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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파이’ 문철명의 또 다른 이름이 ‘위스키 스파이’가 된 이유 [북한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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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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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고급 양주, 양복, 명품시계, 고급 승용차같이 북한에서 구하기 어려운 외제 사치품을 간부들에게 선물해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이른바 ‘선물정치’를 해왔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사상 첫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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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단교의 원인이 된 ‘북한 스파이’ 문철명.

불법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서 재판을 받게 된 그에게 외신이 붙여준 또 다른 이름은 ‘위스키 스파이’다. 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싱가포르에서 수십만달러어치의 양주를 구입해 북한으로 보냈는데, 이 중 스카치 위스키 ‘시바스 리갈’과 ‘조니 워커’, 프랑스산 고급 코냑 ‘레미 마르탱’, 와인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위스키, 코냑 등을 즐기는 술 애호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엔 제재를 피해 어렵게 들여온 수천 병의 양주를 혼자 마실 리는 없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북한 고위층에게 줄 선물용이다.

■북한 스파이는 ‘위스키 스파이’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광물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필품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생필품 중에서 꼭 풀어줘야 하는 게 뭐냐”는 하 의원의 질문에 박지원 국정원장은 “고급 양주와 양복”이라며 “김 위원장이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라고 답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까지 고급 양주, 양복, 명품시계, 고급 승용차같이 북한에서 구하기 어려운 사치품을 간부들에게 선물해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이른바 ‘선물정치’를 해왔다. ‘고난의 행군’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선물정치’의 범위와 규모를 더 크게 늘려 최고위 간부들의 결속을 꾀했다.

선물정치의 핵심은 외제 사치품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해마다 북한 간부들 2만여 명에게 최고지도자 명의의 선물이 전달됐고, 김정은 시대에는 더 통 큰 선물정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 비서, 정치국 위원을 비롯한 고위 측근 6000여명에게는 매년 설날(1월1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16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에 선물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이라는 글자가 적힌 3개 혹은 5개의 종이 상자가 전달되는데 받는 사람의 직급에 따라 내용물도 달라진다. 고급 양복지와 레미 마르탱, 헤네시 같은 프랑스산 고급 코냑 등의 외제 사치품, 북한산 고급술과 고가 담배 같은 북한산 고급품이 고루 담긴다. 정기적으로 전달하는 ‘종합선물세트’ 외에 스위스산 고급 시계, 벤츠·폭스바겐·볼보와 같은 고급 수입차, 양주 등이 ‘충성’ 간부들에게 수시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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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해바라기’ 학용품을 보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귀한 물품을 선물해 체제 결속을 다지는데 주로 외제 고가품이 이용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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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 사치품으로 충성 경쟁 유도하는 선물 정치

선물정치를 위한 사치품은 주로 제1위 교역국인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중국 해관(세관)의 무역 통계를 보면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양주, 차량과 고급 시계, 모피 같은 사치품을 매년 6억달러(약 6861억원) 이상 사들여왔다.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진 2018년 1억3000만달러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후 감소세다. 다만 비공식 루트를 통한 사치품 수입은 제재 이후에도 이어져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 11월과 201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향하던 벨라루스산 보드카 10만5600병(약 4700만원 상당)이 유엔 회원국에 의해 적발돼 압수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4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고급 외제차와 주류 등 사치품이 북한으로 유입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600, 도요타사의 렉서스 LX570 모델이 제재 이후 북한에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제재 장기화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가 이어지면서 선물정치를 위한 ‘외제’ 사치품 수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스위스 시계 마니아인 김정은 위원장은 간부 선물용으로 스위스산 시계를 꾸준히 수입해왔지만 지난해에는 수입물량이 사실상 ‘0’로 나타났다. RFA가 스위스시계산업협회(FHS)로부터 입수한 스위스 시계 대북 수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이 수입한 스위스 시계는 전무하다. 2019년 스위스 시계 북한 수출액은 2만2862스위스프랑(약 2882만원)으로 전년(1만1747스위스프랑)보다 두 배 늘었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로 인한 3중고가 선물정치 품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고위층 충성 경쟁에 특효인 ‘외제’를 포기하기는 힘들다. 북한이 생필품 중 꼭 풀어줘야 하는 수입 품목으로 양주와 양복이 언급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외제를 선물정치에 적극 활용하면서도 일반 주민들에게는 수입품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1면 사설에서 “수입병은 잡귀신”이라고 했다. 이 사설은 “신념이 박약한 사람에게서는 예외 없이 보신과 소극성, 패배주의와 요령주의, 수입병과 같은 잡사상, 잡귀신이 싹트고 자라나게 된다”며 ‘수입품 사랑’을 ‘신념 박약’으로 치부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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