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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fn광장] 실손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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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7월 1일부터 시판된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가입자의 탐색전이 길어지고 있다. 실손보험은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다른 민영보험이지만 가입자가 39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IT 제품은 대체로 신작일수록 성능이 좋아지면서 성능 대비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손보험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보험료는 낮아지나 보장성은 더 축소되고 있다. 2009년 이래 실손보험 개편이 이어졌지만 1세대 가입자 24.4%, 2세대 가입자 53.7%, 3세대는 20.3%라는 시장점유율이 보여주듯이 신상품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실손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때문인데, 1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과 비급여 거의 없이 그야말로 보장성이 든든했다. 보험사들이 그 당시로는 떠오르는 실손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격심한 출혈경쟁을 했다. 그러나 팔 때는 좋았지만 보험금 지급이 폭증하자 2세대 실손보험에서는 상품표준화와 함께 본인부담금을 10% 이상 설정했고, 3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본인부담금을 또 10%p 추가했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이다.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은 보험사의 사업비를 감안하면 높아도 85%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체 보험사의 손해율 평균은 1세대 실손은 140%를 상회하고, 2세대는 130%, 3세대는 그나마 105% 내외를 보이고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 보장성을 축소한 4세대 실손보험을 내놓으면서 기존 실손보험 판매사 중 일부는 더 이상 실손보험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새로 출시된 4세대 실손 보험료는 1세대 대비 -70.6%, 2세대 대비 -50.6%, 3세대 대비 -10.1%가 낮아졌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비율을 더 높이고, 비급여는 아예 기본보험과 별도로 특약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게다가 보험금이 1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를 최대 300%까지 할증하도록 했다. 보험료는 인하됐지만 보장성이 축소된 4세대로 계약이전이 보험사 뜻대로 이뤄질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4세대 실손보험 시판 직전인 6월에 3세대 실손 판매가 늘었다는 것은 4세대 실손에 대한 가입자의 기대가 그리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 상태라면 실손보험 정상화 차원에서 개발된 4세대 실손보험 역시 역부족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이 이와 같은 구렁텅이에 빠진 1차적 책임은 보험사의 무리한 양적 중심의 판매전략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잘못된 제도를 오랫동안 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실손보험에 대한 과다한 간섭도 일조를 하고 있다. 최근 보험사가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진료경력 또는 보험 수급액 등을 기준으로 계약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금융감독 당국이 조사와 제재에 나섰다고 한다. 이는 사적계약 자치의 원칙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상태에 있는 보험시장에서 인수지침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고, 인수지침을 엄격히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영업이익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서 보험사가 수년 전부터 추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의료기관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금융감독 당국이 이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상황에서는 실손보험의 정상화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이 조기에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실손보험이 손해율에 비례해 보험료를 조정해 나가도록 하는 등 자율성을 줘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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