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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F-35 반대 일당 USB엔 北지령문·충성맹세 혈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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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지역 노동단체 출신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국정원과 검·경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USB에서 북한 공작원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지령문’과 ‘보고문’ 등 약 60건의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조선일보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해당 USB에서는 ‘(활동비) 2만 달러를 잘 수령했다’고 북측에 보고하는 내용의 문서 파일, ‘충성을 맹세한다’는 취지의 혈서(血書) 사진 파일도 발견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들 중 3명이 2017~2019년 중국 다롄과 선양,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는 영상·사진 자료를 지난 2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들이 북한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충북동지회’라는 지하 조직을 구성하려고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국이 확보한 USB 안에는 ‘미군 F-35A 전투기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라’는 취지의 지령문과 함께, 이후 이들 일당이 벌인 ‘F35 도입 반대’ 1인 시위, 거리 서명운동 등의 활동 내역이 정리된 보고문도 있었다고 한다. 그와 별개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 다양한 이적(利敵) 표현물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지난 2017~2019년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최소 3차례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구속)씨는 2017년 중국 다롄에서 북한 공작원 조를 만나 ‘남쪽에서 동조 세력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귀국한 이후 이들 일당은 북한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충북동지회’를 조직하려 했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국정원은 당시 다롄에서 A씨가 조과 택시에 탑승하는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또 B(구속)씨는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북한 공작원 조과 리을 이틀에 걸쳐 중식당과 야외 카페 등에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B씨와 북한 공작원이 함께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9년 B씨와 C(구속)씨는 중국 선양에 있는 한 대형 마트 물품보관함에 북측이 갖다 놓은 활동비 2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 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는 2017년 ‘다롄 접선’에 대해 “당시 중국 유학 중인 자녀 교육 문제로 현지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고, B씨는 2018년 ‘프놈펜 접선’에 대해 “여행을 갔을 뿐”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9년 북한에서 받은 것으로 조사된 2만 달러에 대해서도 B·C씨는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국이 확보한 이들의 USB에서는 ‘2만 달러를 잘 수령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보고문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변호인은 “국정원 수사에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많다”며 “북한으로부터 받았다는 활동비 2만 달러를 어떻게 국내로 반입한 것인지, USB에서 발견됐다는 ‘지령문’과 ‘보고문’이 어떤 경로로 오간 것인지에 대한 소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3국의 공개된 장소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그들이 과연 북한 공작원인지 따져볼 문제”라고도 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임의 소환조사를 먼저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두 차례 기각했다. 검찰은 ‘간첩죄’라 불리는 목적수행 등도 혐의에 포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 4명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특보단으로 활동하고 지난해 민주당 중진 의원을 찾아가 접촉한 것과 관련,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사법 당국은 스텔스기 도입 반대 간첩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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