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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치가 왜 '신치'? 황당한 조치"…문체부 '중국어 표기 철회' 靑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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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중국어 표기, '파오차이(泡菜)' 아닌 '신치(辛奇)'

아시아경제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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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를 '신치'(辛奇)로 명시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기(辛奇·중국어 발음은 신치)로 바꾼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를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82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김 명예교수는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중국 문자(한자) 명칭을 표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김치를 중국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한자 명칭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김치를 신치로 표기한다는 것은 너무 황당한 조치다. 문체부의 이번 조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치' 대신 '신치'를 사용하면 수백 년 동안 사용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명사인 김치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내외적으로 김치에 대한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는다"며 "김치를 대신할 말로 '신치'를 제정한 것은 자칫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고 '신치'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김치와 비슷한 신상품 '신치'를 개발한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외의 다른 외국에도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미 김치로 알고 있는 외국인들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고, 김치를 홍보하는 데에 사용하는 용어의 일관성 결여로 홍보 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 명예교수는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상 사용해왔고 일본도 사용하는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라며 "문체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는 한자를 전혀 사용할 일이 없다는 전제 아래 오로지 중국만을 의식해 취한 졸속 조치"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고유명사를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완전히 그들의 문제"라며 "우리가 나서서 '김치'라는 고유명사의 고유 발음을 버리면서까지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김 명예교수는 "우리가 신치라는 용어를 철회하지 않는 한, 중국인들은 머지않아 '한국에는 신치가 있잖아요? 김치 즉 파오차이는 중국의 고유음식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체부로 하여금 당장 '신치'라는 표기를 철회하도록 조치해주시기를 청원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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