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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스텔스기 반대 文특보단, 목적수행 간첩단 혐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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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9년 3월 29일 공군 첫 스텔스기인 F-35A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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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운동’ 등을 벌인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를 받는 손모 씨 등 4명(3명 구속)에게 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간첩단 등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목적수행 간첩 혐의는 이들에게 적용된 회합·통신 등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보다 중대 범죄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 등 4명(3명 구속)은 목적수행 간첩단, 회합·통신, 찬양·고무, 편의제공 등 다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는 이야기다.



‘F-35 반대’ 등 지령·보고, 충성맹세 ‘혈서(血書)’ 등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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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청주지법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단 혐의의 경우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법정 최고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가령 국가안전의 중대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한정된 사람만 취급하는 군사상 기밀 혹은 국가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전달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를 선동·선전하거나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당초 일부 언론은 “국정원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회합·통신 혐의만 적용하고 목적수행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국정원 등 수사기관은 이들에 목적수행 간첩 혐의까지 적용했다고 한다. 피의자 4명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손씨는 중앙일보에 “국정원이 조작 수사를 통해 우리의 정상적인 NGO(비정부 기구) 활동에 모든 국가보안법상 조항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손씨 등 4명은 2017년쯤부터 중국에서 북한 대남공작기구 문화교류국(옛 225국) 공작원 리모씨 등과 수차례 만나 “한국으로 돌아가 북한 노선에 동조하는 지하조직을 결성하라” 등 지령과 함께 활동자금 2만 달러를 받은 뒤 국내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지하조직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결성을 추진하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운동’ ‘통일밤묘목 백만 그루 보내기 운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 활동’ ‘DMZ 인간띠잇기 운동’ ‘총선 출마’ 등의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 등은 피의자들이 중국 선양 등지 식당과 스타벅스 야외 테라스에서 접촉한 장면을 사진으로 확보했다고 한다. 또 지난 5월 27일 이들 4명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F-35A가 도입되니 주민들과 반대 운동을 전개하라’ 등의 ‘지령문’과 지령을 이행한 내용의 ‘보고문’들이 담긴 휴대용 저장장치(USB)도 확보했다고 한다. 압수한 USB에는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충성맹세 ‘혈서’(血書) 사진들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과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국정원 등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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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박지원 국정원장. 박 국정원장은 이번 북한 대외교류국(225국) 공작원과 연계된 간첩단 수사와 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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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윤석열 탄핵 모금, 김일성 회고록 읽기 운동 벌여



손씨 등 피의자 4명은 2017년 5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노동특보단에 참여해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지역 언론사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기도 했다. ‘통일밤묘목 보내기 운동’ 등과 관련 여당 중진의원과 민화협 고위 관계자 등 여권 인사들과 만나기도 했다.

특히 손씨는 올해 1월 진보 성향 신문인 한겨레신문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싣기 위해 400만원 모금 운동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제안서에서 “검찰과 사법부의 횡포가 이미 도를 넘었다”며 “언론광고 투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손씨는 또 지난 5월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고(故)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 읽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총 8권인 이 책은 일제 시대 김 전 주석이 조선 해방을 주도한 지도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고록 읽기 운동을 벌인 이유는 당시 경찰이 해당 책을 국내에 출간한 김모 민족사랑방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민중·김수민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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