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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미연합훈련 기정사실화 속 여권서 터져나온 ‘조건부 연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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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당국, 규모 최소화한 훈련 실시 준비중

한-미 정상 막판 결단 내릴지 주목


한겨레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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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남북 관계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떠오른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집단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규모를 최소화해 진행한다’며 훈련 실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양국 정상 차원의 막판 결단에 따라 극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의원 72명은 5일 공동성명을 내어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조치로서 훈련 연기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남북의 통신선 전격 복원을 언급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다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훈련 연기를) 북한의 상응 조치를 끌어내는 협상 카드로 사용해 모처럼 찾아온 대화 기회를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급속한 코로나19 확산세도 훈련을 미뤄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성명에 참여한 진성준 의원은 “실무적으로 (훈련) 준비가 이뤄졌다고 돌이킬 수 없는 게 아니다. 하루 전이라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정치적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무조건 훈련을 미루자는 게 아니라 만나서 대화하자고 조건부로 연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2018년 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전격 가동된 데는 평창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누차 말했듯 아직까지 (훈련의) 시기나 규모,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미는 각종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군 차원에선 병력의 실기동이 이뤄지지 않는 하반기 연합지휘소훈련 규모를 최소화해 16일부터 실시하는 쪽으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최근 <한겨레>와 대화에서 “실무 준비가 너무 진척돼 이제 와 결정을 뒤집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내부 사정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훈련 중단’을 요구한 1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도 정부의 운신 폭을 줄이는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한-미 간의 신뢰를 기초로 남북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며 “합의된 훈련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 주장하듯 한-미 정상 차원에서 연합훈련 연기를 결론 내려면 조만간 한-미 정상 간의 전화 회담 등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에서 국방부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상 외교를 통한 접근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길윤형 송채경화 심우삼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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