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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日축구 준결승 당일…'바글바글' 도쿄 술집, 중계 화면조차 바라보지 않았다 [도쿄 SS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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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일본과 스페인의 2020 도쿄올림픽 축구 남자 4강전이 열린 지난 3일. 일본 도쿄 최대 재래시장으로 불리는 아메요코 내 술집에 수많은 사람이 자국 대표팀 경기 중계 화면이 나오는 가운데 별다른 관심 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도쿄 |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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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축구 경기를 하는 줄도 몰랐다.”

일본 남자 축구가 스페인과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을 치른 3일 저녁. 킥오프 30분여를 앞두고 일본 최대 재래시장인 아메요코 시장 내 주점가에서 마주한 아라이 나추미(26·여)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도 축구와 야구는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종목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도쿄 시민은 물론, 일본 전역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그럼에도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비롯해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주요 종목 선수가 메달 소식을 전하면 점차 국민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기대와 정반대다. 일본은 5일 기준으로 금메달만 21개를 따내며 1964년 도쿄 대회와 2004년 아테네 대회 16개를 넘어 이미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확정했다. 공영방송 NHK 등이 메달리스트의 주요 스토리와 인터뷰를 종일 내보내고 있는데, 대다수 국민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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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만 하더라도 구보 다케후사(레알 마드리드), 도안 리츠(빌레펠트) 등 연령대 최고 수준은 물론, A대표팀 주장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를 와일드카드(25세 이상)로 발탁하는 등 역대 최강 멤버를 꾸려 호기롭게 금메달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 목표를 향하는 데 중대한 경기였던 스페인전이 열린 날에도 냉랭한 관심은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아메요코 시장을 찾았을 때도 코로나19 긴급사태가 발효 중인 도시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술집은 수많은 사람으로 차 있었다.

때마침 여러 술집 TV에서는 일본-스페인전(일본 0-1 패)이 중계방송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 시청은 고사하고, TV로 고개를 돌리는 사람조차 발견하기 어려웠다. 일본 선수들이 득점 기회를 잡거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 환호하고 손뼉 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회 초반만 하더라도 번화가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올림픽 중계를 TV로 켜놓지 않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많아진 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일본사람들의 관심은 저조한 듯하다. 아라이 씨는 “(올림픽 경기) 생중계는 거의 안 보는 것 같다. 내가 유일한 게 (생중계로) 본 건 개막식하고 여자 유도 경기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뉴스 등으로 메달 소식은 접하는 데 그렇다고 신나거나, 관심을 더 두는 건 아니다”며 웃었다.

가토 고우키(24·남) 씨는 “올림픽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긴급사태 기간에) 모여서 술 마시는 것을 남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그냥 이곳에서는 (경기에 열광하기보다) 조용히 술마시는 것을 더 선호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달 소식으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끌려는 게 있긴 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전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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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올림픽을 통해 가을 총선의 호재로 삼으려는 것 같은데 어림없다”며 “스가는 이제 끝난 것 같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스가 총리는 ‘안전 올림픽’을 내세웠지만 올림픽 기간 도쿄 하루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했다.

또 ‘무늬만 방역’에 대한 불만도 갈수록 커진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방역 수위를 격상, 긴급사태 기간 중 술을 제공해온 음식점을 대상으로 술을 판매할 수 없게 했다. 휴업에 응하는 가게가 서약서를 제출하면 하루 4만 엔(약 41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 그런데 과태료는 미미한 수준이다.

영세업자는 지원금을 반기면서 휴업을 선택하나, 종업 수가 많고 규모가 큰 술집이나 식당은 과태료를 감수하고 밤늦게까지 술과 음식을 판다. 재일교포인 본지 칼럼니스트 신무광 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일본은 한국처럼 (방역과 관련해서) 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고 권고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민감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무너진 방역 속에서 올림픽은 강행했는데 기대만큼 관심도 못 받고 있다. 오히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과 음식점으로 코로나19 감염확대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게 올림픽이 진행 중인 도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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