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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에너지 차관, 쑥대밭 된 산업부 보은차원"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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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원전 전경.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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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원전 전경.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대통령 임기말에 이뤄진 '에너지차관 신설'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7,8개월 단명에 그칠 차관직을 왜 신설하는 지 모르겠다'거나 '원자력발전소 셧다운 추진과정에서 쑥대밭이 되다시피한 산업부 달래기'라는 지적과 함께 에너지와 기후정책의 거버넌스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왔다.

정부는 8월 초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산업부에 '에너지차관'을 신설하고 공무원 숫자도 30명 가량 증원했다. 이번 증원으로 산업부 덩치는 더 커졌다. 산업부가 밝힌 차관 신설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한다"는 것이었다.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잇따르는 산불, 홍수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인류가 전에 없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자 지구온난화 대응은 어느 나라할 것 없이 발등의 불이 됐다. 세계 각국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수소나 태양에너지, 풍력 등 그린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심각한 지구온난화 대응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산업부 조직개편이 일관성을 결여한 측면과 수개월 안에 정권교체-정부조직 개편이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는 두 가지 사정 때문에 에너지 차관 신설을 둘러싼 논란이 컸었고 그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산자위에서 차관 신설이 추진될 때, 한무경 의원은(산자위 국민의힘 소속) 반대토론을 통해 "노무현정부~박근혜정부까지 1,2차관 복수차관제로 운영되던 산업부 직제를 정권 초에 없애더니, 정작 본인들이 폐지한 2차관을 다시 만든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을 비판한 바 있다.

야당이 에너지 차관 신설에 반대하자 정부·여당은 결국 정부조직법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 야당 주장에는 일면 타당한 측면도 있다. 곧 새 정부가 탄생하게 되면 기후변화와 이에따른 정부운영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텐데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정부가 금방 바뀔 조직을 만드는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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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소영 의원(산자위 소속)은 "폭넓은 산자부의 업무 영역을 두 명의 차관이 나누게 된다는 점에서 에너지차관 신설에 찬성했다"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의 측면에서는 에너지정책이 기후정책과 따로갈 수 없고, 규제정책 영역인 에너지 분야를 분리해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업무와 합치는 아이디어는 계속 있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 진흥정책 분야인 반면, 에너지는 규제의 영역이어서 공존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은 국회 내에 퍼져 있다.

이 의원은 이어 "산업부가 비대한 건 사실이고 정권 초엔 빠짐없이 나오는 게 산업부 쪼개기 논의였으며 지난 대선때도 그랬다. 민주당에서는 산업부가 비대하고 진흥과 규제가 섞여 있기 때문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 신산업,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진국 가운데 독일과 영국은 독자적인 에너지부를 두고 있는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산업부에 에너지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에 그것도 차관 차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상임위 단독처리라는 무리수를 둔 배경이 다른 데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A보좌관은 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이 6개월 짜리 에너지차관을 밀어부친 데는 월성원전 셧다운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로 힘들어 하는 산자부 공무원에 대한 보은 차원이란 말들이 국회에 돌았다"며 "임기말 조직개편은 전례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무경 의원은 "에너지 차관을 만든 게 국제회의에 나갔을 때 그레이드(급) 차이가 나서 협상에 애로가 있다는 산업부 건의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도 에너지 차관 신설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홍혜란 사무총장은 지난 4일 CBS인터뷰에서 "에너지는 탄소중립이란 국제적 문제를 이행해야 할 상황이니 만큼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더욱 정교해야 한다"며 "(산업기능과 섞이는 것보다) 전담하는 게 필요하고 특히 지자체와의 협조 관계 구축에도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보은 차원이란 야당 주장을 일축하지만, 원전 파동으로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수사선상에 올랐고 정부의 원전 폐쇄에 대한 찬반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어서 산업부을 흔든 에너지발 파장의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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