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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fn사설] 꺼지지 않는 거품론, 카뱅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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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코스피 거래 시작
금융플랫폼 실험 착수


파이낸셜뉴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모습. 카카오뱅크는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사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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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는 3만9000원이다. 최상의 시나리오 아래서 카뱅 주가는 상장 첫날 10만원에 육박하고, 시가총액은 48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약 22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공모가 수준에서 장을 마감해도 시총은 18조원을 넘는다. KB금융과 신한지주에 이어 금융주 3위 규모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카뱅은 올해로 겨우 4년차다. 최고 120년 역사를 가진 기존 은행들과 비교하면 연륜은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그 젊은 은행이 한국 금융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얼마 전 윤호영 대표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인지 아닌지 판단은 전문가가 아니라 고객이 내린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금융 모바일 앱 방문자 1위, 고객 1600만명 등의 수치가 혁신기업 카뱅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본질적으로 카뱅은 은행이 아닌 정보기술(IT) 기업을 지향한다. 이미 구축된 금융서비스를 IT로 개선하는 전통적 금융회사와는 확장성, 성장성이 다르다. 카톡을 하다가 금융거래를 할 일이 있으면 카뱅을 활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언택트 기조가 강화되는 사회·경제적 흐름도 지점 없는 카뱅에 유리하다. 카톡 기반의 금융플랫폼 확장성이 탁월한 셈이다. 카뱅은 직원의 45%가량을 IT개발인력으로 배치해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했다.

그렇다고 카뱅의 미래가 모조리 장밋빛은 아니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카뱅의 적정 기업가치는 최소 11조원, 최대 31조원이다. 최상인 48조원을 넘어서는 전망은 현재로선 없다. 오히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것으로 보는 증권사도 여럿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3일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경쟁사 대비 분명히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카뱅이 대출손실 관리 등 은행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은행업의 본질은 규제산업이다. 카뱅이 규제를 넘어 혁신의 발걸음을 계속해야 기업가치 거품론을 잠재울 수 있다.

카뱅 상장은 그 자체로 유례없는 대실험이다. 카뱅이 승승장구하면 보수적인 한국 금융산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금융의 삼성전자'는 한국 금융산업의 오랜 꿈이다. 카뱅이 그 선두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반대로 거품이 꺼지면 카뱅도 금융에선 어쩔 수 없다는 비아냥이 들릴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카뱅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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