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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차·선박용 고급강재 못 만들어"…의욕만 앞선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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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머니투데이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은 제강, 압연 등의 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강판, 조선 및 건설용 후판으로 생산돼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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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를 발표하자 탄소배출 1위 업종인 철강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철강업계에 기존 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전기로 100% 전환은 철강업계에선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5310만톤으로 2018년 대비 79.6%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계는 2018년 1억120만톤 배출에서 2050년 460만톤으로 95% 감축해야 한다.

주요 감축 수단으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운영 중인 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코크스 생산용 유연탄도 수소로 대체하는 방안도 담았다. 수소환원제철은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낼 때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환원제로 쓰는 대신 수소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 철강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무엇보다 고로 전체를 전기로로 바꾼다는 발상이 업계의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약 4분의 1 수준으로 보다 친환경적인 제철방식이지만, 철스크랩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순물이 함유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하는 품목도 다르다. 고로는 철광석을 원료로 후판, 열연, 냉연 등 판재류를 만든다. 조선 후판, 자동차 강판 등에 쓰이는 고급강재다. 전기로는 스크랩을 원료로 봉형강류나 철근 등을 만든다. 이 때문에 고로 중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기로로 전환 시 현재 생산하는 판재류 대부분을 생산할 수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업계 생산방식을 잘 모르고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 같다"며 "고로의 전기로 전환은 탄소중립 달성 방안 중 하나일 순 있지만, 전기로가 고로를 완전히 대체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수소환원제철 기술뿐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만 개발되면 고로와 소결공장, 코크스공장이 필요없다. 문제는 이제 갓 기술 개발을 시작한 상태라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엔 막대한 비용도 투입된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기술 개발에만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나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이후를 대비해 국가 차원의 그린수소·전력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기존 고로 생산과 달리 외부로부터 대규모의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포스코는 현재 제철소 필요 전력의 60% 이상을 고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발전을 통해 자체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부생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제철소의 모든 전력을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또 수소환원제철에 투입되는 수소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인만큼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저렴한 해외에서 들여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호주와 중동 등의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참여 및 파트너사 발굴의 중요성도 점차 높아지는데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기업 혼자서 구현해서 도입하는 건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리가 있다"며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기술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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