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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길 ‘탄소중립’ 3개 시나리오…뼈 깎는 전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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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선언한 ‘2050년 넷제로’

탄소중립위서 3개 시나리오 공개

이중 2개 초안이 목표 달성 못해

기후단체 “사실상 위장환경주의”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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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 0: 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공동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 윤순진 민간위원장)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시나리오 3개 안 가운데 2가지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는 내용이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나머지 1개 안 역시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 및 휘발유·경유 차량 퇴출 시점을 담고 있지 않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적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논의도 뒤로 미뤄놓았다. 기후환경단체 등은 탄소중립을 내걸고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가 사실상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순진 위원장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3개 초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2540만t(1안), 1870만t(2안), 0(3안)을 목표로 한다. 2018년 한국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2760만t이었는데, 이를 96.3~100% 줄이는 방안이다.

시나리오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배출원인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다. 1안은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곳과 가스(LNG)발전을 2050년까지 유지하는 방안이다. 전체 발전량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9.5%(석탄 1.5%, 가스 8%)를 차지한다. 2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되 온실가스 배출이 석탄보다 덜한 가스발전은 유지하는 방안(화석연료 비중 7.6%)이다.

1·2안에 따른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각 4620만t, 3120만t이다. 이렇게 배출된 온실가스를 기술적으로 포집·저장하거나 산림을 통해 흡수·상쇄하더라도, 그 양이 많아 1·2안 모두 탄소중립에 이르지 못한다. 결국 석탄·가스발전 유지가 탄소중립 실패의 주요 이유인 셈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3안은 석탄·가스발전을 모두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비중(70.8%)을 1·2안보다 12~14.2% 끌어올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등은 정부에 아직 완공되지 않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출범 한 달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탄소중립위는 “석탄화력발전 퇴출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탄소중립위는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시나리오(1안)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수명 30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50년까지 정상가동하는 발전소 7기의 조기 중단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 보상 방안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에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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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이 2050년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안 7.2%, 3안 6.1%로 비슷했다. 탄소중립위는 “온실가스 감축에는 원전이 화석연료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다만 원전은 향후 60년 이상 장기간, 점진적으로 줄여갈 계획이기 때문에 2050년까지 일정 정도 역할은 유지할 전망”이라고 했다.

3개 시나리오에서 2050년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310만t으로 모두 동일하게 잡혔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 업종인 철강에는 100%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하고, 시멘트·석유화학·정유에는 수소연료 전환 등을 통해 2018년 기준 2억6050만t에서 79.6%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송 부문의 경우 1·2안은 전기·수소차 76% 이상 보급, 나머지 차량은 대체연료(E-fuel) 전환 등을 통해 2018년 배출량 9810만t에서 1120만t으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3안은 전기·수소차를 97% 이상 보급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80만t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상쇄 부문)에 대해 탄소중립위는 “강화된 산림 대책이 없을 경우 2050년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능력은 2018년 4130만t에서 1390만t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나이 든 나무를 베어내고 신규 조림이 필요하다는 산림청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다만 ‘민둥산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보완한다”는 방안을 보탰다.

탄소중립위는 “3가지 시나리오는 각기 다른 가정과 전제에 따른 미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기술적 상황,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일정 기간마다 갱신하게 된다”고 했다. 탄소중립에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 사례를 들었다. 영국 역시 3개 시나리오(80% 감축, 96% 감축, 넷제로)를, 유럽연합은 3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 후발주자이자 석탄발전 의존도가 큰 우리 상황에서 탄소중립위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지나치게 ‘느긋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정의일자리특위 위원장은 “3개 안 중 2개 안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한다. 탄소중립을 이루는 길을 찾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고 탄소중립위를 설립했는데, 정부 부처가 만들어준 1·2안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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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윤순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1·2안 역시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대안이다. 1·2안의 온실가스 잔여배출량은 파리협정에서 인정하는 해외조림 등 국제탄소시장을 통해 감축을 하면 넷제로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순배출량을 그대로 둔 채 해외의 벌목된 숲을 다시 조성하는 방식 등으로 잔여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결국 기업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탄소중립위는 3개 시나리오 초안을 토대로 산업계·노동계 등 이해당사자와 각 부처 의견 수렴, 국민대토론회를 거친 뒤 정부 최종안을 오는 10월 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1일 영국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개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국제사회에 약속한 상황에서 시나리오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탄소중립위원은 “위원회가 너무 늦게 출범해 넷제로를 담은 3안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민간위원만 77명이라 신속하게 작업하고 의사결정하기 쉽지 않다. 공론화 시간이 없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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