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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포스코' 해외로 떠미는 탄소중립위…부실한 시나리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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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발표…산업 현실 반영 못해

고로 전환에만 70조원 이상 소요…국내 남아도 가격경쟁력↓

뉴스1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시나리오 초안에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 및 원료와 연료의 전환을 고려한 1안, 1안에 화석 연료를 줄이고 생활 양식 변화를 통해서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2안, 화석 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 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등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 등 총 세 가지 제시했다. 2021.8.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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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결국 포스코와 같은 철강기업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길 수 밖에 없다."

5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두고 산업계에서 '부실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산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탄중위는 이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3가지 안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번 시나리오는 Δ기존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 및 원·연료 전환을 고려한 1안 Δ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을 추가로 검토한 2안 Δ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으로 구성됐다.

1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8년 대비 96.3% 감소한 2540만톤 CO2eq, 2안은 97.3% 감소한 1870만톤 CO2eq, 3안은 100%를 감축하는 제로(0) CO2eq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각 사업별 감축수단 등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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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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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중위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 부문의 감축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코크스 생산용 유연탄을 수소로 대체하고, 기존 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이를 통해 2018년 철강산업에서 배출한 1억120만톤의 온실가스를 2050년 460만톤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고로를 전기로로 대체한다는 계획부터가 철강산업의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로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를 고온으로 녹여 선박용 후판, 자동차 강판 등 판재류를 만드는 데, 고철(철스크랩)을 녹여 철근 등 봉형강류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로는 대체가 어렵다.

과거 동부제철이 1조5000억원을 들여 판재류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 공장을 가동하기도 했으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결국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현재 가동 중인 고로의 매몰 비용과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고로 건설 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상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는 1기를 건설하는데 3조원 정도가 투입되며 보수를 통해 50년에서 100년까지도 생산이 가능한 설비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고로는 지어진지 이제 10년 정도가 지났다. 3기의 고로를 짓는데 8조원 정도가 투입됐다. 1973년 당시 기술로 만들어진 포스코 포항 1고로가 48년간 가동됐다는 점을 미뤄볼 때 향후 50년 이상 활용이 가능한 설비다.

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고로를 지을 경우 1기당 6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소로 전환할 경우 7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 비용이 생산 단가에 포함되면서 철강재 가격이 오르면 철강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앉게 된 철강업체들이 결국 해외로 생산시설를 옮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놓고 이 같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위원회 측은 여전히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윤순진 탄중위 위원장은 5일 열린 탄소중립 시나리오 브리핑에서 "산업 부문(감축안)은 미래기술의 혁신, 산업구조 변화 연료와 원료의 제약 완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소중립을 목표로 가장 적극적인 시나리오로써 단일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기술작업반 작업에서 산업계와의 협의를 통해서 대응 움직임을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기업의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결국 개발도상국 등으로 오프쇼어링(국외 이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이라며 "오프쇼어링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력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 등에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kirock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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