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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정부 ‘정년 이후 고용연장’ 공론화 물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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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보원, 日 등 해외사례 연구

2022년 사회적 논의 본격화 전망

당국 “청년 일자리 영향 신중접근”

일각 ‘대선 표심 공략용’ 해석도

세계일보

정부가 60세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늘리는 ‘고용연장’ 공론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부터 고용연장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발표가 연말에 예정된 것을 감안하면, 고용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고용연장은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고용 문제와 노사 간 첨예한 이해관계 등이 맞물린 사안이라 연구 및 사회적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고령사회연구팀의 첫 사업으로 ‘고령자 고용촉진 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를 선정했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고령자 고용 정책 현황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월에 착수한 해당 연구는 고령자 고용정책 수립 지원을 목표로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구팀의 ‘사업 계획서’를 보면 특히 고용연장 공론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연구 방점이 찍힌 것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고용연장의 원활한 사회적 논의를 위한 주요 전제조건과 환경 분석’과 ‘고용연장의 주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연구 결과 도출’ 등이 연구 과제로 제시됐다. 지난달까지 진행한 선행연구 분석 목록에도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고령자 ‘계속 고용’ 사례가 포함됐다. 민간기업 정년이 65세인 일본은 지난 4월부터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高)연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근로소득 세수 확장을 위해 참조하고 있는 모델로도 알려졌다. 고용정보원은 전문가 자문과 실태 조사 등을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해당 결과를 정부에 보고해 정책에 반영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연장은 청년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법적 강제보다는 고령자 재취업 활성화 등 기반을 닦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부터 고용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고령자 고용촉진 지원제도에 대한 연구·자문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연장을 포함한 정년 확대 문제를 두고 여론 눈치를 살피느라 소극적이었다. 노사 이해관계와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반발 등 경제·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고용연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을 때도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만만찮아 공론화가 무산됐다. 정부는 고용연장이 의무적인 정년을 제시하는 ‘정년연장’과 달리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며 진화에 나섰다.

세계일보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인구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고용연장 카드도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동시에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메울 수단으로 고용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올해부터 2031년까지 약 10년간 주요 생산인구(25~59세)가 약 315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의 임기 말 고용연장 공론화 움직임을 두고 노동계와 중장년층의 표심을 노린 대선용 전략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연장 논의는 필요하지만 관련 연구가 정부·여당의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무기용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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