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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초점]예능, 유니버스로 진화…MZ세대 환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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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드라마 세계관 구축 트렌드

국내 넘어온 뒤 예능에서 활발히 활용 돼

예능 캐릭터 협업 이어 다양한 분야 진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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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유니버스'(universe)를 "우주"라고 한다면 요즘 트렌드에서 살짝 뒤처졌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또 '세계관'이 "세계를 보는 관점"이라고 해석한다면, 이 또한 최근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유니버스'와 '세계관'은 사전적 의미가 전혀 다른 말이지만, 최근 국내 콘텐츠 시장에선 거의 같은 말로 쓰인다. 이 말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특정한 가상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세계관은 MCU로 불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다. 마블 코믹스에 기반한 다양한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가 따로 또 같이 하나의 세계 내에서 각각의 영화로 펼쳐 나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A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보조 인물 중 하나였던 B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른 영화가 있고, B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보조 인물 중 하나였던 C가 A와 함께 나오는 또 다른 영화가 있다면, 이 3편의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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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세계관 구축'



주로 할리우드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진행되던 유니버스 또는 세계관 구축 트렌드가 최근 국내로 넘어오면서 독특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예능에서 더 적극적으로 세계관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또는 케이블 방송 혹은 유튜브나 OTT(Over the Top) 등 콘텐츠에서 만들어진 예능 캐릭터가 해당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다른 캐릭터 등과 연계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MZ세대 지지를 받고 있는 유튜브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이다. 피식대학은 두 가지 대표 콘텐츠 '한사랑산악회'와 '05학번 is back'을 선보이고 있다. 두 콘텐츠는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완전히 독립된 스토리였는데, 최근 각 캐릭터가 상대 콘텐츠에 등장하며 세계관이 연결됐다. 팬들은 이를 '피식대학 유니버스' 또는 '피식대학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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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간 캐릭터

예능 세계관의 확장은 캐릭터의 외부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한사랑산악회·05학번isback의 캐릭터들이 피식대학 바깥에서 활동한다는 의미다.

한사랑산악회 멤버 김영남·이택조·배용길·정광용은 라디오 쇼 프로그램에 나가고, 라이브 쇼핑 방송에서 판촉 행사를 하기도 한다. 05학번isback의 연인 캐릭터 길은지와 쿨제이는 MBC 웹예능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스튜디오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 예능판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미디언 이용진은 최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와플에서 '터키즈'라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이용진은 여기서 터키 아이스크림 파는 사람을 흉내내며 진행을 하는데, 이 캐릭터는 그가 tvN 예능 '코미디 빅리그'에서 선보였던 터키 아이스크림 상인 캐릭터다. 또 다른 '코미디 빅리그' 캐릭터인 사이코러스가 유튜브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티즌은 이를 두고 "코미디 빅리그 세계관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왜 예능인가

방송 관계자들은 국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예능에서 세계관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에 관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MCU의 경우 유니버스를 만드는 데 2008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영화 한 편에 제작비로 2000~2500억원을 투자해왔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능은 하나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일정 기간 각기 다른 캐릭터들을 연결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

특히 유튜브는 대개 10분 내외 영상을 올린다는 점에서 부담이 없다.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물론 예능도 돈이 든다. 하지만 덜 든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기존에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들의 캐릭터를 활용해 유튜브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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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환호

각종 예능에서 세계관 형성에 공을 들이는 건 MZ 세대가 이같은 형태의 콘텐츠를 적극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튜브·OTT 등 뉴 미디어 핵심 소비층이면서 앞으로 소비 시장을 주도할 세대다. 이들을 공략해야 돈을 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예능이 유지되려면 광고가 들어가야 한다. MZ세대에게 물건을 팔고 싶은 기업일수록 그들의 지지를 받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곳에 광고를 주거나 그들을 활용해 광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예능 세계관이라는 트렌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디지털 기기에 더 가까워지면서 TV·유튜브·OTT 콘텐츠 확대를 불러왔고,이것이 세계관 구축이라는 예능의 진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젊은 세대는 수동적 시청자가 아니다. 능동적 시청자"라며 "이들을 타켓으로 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그것이 통히는 것이고, 가상 세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세계관 예능은 딱 들어맞는 콘텐츠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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