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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권·동맹' 앞세운 바이든 정부 "무기 수출 정책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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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득보다 외교"... 트럼프와 선 긋기
필리핀·사우디 등에 무기 수출 제한될 수도
대만엔 무기 판매 첫 승인…"중국 견제 목적"
한국일보

미국에서 개발한 경량 전투기 'F-16 파이팅 팰컨'을 수입한 루마니아 공군이 흑해 상공에서 지난달 2일 비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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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권’과 ‘동맹’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기 수출 정책을 손볼 계획이다.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를 해외에 팔면서 인권을 중시한다는 건 어불성설로 비치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권침해 국가엔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 어쨌든 미 외교 정책의 핵심 가치를 무기 수출의 기조로도 삼겠다는 얘기다. 오로지 경제적 실익에 따라서만 무기를 판매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정반대 행보이기도 하다. 중국 견제를 위해 올해 1월 정권 출범 이후 줄곧 공을 들인 동맹국 대만에 대한 첫 무기 수출도 승인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미 국무부 부차관보 2명이 6일 의회에 재래식무기이전(CAT) 정책 변경 초안을 브리핑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약 2주 전 바이든 정부는 의회 보좌관 몇 명에게 ‘무기 수출 심사에서 인권 담당 부서의 조언을 더 많이 반영하겠다’며 새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동맹국에 대한 무기 수출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국방부 의견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뀌는 CAT 정책은 이르면 9월쯤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 개편은 트럼프 행정부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결정이기도 하다.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무기 산업을 바라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상업성에 무게를 둔 CAT 정책을 내놓았다. 또 예멘 내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무기 수출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 최대 무기 판매국인 미국의 무기 및 관련 서비스 등 수출 규모는 연간 1,000억 달러(약 114조 원)가 넘는다.

‘인권 위주’의 새 무기 수출 기준이 확정되면 사우디나 UAE는 물론, 경찰 공권력 남용으로 비판받는 필리핀 등에 대한 무기 판매도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한 의회 보좌관은 “경찰 및 준군사부대가 사용하는 소총, 소형무기 수출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동맹국에 대한 무기 수출은 더 적극성을 띠게 될 공산이 크다. 한 고위 관리는 “새 정책이 다른 국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날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도 승인됐다. 국무부가 의회에 통보한 무기 판매 승인 내역을 보면, 팔라딘 자주포(M109A6) 40기를 포함해 7억5,000만 달러(약 8,580억 원) 상당의 규모다. CNN 방송은 “의회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동맹국 대만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외교 정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오후 대변인 명의로 된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취소를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도 대만에 F-16 전투기 등 수출을 승인하자, 중국 정부가 “주권 침해”라고 맞서며 갈등이 불거졌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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