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당 개무시하나" "무단결석"...윤석열·최재형 성토장된 국민의힘 대선주자 회의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왼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대선 주자인 김태호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 태우GO(고) 정권교체’. 5일 국회 본관 228호 벽면엔 정류장에 선 국민의힘 ‘경선버스’ 그림과 함께 이런 문구가 붙었다. 버스 몸체엔 ‘Team(팀) 국민의힘이 갑니다’라고 적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승객을 얼추 다 태우고 ‘원팀’으로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대선주자들이 벽 앞에 모인 첫날부터 이런 구호는 무색해졌다. 덩치 큰 승객 자리는 군데군데 비었다.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참석한 주자들에게선 “당을 개무시하냐” “개인 플레이하나” 등 거친 발언이 나왔다. ‘팀 국민의힘’의 부재만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준석 대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김태호·안상수·유승민·윤희숙·원희룡·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가나다순) 후보 등 9명이 참석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준표·박진 의원 등이 불참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휴가, 최 전 원장은 민심투어 일정으로 지역에 방문해 불참한다고 했다.

전날 당의 대선주자 봉사활동 행사에 이어 이틀째 당 공식 행사가 ‘반쪽짜리’가 되면서, 당 경선준비위원회와 대선 주자들 모두 불쾌함을 드러냈다.

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전날 봉사활동에) 몇 분의 후보께서 특별한 이유 없이 빠진 느낌이 있어 상당히 안타깝다”면서 “언론에 ‘지도부 패싱’, ‘엇박자’ 등 표현이 나오는데 과연 이런 모습이 후보자와 당에게 득이 될 건지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행사에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준표·유승민 의원 등이 불참한 것을 두고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이어진 회의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성토장에 가까웠다. 대선을 앞두고 막 입당한 뒤, 이틀 연속 당 행사에 빠진 두 거물급 정치신인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공개발언한 7명의 후보 중 5명이 불참한 후보들을 비판했다.



경향신문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일부 대선후보가 불참하면서, 회의장 군데군데 공석이 눈에 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지난달 30일 전격입당한 것 등을 들어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대표를 무시한다. 입당한다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없는데 오냐”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오늘도 무단결석이 많다. 선당후사해야 한다”면서 “새로 입당한 두 분, 복당을 간곡히 요청하던 분까지 당의 공식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밖으로 도는데 개인 플레이를 할 거면 입당은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해 “당에 왜 들어왔는지, 간판이 필요해서 들어왔는지, ‘원팀’이 돼서 해야 할 일에는 어떤 성의나 진지함도 안 보인다”고 했다.

당내 주자들이 제기한 거센 비판의 밑바닥에는 경선을 앞두고 이미 시작된 당내 주도권 다툼이 깔려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당 안팎의 ‘지원군 모으기’에 나서고,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두 주자에게 세력이 모이자 당내 경쟁자들이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패거리 정치하는) 파리떼들이 우리 당을 망칠 수도 있다”(안 전 시장), “아직도 정치 줄 세우기, 세 과시, 아부하기 등 국민 눈살 찌푸리는 일이 있다”(김태호 의원) 등 발언에서도 경선을 앞두고 높아진 긴장감이 나타났다.

윤희숙 의원은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 행보를 보면 정책 비전에 준비가 안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정치인에게 줄을 서라고 하고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건 구태”라면서 현역 의원이 당내 주자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길을 연 이 대표의 결정을 재고할 것을 주장했다. 원 지사도 두 주자를 콕 찍어 “한 분은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고, 한 분은 (후쿠시마 방사능·페미니즘 관련해) 민심에 의구심과 함께 비호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발언을 한다”면서 “이 분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대통령은 매우 잘못된 구태정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불참 후보 중에도 한 분은 경준위원장과 저에게 여러 경로로 사전에 잡은 일정 때문에 미안하다고 알려왔고 그런 분은 기존 일정 취소하면서까지 참석을 권하고 싶진 않다”면서 “앞으로 체계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2주 단위로 일정을 만드는데 봉사활동은 취소할 수 없는 선약이 있어서, 회의 일정은 늦게 알게 돼서 못 간 것”이라며 “당에 각을 세운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 이틀 전에 일정을 주고 오라고 하면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