MRO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항공MRO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화물기 개조기술이 국내기업인 STK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STK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IAI는 보잉사(社) 여객기의 개조 기술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인천과 사천의 동반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화물기 전체 개조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기 부품 제조를 경남 사천 등 국내 항공부품 제조기업에서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화물기 개조에 필요한 부품을 사천에서 조달받는 등 상생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공항별 역할 분담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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