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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김여정 “훈련 말라”에 與 맞장구, 대선용 文·金 쇼 정지작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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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권 의원 70여명이 5일 한미 연합 훈련 연기를 요구한 가운데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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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70여명이 5일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북 김여정이 ‘훈련 없애라’고 하자마자 통일부·국정원에 이어 여권 의원들까지 집단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들은 훈련 중단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 조건”이라고 했다. 한미 훈련은 미북, 남북 쇼가 벌어진 2018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연대급 이상 실전 훈련이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컴퓨터 키보드 게임’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북은 비핵화가 아니라 신형 탄도미사일 3종 세트를 완성했다. 핵 물질·무기를 계속 늘렸고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까지 했다.

여권은 코로나도 훈련 연기 이유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1월 미군 주도의 대잠수함 훈련에 불참하면서 “코로나 때문”이라고 했다. 작년 8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도 코로나 탓을 하며 빠졌다. 그런데 코로나는 훈련과 회담에 참가한 미·일이 더 심각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접종용 백신을 제공한 것은 코로나 핑계 대며 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장병 55만명 중 93%가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이번 한미 훈련은 사실상 개시됐다. 3일 양국 주요 지휘관들이 참석한 세미나가 열렸다. 군 관계자는 “전시증원연습(RSOI)에 참가할 미군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10일 참모 훈련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훈련을 연기하는 건 ‘중도 포기’나 다름없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평시에 땀 흘려야 전시에 피 흘리지 않는다”며 3년간 연합훈련이 실종된 상황을 우려했다. 미국은 ‘훈련 없는 군대’를 상상도 못하는 나라다. 시작된 훈련마저 중도 포기하는 동맹을 어떻게 신뢰하겠나. 그러니 여당 내에서도 ‘지금 연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늘 그랬듯 문 대통령은 뒤에 숨어 애매한 말만 하고 있다. 국방장관에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했다. 군(軍)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러는 것은 단순히 책임 회피 때문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를 벌여야 하니 여기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탁현민 비서관이 최근 유엔이 있는 뉴욕을 방문했다. 남북 협상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들이 판문점에 자주 나타난다는 소문도 있다. 교황 방북설도 제기됐다. 가장 유력한 것은 대선 한 달 전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벌여 표심을 크게 흔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훈련 연기 정도가 아니라 은밀한 남북 거래가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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