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인플레 위험' 신호에… 빨라지는 신흥국 금리인상 시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브라질, 기준금리 올해 들어 네 번째 인상
인플레 압박에 美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흥국 금리인상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데다 미국의 긴축 신호도 강해지면서,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잇따르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값’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던 각국이 전 세계를 강타한 ‘델타 변이’ 우려에도 통화정책 정상화 시동을 걸면서 이제 ‘코로나발(發) 돈 풀기 시대’도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5.25%로 1.00%포인트 올렸다. 200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올해 들어서만 3월과 5월, 6월(모두 0.75%포인트씩 인상)에 이어 네 번째이기도 한데, 이번엔 오름폭도 더 컸다. 9월쯤 한 번 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예고까지 했다.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은 브라질뿐만이 아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6월 기준금리를 5%에서 5.5%로 올리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6%)에 근접했다. 같은 달 헝가리와 체코도 코로나19 국면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올해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한 국가는 7곳에 달한다.

사실 신흥국의 금리 인상은 ‘울며 겨자 먹기’에 가깝다. 이들 나라는 당장 눈앞에 닥친 물가 상승 압력에 견디는 게 과제다. 브라질의 경우, 올해 원자재 수요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등 여파로 물가상승률이 8%(6월 기준)를 웃돌았다. 중앙은행 목표치(3.75%)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헝가리도 지난 6월 10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히며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들었다. 러시아와 멕시코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일보

2013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한 남성이 모자에 미국 달러를 올려두고 있다. 부쿠레슈티=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 큰 이유는 ‘통화 방어’다. 미국이 머지않아 통화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전 세계 유동성을 좌우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인자인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은 “기준금리 상향을 위한 필요조건이 2022년 말까지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2023년 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말 연준은 긴축 시작 단계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경우 신흥 시장에서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돈 가치가 오르면 신흥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이다. 이미 2013년 미국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 발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긴축 발작’ 전례도 있다. 미국보다 경기 진전은 더디지만,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신흥국들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여 ‘통화 방파제’를 쌓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비춰, 델타 변이 감염 급증에도 금리인상 릴레이는 당분간 곳곳에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제금융센터는 “공급망 병목현상 같은 물가상승 요인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데다 미국 통화 정책 논의 우려가 맞물려 신흥국 금리인상 움직임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국가로 콜롬비아와 나이지리아, 페루, 폴란드 등을 꼽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에선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